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ary Peak] 대기업, 공기업 ‘임금피크제’ 도입 본격화
[Salary Peak] 대기업, 공기업 ‘임금피크제’ 도입 본격화
  • 민문기 기자
  • 승인 2015.11.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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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민문기 기자]



대기업, 공기업 ‘임금피크제’ 도입 본격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구원투수 될 것인가


 

 

 

의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류는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직장에서 ‘정년’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럽게 바뀌어가고 있다. 그만큼 노후 대비를 위해서 ‘더 오랜 시간 일을 해야 한다’라는 인식과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필요가 증가했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임금피크제’가 등장하게 됐다. 2001년 국내에 등장한 임금피크제는 현재 다양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워크 쉐어링(Work Sharing)

임금피크제란 워크 쉐어링의 한 종류로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공무원과 일반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2001년부터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이와 유사한 제도가 도입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신용보증기금이 2003년 7우러 1일부터 ‘일자리를 나눈다’는 뜻에서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것이 처음이다. 


워크 쉐어링은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고용도 유지하는 대신 근무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도이다. 보통 2~3년의 기간을 설정해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에도 변함이 없으며, 고용도 그대로 유지되는 단기형, 기존의 고용환경과 제도를 개선할 목적으로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중장기형으로 나뉜다. 신용보증기금이 운용하는 임금피크제는 워크 셰어링을 응용한 것으로, 정년인 58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만 55세가 되는 해부터 1년차에는 원래 받던 임금의 75%, 2년차에는 55%, 3년차에는 35%를 받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만 55세가 되는 근로자는 퇴직금을 받은 뒤, 일반직에서 별정직 등 다른 직책으로 바꿔 근무하게 되는데, 개인의 능력에 따라 최대 60세까지 일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의 유형으로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정년연장형’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정년 전부터 임금을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다음으로는 ‘재고용형’이 있다. 재고용형은 정년퇴직 후 재고용을 전제로 정년부터 임금을 줄여나가는 방식과 정년퇴직 후 계약직 형태로 재고용하면서 정년퇴직 후부터 임금을 줄이는 방식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근로시간 단축형’을 들 수 있다. 이는 정년은 그대로 두고 임금을 줄이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정년연장과 연계한 임금체계 개편, 이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2013년 5월 인구 고령화에 따라 정부는 고령자고용촉진법을 개정했으며, 이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연장법’에 따라 공기업, 공공기관,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등은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게 된다. 2017년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과 각 지방자치단체에도 해당 법안이 적용된다.


임금피크제는 지난 2003년 공식적으로 처음 시작된 이래 대기업들이 노사 협약을 통해 속속히 제도를 도입하면서 지난 8월 기준 30대 그룹 주요 계열 회사의 경우 절반 정도가 시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가 자산 총액 기준 상위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를 조사한 결과 378개 기업 중 47%(177개)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이들 기업의 임금 감액 시작 연령은 만 56세가 37.5%로 가장 많았으며, 58세가 29.2%, 57세(16.7%), 59세(12.5%) 순이다. 감액 비율은 56세 때 10%, 57세 때 19%로 비율이 늘어나며 60세에 40% 삭감률을 보였다.


 


  

