[Fashion Story] Real Fur 보단 Fake Fur!
[Fashion Story] Real Fur 보단 Fake Fur!
  • 오혜지 기자
  • 승인 2015.12.03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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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오혜지 기자]

 


 

 Real Fur 보단 Fake Fur!

 


신체 보호를 위해 착용되던 모피의류, 이젠 패션 아이템으로


 

▲ⓒsettle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은 복식을 통해 추위를 막거나 외부의 위험 요소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그 중, Fur(퍼)는 원시시대 인간들이 추위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 수렵한 동물의 털을 입으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퍼는 생존의 수단이 아닌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패션계에 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페이크 퍼(Fake Fur)로 제작된 아이템들이 선보여지기 시작했다. 페이크 퍼는 인공 모피를 뜻하는 말로 이미테이션 퍼 혹은 맨메이드 퍼, 페이크 퍼 등으로 불린다. 페이크 퍼는 동물보호의 목적뿐만 아니라 취급이 편하다는 점에서 패션 시장에서 주목받는 의류 소재로 자리 잡았다.



역사 속 ‘Fur’

원시 시대에 모피는 추위와 위험 요소로부터 사람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또한, 당시에는 힘이 센 자만이 동물을 잡을 수 있었기에 모피는 개인의 힘을 상징하는 재료이기도 했다. 맹수의 꼬리와 이빨, 털로 신체를 장식한 사람들은 타인에게 뛰어난 사냥 능력과 용맹성을 지닌 자로 평가 받았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이들은 맹수의 털과 이빨 등으로 권력을 표현하고자 했고 자신들이 맹수의 일부를 몸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맹수의 힘을 그대로 전이 받아 악귀를 쫓을 수 있다는 주술적인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역사를 움직인 모피의 경제사’라는 저서에 의하면 동양에서 모피 무역의 시원이자 중심지는 고조선이었다. 백두산 정백산맥 등 산악지대에 호랑이와 표범, 담비 등이 서식하자 모피 사냥을 위해 고조선 사방에 길을 뚫어 전진기지를 설치했고 그곳에 자리 잡은 교역소가 발전하며 마을이 형성됐다. 모피를 구하기 위해 북방 초원길의 유목민과 중앙아시아 사마르칸트의 소그드 상인 등 주변 상인들이 고조선으로 몰려들었고 이로 인해 고조선은 부강한 나라로 발전했다. 특히 소그드 상인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북아시아 교역로인 ‘흑담비길’이 생겨나기도 했다.  


뉴욕 시 맨해튼 남부에 위치한 거리로 금융기관과 고층빌딩이 임립해 있는 ‘월 스트리트’ 즉, ‘월가(Wall Street)’라는 이름의 탄생 배경도 퍼와 관련돼 있다.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라는 저서에 의하면 17세기 초 네덜란드가 아시아 무역을 위해 동인도회사를 설립해 독점무역을 주도하였고, 대서양으로는 뱃길을 개척하려고 했다. 1609년 9월, 동인도회사 소속이었던 ‘하프문’ 선박을 이끌던 헨리 허스든(Henry Hudson)이 항해를 하던 중, 맨해튼을 발견했다. 1610년 7월, 하프문호는 맨해튼에서 비버 모피 등의 아메리카 특산물들을 싣고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당시 비버 가죽은 질기고 따뜻하다는 특징 때문에 유럽 최고의 인기상품으로 통했다. 그뿐만 아니라 비버가 봄에 짝짓기를 할 때 상대를 유인하려고 분비하는 ‘해리향’은 유럽에서 고급 향수와 약재의 재료로 사용됐다. 그래서 비버는 다수 사냥꾼의 주요 목표물로 꼽혔다. 비버 가죽을 필요로 하던 네덜란드 상인들은 뉴욕 맨해튼 지역에 주목했고 시간이 지난 뒤, 아예 맨해튼에 정착하는 사람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1621년, 동인도회사와는 별도로 아메리카 신대륙을 겨냥한 서인도회사를 세워 맨해튼에 대한 본격적인 식민지 개척활동을 했다. 이후, 서인도회사는 1625년에 맨해튼에 가죽거래교역소를 세웠고, 1626년에는 서인도회사 총독이 당시 맨해튼 섬에 살고 있던 인디언들에게 맨해튼을 구입했다. 서인도회사는 네덜란드에서 실려 온 모직 천을 맨해튼에 사는 인디언들의 화폐인 조가비 염주와 교환했고, 이 염주를 가지고 허드슨 강을 거슬러 올라가 포트 오렌지 지역 인디언들의 비버 가죽과 교환했다. 서인도회사는 이 비버 가죽을 네덜란드로 보내며 삼각 무역을 완성했다. 서인도회사는 맨해튼에 교회나 도로 등의 건설을 진행하며 인디언의 습격을 받았고 습격을 막기 위해 통나무 벽을 쌓았다. 1653년에는 영국군의 침략을 막기 위해 맨해튼 남단에 나무목책(wall)을 세웠다. 그 뒤 사람들은 나무목책이 세워진 거리와 인접한 거리를 ‘월가’(Wall Street)라고 불렸다. 


