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Special Interview] 가수 핫펠트
[이슈메이커_ Special Interview] 가수 핫펠트
  • 김갑찬 기자
  • 승인 2020.05.01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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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원더걸스 예은이 아닌 인간 박예은의 잠겨있던 시간들

 

 

ⓒ아메바컬쳐
ⓒ아메바컬쳐

 

데뷔 14년 만의 첫 정규앨범 ‘1719’

K-POP의 성장세가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속 주인공이기도 했던 H.O.T를 비롯한 젝스키스, 신화, SES, 핑클, G.O.D, 베이비복스 등은 대한민국 1세대 아이돌로 불리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이들에 이어 2000년대 중반 이후 슈퍼주니어, 빅뱅, 샤이니, 카라,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2세대 아이돌로 불리는 이들 그룹은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K-POP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며 1세대 아이돌보다 더 넓은 활동 반경과 인기를 자랑했다. 2020년 현재 3세대 아이돌의 대표주자인 BTS, 엑소,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은 전 세계에 K-POP을 하나의 장르로 각인시키며 글로벌 아이돌의 위치에 올라섰다.

 

이처럼 전 세계가 주목하는 K-POP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급성장의 초석이 됐다. 흔히 대한민국 3대 기획사라 불리는 SM, YG, JYP를 비롯해 BTS의 전 세계적 인기로 단숨에 엔터테인먼트 업계 빅3의 자리를 위협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까지 이들의 브랜드 파워와 가치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 못지않다. 따라서 수많은 기획사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너도나도 아이돌 제작에 나서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화려한 K-POP 성공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아이돌이 데뷔하고 사라지는 현실에서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만을 쫓아 치열한 경쟁 속에 방치된 아이돌 가수들. 성공의 여부를 떠나 이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상상 이상이며 이들의 목소리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얼마 전 스스로 하늘의 별이 된 가수 설리와 구하라를 비롯해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공황장애 등의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Tell me’, ‘So hot’, ‘Nobody’ 등의 노래로 대한민국 대표 걸그룹으로 활동했던 원더걸스. 이들 역시 국내뿐 아니라 미국 무대 진출까지 나서며 그 누구보다 화려했던 전성기를 만들어왔다. 원더걸스의 데뷔부터 해체까지 모든 역사를 함께해온 예은 역시 대중에게는 늘 밝고 빛나는 스타였다. 이제는 원더걸스 예은이 아닌 ‘핫펠트’라는 이름으로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그 역시도 남모를 아픔의 시간을 극복해왔다. 원더걸스 예은이 아닌 인간 박예은의 잠겨있던 시간을 들려주고자 데뷔 14년 만에 첫 솔로 정규앨범과 스토리북을 선보인 가수 핫펠트의 이야기를 이슈메이커가 함께해 보았다.

 

 

ⓒ아메바컬쳐
ⓒ아메바컬쳐

 

데뷔 첫 솔로 정규음반의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사실 솔로 정규앨범은 더 오래전부터 준비했었다. 2017년 가을 혹은 겨울쯤 선보이는 것이 목표였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뒤돌아보니 더 나은 콘텐츠를 팬들에게 선보이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기존에 만들어진 음악 이외에 이후 가진 방황과 고민의 시간이 모여 이번 앨범 ‘1719’가 완성된 것 같다. 더욱이 음반과 스토리북을 함께 준비해야 했기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녹음도 1달 반 이상 진행했고 컨디션 관리도 중요했으며 한 곡 한 곡 모든 수록곡에 애정을 쏟았다. 저에겐 이번 앨범과 스토리북이 오롯이 저만의 시간이었고 땀과 눈물의 집합체이다. 인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기에 많은 분에게 전해지고 사랑받으면 좋겠다.”

