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4·15 총선, ‘정권 심판’보다 ‘국정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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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갑찬 기자
  • 승인 2020.04.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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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4·15 총선, ‘정권 심판’보다 ‘국정 안정’

 

범여권 190석 확보, 거대 여당 탄생

 

 

그래픽=심미란 디자이너
그래픽=심미란 디자이너

 

중국발 코로나 사태가 정국을 뒤덮었다. 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둔 여·야는 코로나에 쏠린 민심을 되찾고자 진검승부를 펼쳤다. 정국은 요동쳤으며 그 결과 역시 쉽게 예측 불가능했다. 2020년 4월 15일, 역대급 사전투표율과 최종 투표율을 기록하며 21대 국회의 새 주인이 가려졌다. 범여권의 승리로 마무리된 2020총선, 거대 여당의 탄생으로 향후 국정 운영에 어떤 변화를 이끌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 속 치러진 민주주의의 축제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라 불린다. 하지만 일련의 코로나 사태 속에서 이번 총선은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미국의 경우 15개 이상의 주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이 미뤄졌으며 영국 역시 지방선거를 1년 이상 미뤘고 다수의 국가 역시 선거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2월 말 코로나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가운데 2020 총선의 총성은 울렸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떠들썩한 선거 분위기는 연출되진 않았지만 각 당의 후보들은 21대 국회의 주인이 되고자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했다. 전국의 각 투표소에서는 코로나 예방을 위해 발열 체크와 손 소독, 일회용 장갑 착용은 물론 대기 공간에서도 1m 간격을 유지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코로나가 주권 행사의 열의를 막진 못했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로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본 투표에 앞서 치러진 사전투표에서는 역대 최고인 26.69%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2104년 지방선거에서 11.49%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총선 12.1%, 2017년 대선 26.06, 2018년 지방선거 20.1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사전투표에서부터 이번 총선의 높은 관심이 확인됐다.

 

최종 투표율 역시 1996년 총선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21대 국회의원선거의 전체 선거인은 4,399만 4,247명이다. 이 중 2,912만 6,396명이 투표소로 향하며 66.2%라는 최종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1992년 총선 이후 국회의원선거 최고 투표율이며 밀레니엄 시대 이후 두 번째로 60% 이상의 총선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 자가격리자의 별도 투표로 이전 선거 때보다 다소 늦은 6시 15분 출구조사가 발표되기 전까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투표율에 거대 양당은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며 한껏 기대를 높였다. 지상파 3사는 물론 종편과 심지어 일부 유튜버들까지 나섰던 이번 총선의 개표 방송. 출구조사가 발표되자마자 거대 양당의 표정은 상반됐다. 방송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여당은 최대 180석까지 의석 확보가 예상됐으며 제1야당은 100석 내외의 의석을 차지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발표가 공통적이었다. 여당은 승리를 확신하면서도 표정 관리에 나섰고 제1야당은 격전지가 많아 개표를 지켜보자며 애써 당혹감을 감추고자 했다. 자정을 앞두고 개표가 상당수 진행됐음에도 대세는 변화가 없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대표직 사임을 발표하며 사실상 패배를 선언했다.

 

 

코로나 민심은 정권 심판보다 국정 안정을 택했다. 사진=이슈메이커 DB
코로나 민심은 정권 심판보다 국정 안정을 택했다. 사진=이슈메이커 DB

 

 

지역구와 비례정당 개표를 모두 마친 후 각 당이 획득한 의석은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180석,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이며 무소속인 5석이다. 지역별로 서울은 더불어민주당 41석 미래통합당 8석, 경기는 더불어민주당 51석 미래통합당 7석 정의당 1석, 인천은 더불어민주당 11석 미래통합당 1석 무소속 1석, 부산은 더불어민주당 3석 미래통합당 15석, 대구는 미래통합당 11석 무소속 1석, 광주는 더불어민주당 8석, 대전은 더불어민주당 7석, 울산은 더불어민주당 1석, 미래통합당 5석, 세종은 더불어민주당 2석, 강원은 더불어민주당 3석 미래통합당 4석 무소속 1석, 제주는 더불어민주당 3석, 충북은 더불어민주당 5석 미래통합당 3석, 충남은 더불어민주당 6석 미래통합당 5석, 전북은 더불어민주당 9석 무소속 1석, 전남은 더불어민주당 10석, 경북은 미래통합당 13석, 경남은 더불어민주당 3석 미래통합당 12석 무소속 1석을 차지했다. 이번 4·15총선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전체 300석 중 180석을 차지하게 됐다. 이는 1948년 이후 한 당에서 획득한 가장 많은 의석이다. 더욱이 정의당, 열린민주당, 전북 지역 무소속 당선자 등 범여권 의석을 더하면 190석에 이른다.