사냥꾼들은 비버 외에도 바다표범과 해달, 밍크, 여우, 너구리 등을 모피 사냥감 타겟으로 활동했다. 바다표범의 경우 수 세기 동안 사냥을 당하여 개체 수가 80% 줄었고 20세기 초부터는 바다표범을 이용한 모피 산업의 쇠퇴가 시작됐다.



 

바다표범과 해달, 밍크, 여우, 너구리 등 모피 소재로 사용되는 많은 동물들은 죽음을 당했다 ⓒkinmount

 

 

Real Fur와 Fake Fur 


모피는 부드러운 털로 덮인 의류 소재로 가공되지 않은 털에 여러 가지 가공을 더해 털의 구김을 바꾸거나 털 모양을 가지런히 정리한 것을 의미한다. 모피는 천연 퍼와 인조 퍼로 구분되는데 천연 퍼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의복 소재로 활용돼 왔다. 대표적인 천연 퍼의 종류로는 족제비과에 속하는 동물로 만든 밍크(Mink)와 여우 털로 만든 폭스(Fox),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야생하는 너구리과 라쿤으로 만든 라쿤(Raccoon), 생후 1년 내의 어린 양털로 만든 램(Lamb), 다람쥐와 비슷한 동물로 만든 친칠라(Chinchilla), 토끼로 만든 토끼털(Rabbit), 천연 모피 중 최고로 꼽히는 담비(Sable) 등이 있다. 

인조 퍼는 환편기를 통해 원료(staple fiber)를 응용위편조직으로 생산한다. 그래서 여러 길이로 파일(pile) 생산이 가능하며,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설계된 구성에 맞게 여러 종류의 섬유를 조합해 방적과 제직 과정을 거친 뒤, 다양한 원단 형태로 제조된다. 


인조 퍼는 천연 퍼보다 가격이 저렴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부담감이 덜하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인조 퍼 종류로는 천연 모피와 비슷하게 만든 AH(Animal hair)와 밍크와 유사하게 만든 DDF(Dope Dyed Fiber), 파일의 끝 부분을 탈색 처리한 DD(Discharge dyeint), 원단에 문양을 넣은 자카드(Jacquard), 스팀과 압력으로 구김을 만든 

모굴(mogul), 원단 표면이나 끝 부분에 무늬를 넣거나 염색한 프린팅(printing), 양모와 비슷하게 만든 램 텀블링(Ram Tumbling) 등이 있다. 인조 퍼가 주로 활용되는 제품의 종류로는 의류·액세서리·가방·완구 등이 있다. 

 

 

▲동물 보호 단체 PETA는 영화배우 올리비아 먼과 모피 산업의 비윤리성을 고발하는 영상을 배포했다 ⓒPETA

 

 
이제는 Fake Fur 시대!

과거 패션 시장에는 고가의 리얼 퍼를 사용한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퍼 제작 업체들의 메인 타겟도 연령대가 높은 상류층 여성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디자이너가 윤리적인 이유 혹은 미적인 이유로 리얼 퍼 대신 페이크 퍼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모피 업체들의 메인 타겟이 젊은 층으로까지 확대됐다. 

