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중도 업고 대세론 굳힌 관록의 ‘올드보이’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중도 업고 대세론 굳힌 관록의 ‘올드보이’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4.03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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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중도 업고 대세론 굳힌 관록의 ‘올드보이’
 
 
ⓒGage Skidmore/Flickr
조 바이든 前 미국 부통령 ⓒGage Skidmore/Flickr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경선 일정 최대 이벤트인 ‘슈퍼 화요일’에서 화려한 부활의 날개를 펼쳤다. 이어 펼쳐진 연이은 경선에서도 연승을 내달리며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눈앞에 둔 상태다. 경선 초반 2곳의 레이스에서 굴욕적인 성적을 내며 정치 생명이 끝났다는 관측까지 제기된 것을 상기하면 외신의 “역사적이고 믿을 수 없는 컴백”이라는 표현도 과장됨이 없어 보인다.
 
‘슈퍼 화요일’ 승리로 민주당 대선주자 자리 ‘성큼’
지난 3월3일(현지시간) 14개 주에서 열린 ‘슈퍼 화요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10개 주에서 1위를 기록하며 대승을 거뒀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열린 초반 2곳의 경선에서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하고, 세 번째 경선 지역인 네바다에서도 2위에 그쳐 ‘요란한 빈 깡통 취급’을 받으며 중도 하차 가능성까지 제기되었다가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를 두고 CNN은 “바이든이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빠르고 예상치 못한 복귀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연단에 올라 “며칠 전까지 언론은 우리가 죽었다고 했지만 우리는 살아있다”라고 외쳤다. 지지자들은 “나가자 조(Let's go Joe)”를 연호하며 열광했다.
 
바이든 부활의 서막은 지난 2월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이었다. 배수진을 치고 나선 바이든은 50%가 넘는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압승을 거뒀다. 이후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 중도 진영 후보들이 잇따라 사퇴하며 경선 지형이 급변했다. 슈퍼 화요일 이후에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까지 퇴진과 동시에 바이든 지지를 선언해 중도 진영이 ‘반(反) 샌더스’ 기치 아래 결집했다. 그는 본격적인 양자대결 구도가 완성된 후 치러진 6차 ‘미니 화요일’ 경선에서도 압승을 거두며 불과 보름 남짓한 시간 만에 ‘바이든 대세론’을 굳히는 데 성공했다.
 
3월15일 현재 바이든 전 부통령은 890명의 대의원을 확보했고, 샌더스 상원의원은 736명을 확보했다. 민주당 경선은 전체 대의원의 과반인 1,991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는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된다. 직 승자를 확신하기엔 이르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여러모로 샌더스에게 불리한 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 정치 전략가 덕 허먼은 “버니를 향한 창문이 닫히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경선 초반 선두에 오른 샌더스 의원은 ‘너무 급진적이어서 대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는 4년 전의 비토 레퍼토리가 반복되며 지지세를 크게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과 마찬가지로 무소속으로 대선 경선에 참여하고 있다 보니 중도 표심이 결집하는 상황 속에서 향후 경선 레이스 역시 험난한 싸움이 예상된다.
 
 
무려 50년 가까이 미국 정치권력의 중심부에서 활동한 경험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Gage Skidmore/Flickr
무려 50년 가까이 미국 정치권력의 중심부에서 활동한 경험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Gage Skidmore/Flickr

 

비극적 가정사, ‘패밀리 맨 바이든’ 만들어
1942년 펜실베이니아 주 스크랜턴에 사는 아일랜드계 가정에서 태어나 델라웨어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바이든은 27세에 델라웨어주 뉴캐슬 카운티의 지방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바이든은 1972년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이던 케일럽 보그스를 꺾고 미국 역사상 6번째 최연소인 30살의 나이에 상원의원에 당선된다. 당시 보그스는 하원과 델라웨어 주지사, 상원까지 7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던 ‘거물’ 정치인이었다.
 
단숨에 전국구 스타가 되었지만 채 몇 주가 지나지 않아 부인인 넬리아가 세 자녀를 데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갔다가 트럭에 치여 13개월 된 딸 나오미와 함께 사망하는 비극을 겪었다. 바이든은 중상을 입은 두 아들의 치료를 위해 상원의원 포기 의사를 전했지만 이듬해 1월 아들이 입원 중인 병실에서 의원 취임 선서를 했다. 이후 바이든은 1977년 지금의 부인 질과 재혼해 딸 애슐리를 낳았다.
 