 

 

코로나 사태에도 이번 총선의 투표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사진=김갑찬 기자
코로나 사태에도 이번 총선의 투표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사진=김갑찬 기자

 

 

 

2020 총선 이모저모

일련의 코로나 사태 속에 펼쳐진 이번 총선은 역대급 투표율과 제1여당의 승리뿐 아니라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우선 몇몇 지역구에서는 세 자릿수의 득표 근소한 차이로 국회의원 배지의 향방이 갈리는 경우가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4·15 총선에서 최소 득표수 차이로 승패가 결정된 지역은 인천동·미추홀을 지역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상현 당선인(4만 6,493표)은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후보(4만 5,322표)보다 171표를 더 얻어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두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단 0.1% 차이였다. 충남 아산갑에서 리턴 매치로 화제를 모은 미래통합당 이명수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후보 역시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이곳에서는 득표율 0.2%와 득표수 564표 차이로 이명수 당선인이 4선에 성공하며 국회의원 배지를 차지했다. 부산 사하갑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당선인이 3만 9,875표를 얻어 3만 9,178표를 얻은 미래통합당 김척수 후보를 697표 차이로 꺾었다. 서울 용산과 경기 성남분당갑에서도 미래통합당 권영세, 김은혜 당선인이 각각 더불어민주당 강태웅 후보와 김병관 후보를 각각 890표와 1,128표 차이로 이겼다. 반면 전국 후보 간 최다 득표수 차는 광주 북구을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이형석 당선인은 10만 8,229표를 얻으며 민생당 최경환 후보를 9만 2,948표 차이로 앞서며 국회에 입성했다.

 

4·15 총선의 또 다른 화젯거리는 문재인 정부 출신 후보자들이 대거 국회 입성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70여 명의 청와대 출신이 총선에 나섰고 이들 중 30명이 후보 자격으로 총선을 완주했다. 선거 결과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20석)에 가까운 19명의 청와대 출신이 국회 입성에 성공하며 이들은 여당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민정 전 대변인은 정치 신인임에도 야권의 대권 잠룡이자 전 서울시장인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 역시 서울 구로을에서 3선 의원인 미래통합당 김용태 의원을 꺾었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 정태호 전 일자리 수석,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도 각각 경기 성남·중원, 전북 익산을, 관악을, 서울 양천을에서 상대 후보를 물리치고 금배지를 달았다.

 

 

출구조사 발표 이전까지 각 당은 저마다 승리를 자신했다. 사진=TV조선 개표방송 캡쳐
출구조사 발표 이전까지 각 당은 저마다 승리를 자신했다. 사진=TV조선 개표방송 캡쳐

 

 

이번 선거에서는 사상 첫 만 18세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는 등 청년들의 국회 입성 역시 이번 총선의 주요 관심사였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30대 지역구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5명과 미래통합당 1명을 합쳐 총 6명이다. 암벽 여제인 감자연 선수의 남편이자 소방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당선인은 경기 의정부갑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무소속 문석균 후보와 미래통합당 강세창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며 소방관 출신의 첫 국회의원 타이틀을 획득했다. ‘조국백서’ 필자이자 변호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당선인 역시 선거 막판 성인방송 출연 논란에도 미래통합당 3선 의원인 박순자 후보를 꺾었다. 미래통합당에서는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당선인이 친문 핵심이자 4선 의원인 최재정 후보와의 리턴매치를 승리를 거두며 미래통합당 유일의 30대 지역구 의원이 됐다.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에서는 1992년생인 정의당 류호정 당선인이 국회에 입성하며 최연소 비례대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더불어시민당 용혜인, 전용기 당선인과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 정의당 정혜영 당선인 등이 20~30대 청년 국회의원으로 21대 국회에서 청년 정책에 힘을 쏟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총선에서 180석을 획득한 여당은 국정운영에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번 총선에서 180석을 획득한 여당은 국정운영에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거대 야당, 文 정부 숙원인 개헌 이룰까

문재인 정부는 4년 중임제 도입과 지방 분권 강화, 선거 연령 하향 조정, 대통령 권력 분산 등을 골자로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에 국민투표를 제안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국회에서는 어렵겠지만 다음 국회에서 개헌이 지지받는다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한민국 헌법 128조의 헌법 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나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되기에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 독자적 개헌 발의도 가능하다. 그러나 개헌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2/3인 20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찬성해야 가능하기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의석수가 180석이며 범여권인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의 9개 의석, 거기다 전북에서 당선된 이용호 당선인까지 더해도 190석이다. 반면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개헌 저지선(100석)은 지켰다는 점에서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다. 따라서 다가오는 21대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숙원 과제인 개헌을 범여권이 추진하려면 미래통합당과의 협상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래통합당 역시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선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각론에서 범여권이 추진하는 개헌안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범여권의 독자적 개헌 논의는 쉽지 않겠지만 180석을 확보한 여당은 21대 국회에서 과반 찬성이 필요한 법안 의결은 독자적으로 가능하다. 국무총리, 헌법재판관, 대법관 등의 임명 동의안 역시 야당의 협조 없이 가능하다. 보통은 원내 1당이 우선시되는 국회의장 자리도 여당이 무난히 가져올 것으로 보이며 국회 부의장 2석 중 1석 역시 제3 정당이 눈에 띄지 않기에 여당의 몫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재적의원 3/5 찬성이 필요한 패스트트랙 역시 여당 단독으로 지정 가능하며 필리버스터 역시 재적의원 3/5가 요구하면 중단 가능해 이 역시도 가능하다. 이처럼 이번 선거에서 단독으로 180석을 획득한 더불어민주당은 다가오는 21대 국회를 단독으로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입법 권력을 가지게 됐다.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 패배로 상당한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통합당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 패배로 상당한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통합당

 

 

일련의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민주주의의 축제를 무사히 마쳤다. 이제 축제는 끝났다. 다가오는 5월 30일 새롭게 출발할 21대 국회.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지난 20대 국회의 오명을 벗고 정권 심판보다 국정 안정을 택한 국민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이길 모두가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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