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소방관이 전하는 안전 메시지
11월 9일, 소방관이 전하는 안전 메시지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11.09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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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11월 9일, 소방관이 전하는 안전 메시지


국민 안전 위해 위험과 싸우는 것이 소방관의 사명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소방의 날은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이해를 높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하지만 소방의 날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화재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또한, 화재를 진압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소방관 조차 화재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통 받는 영웅, 소방관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1,714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거나 부상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소방공무원의 수는 3만 5,610명인데 그중 공사상자는 343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0.97%에 달하는 사상률로 일반 공무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또한, 미국의 소방관과 비교했을 때 약 2배, 일본과는 5배나 높은 순직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소방공무원의 평균 수명은 58.8세로 한국 남성 평균 수명보다 20여년이 짧다. 공무원연금공단 ‘연도별 퇴직연금 수급자 직종별 평균 사망연령’ 자료(2014년)에서는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퇴직한 소방공무원의 평균 수명은 58.8세로 전체 공무원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적인 사실은 전국 소방 공무원 중 절반 이상이 '건강이상자'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4년,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안전처(당시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소방 공무원 3만 5,881명에 대한 특수 건강검진 결과 그 중 1만 9,231명이 '건강이상자'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소방공무원 질병 1위는 '눈·귀 유양돌기(귀 뒤쪽 공기주머니) 질환'으로 조사됐으며, 이 질병을 앓고 있는 소방공무원은 3416명으로 전체 27.7%를 차지했다. 이밖에 소방공무원들은 순환기계(24%)·호흡기계(18.4%)·내분비계(18.3%)·비뇨생식기(11.6%) 질환 등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울증 역시 소방관이 앓고 있는 질병 중 하나다. 현재 소방관 10명 중 1명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9월 20일 국민안전처와 지방자치단체 소방본부 자료를 분석해 소방관의 10.8%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불감증 사회에서 외면 받는 사람들
지난 2014년 발생한 화재는 4만 2천 건으로 325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2,000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같은 해 응급구조 현황은 45만 건이 되며, 하루에 455명이 구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국내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증가했지만, 화재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화재사고가 발생하면 찾게 되는 번호가 119다. 화재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떠오르는 이 숫자는 문이 잠겼거나 핸드폰을 하수구에 빠졌을 때, 혹은 사람을 찾을 때에도 눌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소방관에 대한 처우 역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9월에 진행 된 국정감사에서는 소방관들의 안전장비가 부족할 뿐더러 상당수가 노후한 사실이 드러났다. 방화복은 확보율이 83%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서 21%는 낡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호흡기와 헬멧도 턱없이 부족했다. 소방관의 열악한 실태가 오래 전부터 꾸준히 언급돼왔지만 여전히 소방관은 자신의 목숨을 지켜줄 장비하나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있다. 이에 열악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위하 고군분투하는 소방관의 입장을 알기 위해 36년 간 현역 소방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포소방서의 김유만 재난안전과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유만 김포소방서 재난안전과장과의 인터뷰 내용

 

현재 소방관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와 어려움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우선 시급한 것이 인원부족과 노후화된 장비라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화재발생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인력은 턱 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경기도의 소방인력을 보면 법정기준(9,142명)의 53% 수준인 4,830명에 불과하며 경기도 소방관 1명이 담당하는 주민 수는 1,981명으로 전국 평균 1,341명의 1.5배에 이릅니다. 또한, 장비의 노후화 역시 문제입니다. 특히 소방차의 내구연한은 구급차 5년, 펌프차 10년, 탱크차 10년, 고가차 12년으로 이 기간이 도래되면 교체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상당수 차량이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소방관들은 현장에 출동하면서부터 소방차량에 의존해 소방 활동을 하기 때문에 소방차가 작동이 되지 않을 시에는 초기진화활동에도 지장이 있지만, 소방관들의 생명에도 치명적입니다. 내구연한이 지난 차량은 정부의 예산을 우선순위로 배정하여 빠른 시일 내에 교체해야 하며, 부족한 소방인력도 점진적으로 보강해야 합니다.