 

대중에게는 여전히 핫펠트보다 원더걸스 예은의 이미지가 친숙하다

“아직도 언론에서는 예은과 핫펠트라는 이름을 함께 사용하는 것 같다. 우선 핫펠트(Heartfelt)는 이전에도 밝힌 바 있지만, 진심이 담긴 음악, 마음이 느끼는 음악을 HOT하고 새롭게 만들겠다는 뜻이 담았다. 원더걸스 당시에도 그룹 활동은 예은으로, 솔로 활동은 핫펠트를 사용했다. 기존에 팬들에게 다가갔던 원더걸스의 레트로풍 음악과 밝은 이미지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지향하는 음악색과 달랐다. 내면의 감정을 꺼내어 우울함, 슬픔, 분노까지도 풀어내고 싶은데 원더걸스 예은의 이미지는 대중에게 이질감만 더할 것 같았다. 따라서 이번 솔로 청 정규앨범 역시 원더걸스 예은이 아닌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을 들려주고픈 열망이 강했기에 핫펠트라는 이름을 이어갔다.

 

첫 정규앨범 ‘1719’는 어떤 앨범인가

“이번 앨범은 총 14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곡이 더블 타이틀곡이다. 우선 첫 번째 타이틀곡은 8번 트랙의 ‘Satellite’이다. 이 곡은 영화 ‘그래비티’에서 영감을 얻었다. ‘단지 넌 스스로 빛날 뿐이며 넌 너만의 길을 가’라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특히 엠비션뮤직 소속의 ‘힙합씬 루키’ 래퍼 애쉬 아일랜드(ASH ISLAND)가 피처링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두 번째 타이틀곡은 9번 트랙에 수록된 ‘Sweet Sensation’이다. 이 곡은 갇힌 일상에서 벗어나 가볍게 감상할 수 있는 사운드를 구현하고자 했다. 완벽한 하루가 될 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곡명처럼 달콤한 감성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두 번째 타이틀곡 역시 같은 아메바컬쳐 소속인 ‘쏠’이 그루비하면서 소울풀한 보이스로 피처링해줬기에 신선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두 곡 이외에도 ‘Life Sucks’, ‘피어싱’, ‘Make Love’, ‘Solitude’, ‘3분만’, ‘Bluebird’, ‘Sky Gray’, ‘How to love’까지 10트랙의 신곡이 이번 정규 앨범에 포함됐다. 또한, 이전 싱글에서 선공개했던 ‘위로가 돼요’, ‘Cigar’, ‘새 신발’, ‘나란 책’까지 총 14곡이 담겼다.”

 

 

 

ⓒ아메바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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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을 스토리북과 함께 선보인 이유가 있는가

“이번 정규 1집 ‘1719’는 불안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17세에서 19세 사이의 이야기처럼 제가 싱어송라이터로서 본격적 행보를 보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제게 잠겨있던 시간들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다. 오랫동안 일기를 써왔고 평소에도 그때 느낀 감정과 영감을 핸드폰이나 수첩에 메모하는 편이다. (소속사 측에 따르면 평소 다양한 분야에서 인터뷰를 비롯해 기고, 추천사 등의 러브콜을 받을 만큼 필력을 인정받는다고 함) 이번 정규앨범이 그동안 팬들에게 들려주지 않았던 가족, 사랑, 이별 등 핫펠트의 자전적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으려 했고 이는 음악뿐 아니라 스토리북으로 함께 한다면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스토리북의 부제를 ‘잠겨 있던 시간들에 대하여’라고 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스토리북 각 챕터는 앨범 트랙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에 어울리는 일러스트와 손글씨, 낙서, 명언 등이 포함돼 팬들에게 저의 생생한 감정 전달이 가능할 것 같다.”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만큼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앨범과 스토리북을 완성하고 가족에서 첫선을 보였을 때 가장 떨렸다. 엄마는 제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힘든 시간을 겪어온 것을 알기에 감회가 남다른 것 같았다. 그간 하지 못한 말을 아티스트로서 글과 음악으로 속 시원하게 표현한 것에 대견해하며 지지하고 응원해줬다. 언니의 경우도 어린 시절 이야기가 많다 보니 예전 생각도 많이 나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좋아했다. 동생은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엄마와 언니가 상처받을 수 있으니 잘 다독이라는 응원과 조언을 함께 남겼다.”