한편 당시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건졌던 두 아들 중 장남인 보 바이든은 2015년 46세의 나이에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대선 출마설이 나돌기도 했던 바이든은 이 충격으로 인해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불출마했다. 미국 타임지는 “미국인은 반세기 동안 바이든이 슬픔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고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그가 비극적인 가족사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힘차게 부활하는 모습에 많은 미국인들이 격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델라웨어주에서 6년 임기의 미 연방 상원의원을 내리 6선을 했다. 1987년부터 1995년까지 상원 법사위원장을 지냈고, 두 차례에 걸쳐 상원 외교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는 8년 간 부통령직을 수행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약점인 민주당 주류와 백인 노동자층의 지지를 끌어올렸고, 본인 역시 오바마의 유산을 통해 현재 흑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대권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88년에는 로스쿨 재학 당시의 논문 표절과 대선 경선 연설에서 영국 정치인의 연설문을 표절하며 중도 낙마해야 했고, 2008년에는 오바마 돌풍을 극복하지 못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중도 표심이 결집하는 상황 속에서 향후 경선 레이스 역시 험난한 싸움이 예상된다. ⓒGage Skidmore/Flickr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중도 표심이 결집하는 상황 속에서 향후 경선 레이스 역시 험난한 싸움이 예상된다. ⓒGage Skidmore/Flickr

 

풍부한 정치적 경륜과 전문성 강점
이처럼 무려 50년 가까이 미국 정치권력의 중심부에서 활동한 경험은 바이든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 속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관록’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불행히도 이 바이러스는 현 행정부의 심각한 결점을 드러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조치가 미흡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대중의 두려움은 대통령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인해 증폭되고 있다”며 전염병 사태에 대한 전면적인 ‘국가적 대응’이 필요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에 미숙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 진단 검사의 실시를 지연하는 등 신속한 대응에 실패한 데다 증시와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경기침체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는 확산됐고, 주식시장은 폭락해 행정부의 건강 위기 대응 능력이 비난을 받고 있다”며 “바이든의 컴백이 트럼프를 더욱 나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바이든의 상승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의 인종주의적 정책이나 독단적인 정치 스타일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에게 바이든이 가장 ‘안전한 선택지’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경선 이후 테리 매콜리프 전 버지니아 주지사는 “버지니아에는 ‘트럼프에 투표할 수는 없지만 그럼 그 대안으로 투표할 사람을 달라’고 말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있다”며 “바이든은 항상 그 리스트 상단”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중도 성향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들의 표를 잠식할 수 있어 공화당 표를 가져올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조 바이든은 6년 임기의 미 연방 상원의원을 내리 6선을 했고, 2008년부터는 8년 간 부통령직을 수행하며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오바마 백악관/Flickr
조 바이든은 6년 임기의 미 연방 상원의원을 내리 6선을 했고, 2008년부터는 8년 간 부통령직을 수행하며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오바마 백악관/Flickr
 
 
잦은 구설수와 차남 문제가 발목 잡을 수도
바이든의 가장 큰 약점은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없다는 점이다. 단순히 고령의 나이인 점 때문이 아니라 ‘기득권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 시작 전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 “유권자의 의도적 지지라기보다는 그에 대한 친숙함 때문”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변화를 원하는 젊은 유권자들의 욕구를 충분히 자극하지 못한 채 경선을 마칠 경우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그랬던 것처럼 본선에 가서 당을 제대로 결집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언으로 인한 구설수도 잦은 편이다. 미주리 경선 유세 도중 “우리는 오직 트럼프를 재선출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취지를 강조하려다 저지른 말실수였지만 ‘트럼프에게 투표하라’는 것처럼 들려 지지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이 부인인 질 여사를 “내 여동생”이라 칭하고, ‘슈퍼 화요일’을 ‘슈퍼 목요일’이라고 표현하는 실수도 범했다. 여성들의 어깨나 머리를 잡아 ‘나쁜 손’ 논란이 빚어진 일도 많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슬리피 조’로 부르며 공세를 거듭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에 미숙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백악관/Flickr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에 미숙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백악관/Flickr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차남 헌터다. 사생활 문제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추를 낳았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바이든 부자가 연관된 것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검찰이 2015년 말 헌터가 이사로 활동하던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부리스마를 수사하려고 하자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검찰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는 설은 여전히 화약고다.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경우 트럼프측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는 순간 그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여러 강점과 약점이 공존하는 속에서 바이든은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경우 주요 경합 지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얻고 있다. 하지만 높은 지지율도 4년 전 힐러리 민주당 후보의 경우처럼 투표로 연결되지 않으면 허수다. 결국 바이든의 운명은 샌더스의 재역전극이 펼쳐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의 열렬한 지지자를 얼마나 잘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숱한 변수가 가득한 이번 대선 구도에서 지지층의 공고한 결집이 표심을 붙잡을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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