청년실업 해소 효과 두고 상반된 의견


정년연장은 법으로 규정돼 내년부터 당장 시행되지만, 임금피크제는 법으로 강제된 사항이 아니다. 의무화된 정년연장에 따라 늘어나는 인건비를 무조건 부담해야하는 사측과 의무사항이 아닌 임금피크제로 인한 불이익을 반대하는 근로자 측 입장 차를 줄이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층이 조직에서 고위급에 해당한다는 점도 제도 도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이나 사무직 인력 중 정년에 다다른 이들은 대개 실·국장급이다. 기술직군의 경우도 조직 내에서 일당백 역할을 하는 등 영향력이 큰 최고참인 경우가 많다. 그들이 반대하다 보니 그만큼 반대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임금피크제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라며 적극 도입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한 비용으로 신규인력을 채용하면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논리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기업들이 절감된 비용으로 청년 채용에 나서고 자연스럽게 청년 취업 증가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기업들은 ‘그렇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국내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여기서 발생되는 재원으로 2016~2019년 4년간 18만2300여개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임금피크제 도입 시 기업인건비 부담이 5년 동안 약 26조원 절감돼 29세 이하 정규직 31만 명을 신규로 채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조사결과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표시했다. 우리나라의 실질 정년을 감안하지 않은 연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경총과 한국경제연구원은 노동자가 60세까지 일하는 것을 전제로 임금피크제의 이익을 산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는 정년 이전에 퇴직하는 게 현실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정부여당의 임금피크제 도입 논리에 대해 “그야말로 근거 없는 허황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퇴직연령이 53세이고 그나마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직장을 떠나는 실정에서 정년 연장은 큰 의미가 없고 임금피크제의 대상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사내유보금이 710조원을 넘어도 고용에 안 쓰는 대기업들이 임금피크제로 인건비가 절감된다고 해서 그 돈을 청년 고용에 사용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도 임금피크제 도입의 주된 명분인 청년 실업 해소에 대해서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공광규 전국금융노조 노동정책실장은 “정년연장으로 인한 부담 탓에 기업 입장에서 임금피크제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실제로는 얼마 되지 않는다. 장년층 고용 안정을 떠나 임금피크제가 신규 채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임금피크제가 청년실업의 해결책으로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제도를 도입한 고용 안정성 증대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정해진 임금피크제 시점을 넘기지 않고 희망퇴직 등으로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견, 중소기업체들은 이번 사항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은 임금피크제로 인한 절감액보다 정년연장으로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여기에 자칫 신규 채용을 늘리면 추가적인 비용까지 감당해야 할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제도 정착 위해선 노사 상호간의 양보 필요


자동차부품 업체 A사는 전 직원의 정년을 58세에서 59세로 연장하면서 59세에는 임금의 20%를 감액하기로 합의했다. 본사와 계열사 포함 총 4500여명의 직원을 둔 이 업체는 지난 2004년 임단협 때부터 임금피크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했다. 2011년 본격적으로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증가하면서 201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신규 고용 인원이 1900여명에 달했다. 

 A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보다 노조와 경영진이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임금피크 적용자들의 직무나 근로조건은 임금피크가 적용되기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제조업 특성상 숙련도가 중요하며, 고숙련 직원의 노하우를 젊은 직원에게 전수하기 위해 직무 유지가 효과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이 깎이는 것에 불만을 갖는 게 당연했지만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은 제도 도입의 긍정적 효과에 더 무게를 뒀다. 회사의 성장이 곧 자신들에게 이어진다는 합의가 형성된 덕분이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신규 일자리 창출 병행에 앞장서는 대기업들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부터 정년을 기존 만 57세에서 60세로 늘리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회사의 인건비 부담은 줄이고 고용은 더 오래 유지하자는 취지다. 한국타이어의 임금피크제는 만 55세 임금을 기준으로 57세까지 동결하고 60세까지 매년 5%씩 삭감하거나, 만 57세를 기준으로 58~60세까지 매년 10% 삭감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매년 상·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통해 인재양성에 나서고 있다. 올 하반기 공채는 연구개발(R&D)부문 일반 신입사원과 산학장학생(학·석·박사)을 각각 00명씩 모집한다. 모집 분야는 재료공정연구와 제품개발연구, 기초연구 3개 직무분야로 대전·금산에서 근무하게 된다. 산학장학생의 경우 학사는 3학년 1학기~4학년 1학기 재학생, 석사는 1~3학기, 박사는 코스워크 수료 이상부터 4년차 1학기 재학생이 대상이다. 한국타이어가 지향하는 인재상은 올바른 목표를 향한 열정으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며 발전시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고 실현시키는 글로벌 인재다. 회사는 이를 ‘프로액티브 리더(Proactive Leader)’로 이름지었다. 한국타이어의 이번 임금피크제 도입 결정에 대해 서승화 부회장은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타이어 기업으로 성장한 최고의 원동력은 오랜 시간 동안 한결 같은 열정과 노력으로 함께 달려온 사원의 노고”라며 “앞으로도 인재가 가장 큰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사원들의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며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계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시행만 되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정년이 늘어날 수 도 있는 임금피크제. 정부와 기업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명확한 기준과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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