화재나 인명 구조 시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소방관이 많다고 알려졌습니다. 소방관의 안전을 위해 선행돼야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소방관들의 입장에서 보면 화재는 순간적인 확산(플래시오버, 백드래프, 화이어 볼 등)과 폭발?붕괴 등 예측불허의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예기치 않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관들을 다치거나 사망하기도 합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소방서에서는 사전에 철저한 교육과 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화재현장은 건물 내에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세밀히 알 수 없으므로 항상 위험이 잔존하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따라서 소방관들의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건물구조를 가연성이 아닌 내화성 혹은 불연성 제품으로 건축해야 합니다. 최근에 발생한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냉동 창고 화재(2013.5.3.),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 화재(2015.1.10.), 경기도 김포시 제일모직 물류창고 화재(2015.5.25.)는 시공하는 과정에서 저가의 불에 잘 타는 단열재 또는 샌드위치 패널 등을 설치해 연소가 급격히 확대된 화재였습니다.
현재 샌드위치 패널 구조 건축물에 대한 법이 강화됐으나 여전히 가격이 저렴하고 시공이 간단하여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는 불이 내부로 타고 들어가기 때문에 불이 확인되지 않아 화재진압이 어렵고 붕괴의 우려도 있어 소방관들이 진화하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따라서 화재안전성능을 갖춘 구조로 된 건축이 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0년 이상 소방관으로 근무하시면서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이 있으셨다면 무엇입니까?
소방관으로 36년 간 근무하면서 수 없이 화재현장을 비롯해 구조?구급현장 등에 출동해 화재진압 및 인명을 구조하는 것이 생활화 되었지만, 백화점과 쇼핑센터 등 대형 건물화재와 지하층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대응하기 어려웠습니다. 
힘들었던 부분은 2002년 경기도 부천에서 근무할 때 한 전자회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얼굴전체에 2도 화상을 입었을 때입니다. 그 날 화재현장에서 현장지휘를 하고 있는 도중 건물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나 충격을 받으며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 사건 당시 저를 포함해서 10여명의 직장동료가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사건 후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었고, 지금도 거울에 비친 얼굴에 보이는 화상 자국을 보면 그 당시의 끔직한 화재현장이 생각이 나서 몸이 움츠려들곤 합니다.
 
주차장의 소방차 표기구역을 연구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연구 이유와 목적은 무엇이었는지요?
공동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신속한 소방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단지 마다 소방차 전용주차 구역을 표기해서 지정해 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방차 전용주차구역 표기는 1996년 내무부 소방국에서 소방차 전용주차구획선 표준모델 표기를 전국 시?도 소방관서에 시달한 것이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출동하게 되면 소방차 전용주차 구역에 일반차량들이 무분별하게 주차를 하여 신속한 소방 활동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2014년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에서 ‘공동주택 소방활동 공간 확보’라는 주제로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현행 표기는 시행한지 20년이 되었으며, 사람들에게 인지적?시각적으로 공감하는데 부족하다는 설문결과를 얻었습니다. 
이 후 공공성과 상징성을 갖춘 새로운 디자인으로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 쉽게 인지시키는 소방차 전용주차구역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인지적 요인과 시각적 요인을 갖춘 ‘픽토그램’ 컨셉으로 디자인 전문가에게 의뢰를 하여 Re-design했고, 이는 현재 다양한 아파트 단지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궁극적으로 신속한 소방 활동 수행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으로써 국가의 인적자원과 물적 자원을 확보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국내 소방관의 처우에 대해서도 개선돼야할 부분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근무시스템에 대한 개선으로 현재 24시간 교대근무와 8시간 3교대 근무를 병행 시행되고 있으며, 2교대 근무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이는 세계인권기구가 권장하는 노동시간을 4시간이상 초과한 수치로 육체적인 화재현장 활동을 수반하는 점을 감안할 때 안전사고의 우려가 높아 보입니다. 경찰, 교도관 등 유사직종의 경우에는 3교대 또는 4교대 근무를 하고 있어 소방관의 근무형태도 24시간 교대근무가 아닌 3교대 또는 4교대 근무로 전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방관은 매년 10여명의 순직자와 다수의 공상자가 발생하는 등 타 직종에 비하여 위험성이 높은 직업입니다. 하지만 소방전문병원이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소방전문병원 설립이 시급합니다. 또한, 위험성이 있는 특수직종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위험수당(5만원)으로 직원 사기 및 의욕이 저하되고 있어 이러한 점도 개선됐으면 합니다.
 
소방과 관련한 철학이 있으시다면 궁금합니다.
1980년 1월1일 임용되어 현재까지 36년 동안 청렴한 생활을 신조로 실천하여 왔으며, 친절하고 공정한 업무수행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소방업무에 있어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나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항상 최선을 다하여 봉사와 헌신으로 수행하여 왔고,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관의 입장보다는 민의 입장에서 대민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저 뿐만 아니라 현재 모든 소방관이 갖고 있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소방의 날을 맞아 소방 안전을 위해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듣고 싶습니다.
화재를 비롯한 모든 사고는 부주의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생활하는데 있어서 에너지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전기, 가스, 유류 등을 안전하게 사용하면 편안하고 행복한 생활이 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게 되면 생명과 재산을 잃게 되는 위험한 물질이 됩니다. 따라서 에너지를 사용하고 나서 반드시 확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생활주변에 불에 탈수 있는 물건이나 위험한 물건이 없도록 세심한 주변정리도 필요합니다.
매년 11월 9일은 소방의 날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겨울철로 들어서는 기간이라 화재발생이 증가합니다. 때문에 철저한 화재예방이 필요하며 국민 모두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밀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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