 
동물 권리를 위한 단체 페타(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젊은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피 산업의 비윤리성을 고발하는 영상을 배포했다. 해당 영상에는 영화배우 올리비아 먼(Olivia Munn)의 내레이션과 함께 중국에서 모피 수확을 위해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 영상은 페이스북을 통해 다수의 사람에게 전해졌다. 


영향력 있는 일부 브랜드는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며 리얼 퍼가 아닌 인조 퍼를 사용하고 있다. 인조 퍼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늘어나며 패션 시
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다양한 아이템으로 제작 가능한 인조 퍼는 퍼 제품군의 확대를 가능하게 했다.

인조 퍼 소재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로 동물애호가이자 영국 출신 디자이너인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를 들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 페타의 ‘안티레더(Anti-Leather)’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스텔라 매카트니는 과거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디자이너로서 피를 묻힌 소재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이것이 내가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그는 2008년에 선보인 컬렉션에서 천연 퍼 대신 합성섬유로 만든 인조 모피와 인조 가죽으로 제작한 의상들을 선보였다. 이후에도 스텔라 매카트니는 패션 철학으로 동물보호와 친환경을 내세우며 패션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그는 최근, 아르헨티나에 있는 울 공급업체 Ovis 21이 공개한 양털 절단 동영상을 접하고 해당 목장과 거래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스텔라 매카트니 외에도 캘빈클라인(Calvin Klein)과 자라(Zara), 아소스(ASOS), 랄프로렌(Ralph Lauren) 등이 동물 학대에 반대하며 페이크 퍼를 사용하고 있다.


2015년, 패션계에서 페이크 퍼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브랜드로 ‘쉬림프스(Shrimps)’가 있다. 쉬림프스는 디자이너 한나 웨일랜드(Hannah Weiland)가 2013년에 런칭한 영국 브랜드로, 다양한 색상과 스트라이프 무늬의 코트 등 다양한 의상들을 인조 퍼를 사용해 제작하고 있다. 쉬림프스 제품들은 네타포르테 설립자 나탈리 메스넷과 알렉사 청, 케이트 폴리 등 패션 피플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쉬림프스의 인기는 지난 시즌에 선보여진 쉬림프스 모피 코트가 파리의 봉 마르쉐(Le Bon Marche) 백화점 등에서 품절이 됐었던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나 웨일랜드는 앞으로도 인조 퍼를 사용해 자신만의 다채로운 컬러와 텍스처, 키치한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퍼 의상을 선보일 것이라고밝혔다.


디자이너로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과 드 리브란(De Libran)은 인조 퍼의 미적인 측면을 강조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드리스 반 노튼은 2015 가을 컬렉션에서 연한 핑크와 브라운 컬러를 담아은 인조 모피를 선보였다. 그는 자신의 컬렉션에 대해 “나는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을 가지고 균형을 맞춘다. 인조 퍼를 실크와 함께 사용하거나 직조된 스트라이프와 함께 사용하거나, 리얼 퍼와 함께 사용했다. 이렇게 믹스하면 이 옷을 보는 이들은 이 옷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더는 알 수 없게 된다. 이것은 나에게 패션을 만드는 흥미로운 방법이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드 리브란은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 컬렉션에서 리얼 퍼와 인조 퍼를 혼합해 사용했다. 소니아 리키엘 측은 “페이크 퍼는 재미있다. 그래서 사용했다. 페이크 퍼는 리얼 퍼가 가지지 못한 다양한 컬러와 부피를 가지고 있다. 또한, 10년 전에는 페이크 퍼의 품질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품질이 굉장히 좋아졌다”라며 페이크 퍼를 사용한 이유를 밝혔다.


휴고보스(HUGO BOSS) 등 다수의 브랜드에서 2016년 F/W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리얼 퍼를 전혀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리얼 퍼를 반대하는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은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다. 유명 디자이너들이 앞장서 천연 퍼의 비윤리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인조 퍼의 품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인조 퍼의 매력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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