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let syndrome] ‘햄릿 증후군’, 선택의 갈림길에서 망설이는 사람들
[Hamlet syndrome] ‘햄릿 증후군’, 선택의 갈림길에서 망설이는 사람들
  • 민문기 기자
  • 승인 2015.11.08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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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민문기 기자]

 


 

 ‘햄릿 증후군’, 선택의 갈림길에서 망설이는 사람들 

 

결정 장애 겪는 현대인들을 위한 큐레이션 서비스 호황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에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말했던 햄릿 왕자의 말에서 유래한 이 증후군은 쏟아지는 정보 때문에 어떤 것을 고르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 고민만 하다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결정 장애 증상을 뜻한다. 이에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일컫는 ‘맞춤 추천’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며, 관련 업계는 새로운 호황을 맞이했다.



넘치는 정보가 만들어낸 선택 방해


주부 A 씨는 집안에 쌓인 먼지를 보고 청소기를 사기 위해 가전제품 매장에 방문했다. 디자인과 성능이 다른 무선청소기와 유선청소기 두 개가 A 씨의 눈에 들어왔다. 동선이 자유로운 무선청소기와 충전할 필요가 없는 유선청소기 모두 포기할 수 없었다. 무엇을 살지 결정하지 못한 A 씨는 집으로 돌아왔다. 매장을 오간 지만 한 달째, A씨는 결국 청소기를 구입하지 못했다. 회사원 B 씨는 점심시간만 되면 걱정이 밀려온다. 늘 먹는 점심식사이지만 메뉴 선택을 쉽사리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번 같은 시간만 되면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하나?’ 걱정하는 결정 장애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처럼 음식 메뉴를 결정하거나 이사를 하는 것 같은 대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지 못해 불안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의 심리를 ‘결정 장애’ 혹은 ‘햄릿 증후군’이라고 한다. ‘인생은 B(Birth·탄생)와 D(Death·죽음) 사이의 C(Choice·선택)’라는 프랑스의 사상가 장폴 샤르트르의 말처럼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사회가 개인화되면서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은 많아지며, 정보의 홍수로 인해 선택지도 늘어나면서 ‘자기 스스로 결정하기’는 더욱 복잡한 일이 됐다.  
 

  ‘스스로 살아가는 힘’의 저자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는 “결정 장애는 정식 병명이 아니다. 사회적 신드롬이나 현상 정도로 보는 것이 알맞다”며 “어렸을 적 부모가 삶에 개입을 많이 해 선택의 기회가 차단된 과잉 양육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결정 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과 문화의 발달로 선택지가 많아지고 사회의 개인화로 선택에 대한 권한이 급격히 발달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실제로 과거와는 달리 몇 년 사이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 중 ‘회사를 관둘까 말까’, ‘학부 전과를 할까 말까’,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등의 개인적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늘었다. 젊은 사람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남에게 결정을 맡기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센터장 김난도 교수)’는 2015년 한국 소비 트렌드의 첫 번째 키워드로 ‘햄릿 증후군’을 꼽기도 했다.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인생이 복잡해지니까 10년 전부터 ‘멘토링’, ‘라이프 코치’가 유행하기 시작했다”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뉴스를 간추려주는 야후의 뉴스 다이제스트나 허핑턴 포스트가 등장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쇼핑부터 배달까지 큐레이션(Curation)이 만든 신풍속도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판 햄릿’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결정장애 마케팅’도 성행이다. 음식점의 메뉴판에는 ‘아무거나’, ‘주방장 마음대로’ 같은 메뉴가 등장하며 웃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최근엔 결정을 돕는 스마트폰 앱도 등장했다. 점심 메뉴와 같은 사소한 선택을 도와주는 라이프스타일 앱이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바지 색깔 결정’, ‘성형을 할까 말까’ 등의 질문을 올려 투표에 붙이는 앱도 젊은 층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백화점이나 유통업계에서는 고객의 쇼핑 패턴을 분석해 결정을 돕는 각종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인터넷에서 수집된 수많은 정보를 이용자의 입장에 맞게 가공해 원활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일컫는다. 미술계에서 화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선별해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curator)’에서 파생된 말이다. 최근 큐레이션 서비스는 유통, 패션, 도서,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면서 차세대 필수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오픈마켓에서는 큐레이션 쇼핑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SK플래닛 11번가는 기존 쇼킹딜에서 큐레이션 기능을 추가한 ‘쇼킹딜 십일시’를 출시했다. 기존 상품 수를 4천만 개에서 7천 개로 대폭 줄이며 노출 상품 집중도를 강화했고, 전문가들이 제품을 직접 선정해 소비자의 선택 피로도를 낮췄다. 그 결과 해당 업체의 거래액은 지난해에 대비 3.3배가량 상승했다. 
 

음식을 선택해주는 푸드 큐레이션 서비스도 등장했다. 애피타이저는 국내 최초로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음식점을 추천하는 앱 ‘포크’를 출시했다. 포크 사용자는 자신이 직접 가본 음식점을 평가할 수 있는데, 포크는 이 정보를 활용해 사용자가 만족할만한 음식점을 추천해준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전국 40여만 개 음식점에 대한 공정한 순위도 제공하므로 제한적 맛집 추천 서비스에 불편함을 느껴왔던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상품추천을 넘어 정기적으로 배달까지 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로 확장되고 있다. 뷰티 큐레이션커머스 업체인 ‘미미박스’는 전문가들이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뷰티 제품을 골라 소비자에게 추천해주고 있다. 특히 미미박스는 사용자들에게 구독가입 시 작성한 프로필과 테마를 기반으로 상품박스를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운영해 인기몰이 중이다. 
 

능동적인 선택이든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결정이든, 버리고 취해야 할 것을 정하는 것 역시 결정의 과정일 것이다.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책임이 따르는 만큼, 자신의 의지가 투영된 선택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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