 

이번 앨범과 스토리북에서 자전적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어왔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할 때쯤 소속사와 지인들의 권유로 상담을 받게 되었다. 1년 정도 상담 과정을 거치며 상담 선생님께서 글쓰기를 권했다. 평소 잘 풀어내지 못하는 감정을 글로 풀어내면 상담 효과도 좋아지며 힘든 시간들도 극복할 수 있다고 추천했다. 실제로 이러한 과정들이 효과가 있었지만, 이를 대중에게 오픈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많았다. 지금까지는 내 이야기를 음악으로만 전했다면 음악으로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글로 전한다면 제 음악을 잘 이해해주리라는 생각에 공개를 결심했다.”

 

 

 

ⓒ아메바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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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번 앨범 작업을 통해 힘든 시간은 모두 극복했는지

“하루아침에 극복했다면 거짓말이다. 저 역시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의 과정에서 괜찮다고 생각하면 다시 무너지고 이를 극복하며 일어서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가장 큰 도움은 앞서 말한 것처럼 상담이었다. 상담을 추천해준 소속사와 가족, 친구들이 진심으로 저를 믿고 챙겨줬기에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상담에 거부감도 있었다. 생소했고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상담 회차가 거듭되며 막아놓았던 제 인생 뒷부분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상담 이외에 책이나 영화 등도 많은 도움이 됐다. 예술의 힘이 저에게 다시 음악을 할 수 있었던 힘을 더해줬다.”

 

원더걸스 예은으로서 지난 삶을 돌아보자면

“원더걸스로 활동할 당시 나이도 그랬지만 실제 원더걸스로서 살아온 시간들이 저에겐 대학 생활 같았다.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고 친구 같은 멤버들과 함께 평생 이루지 못하고 해보지 못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꿈이 이뤄진 시간이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진짜 멋진 일을 했고 가장 반짝였던 시간이다. 어떤 분들은 원더걸스의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냐고 묻는데 사실 솔로 활동 초기에는 원더걸스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제는 제가 그러한 부분을 기대하지도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원더걸스 예은과 지금의 핫펠트는 자연스레 분리되는 것 같다. 특별히 이를 위해 노력하며 타인의 생각에 관심을 두기보다 내 생각에 집중하고자 했다.”

 

일상의 박예은은 어떤 사람인가

“속된 말로 막산다. 그때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다 하고자 한다. 친구들과 갑자기 한강에 가기도 하고 비가 오면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시곤 한다. 이런 게 행복 아닐까? 인생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계획되지 않은 일상을 좋아한다. 무계획 속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삶이 인간 박예은의 삶이다.”

 

 

ⓒ아메바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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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을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직설적으로 나도 이렇게 사니깐 너도 꼭 살라고 전하고 싶다. 모든 대중에게 해당하진 않지만 고민이 있는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가 이 앨범과 책으로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 물론 희망적인 이야기만 담진 않았고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내용이 다소 불편하게 다가갈 수도 있지만, 타인을 더 고통스럽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냥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겪는 힘든 일 중 하나로 공감해주길 바라며 나도 이런 시간을 극복했으니 다른 이들도 어떻게든 희망을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어떤 30대를 보내고 싶은지

“조금 더 프리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원더걸스 때는 잘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춤, 노래, 몸매관리, 영어 인터뷰 등에 집중했다. 이제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음악 자체에 집중하고 이 음악을 어떻게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겠냐는 고민이 앞선다. 불편한 욕심이 줄어들며 내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30대가 된다면 이전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핫펠트는 후배 가수들과 이 글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도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연예계에서 연이어 좋지 않은 일들이 발생했어요. 가까이는 아니지만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다수의 아이돌 가수들이 비슷한 고통에 마주했다고 생각합니다. 조심스럽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든 상황에 직면한 모든 이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무엇을 해도 좋으니 일단 살아가길 바랍니다. 일을 그만둬도 좋고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오늘 하루를 살아갈 이유를 찾아보라고 전하고 싶어요.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충족했을 때 자책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 역시도 원더걸스 활동 당시 야식을 먹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늦게 자거나 연습을 하지 않는 일에 스스로를 혐오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로봇이 아니기에 자신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없어요. 자신에게 더 관대하고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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