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정치적 검열 논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 작품 사전 검열 논란 확산
문화예술 정치적 검열 논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 작품 사전 검열 논란 확산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11.08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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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 작품 사전 검열 논란 확산


 

예술의 독립성 보장하라는 문화예술계 규탄 이어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예술 작품 지원 사업에서 정치 검열을 했다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예술위가 이윤택 작가와 박근형 연출가를 탈락시킨 것에 이어 세월호 관련 작품이라는 이유로 배제하는 등 '정치 검열'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계는 크게 반발하며 정부로부터 예술 검열 중단과 예술 자유 보장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술위, 특정 작가의 작품을 지원 사업에서 배제한 의혹 받아

예술위가 운영해온 문학창작 지원 및 연극 지원 사업의 선정 과정에서 위원회 측의 특정 예술가에 대한 지원 배제 압력 등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예술위는 문화예술계로부터 강한 비난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은 지난 9월 1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 사업이 “정권 차원의 문화예술계 길들이기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도 의원은 박근형 연출가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이유로 문화예술위의 연극 지원사업인 ‘창작산실’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극 중 인물 풍랑의 대사에서 ‘수첩공주’는 박근혜 대통령을, ‘시험 컨닝’은 국정원 대선개입을 의미해 현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문학 각 장르별 우수작품 100편에 1천만원씩 지원하는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서도 심사위원들이 애초 뽑은 102명의 작품이 조정 과정에서 70편으로 축소됐고, 이 과정에서 희곡 분야 1순위인 이윤택 작가의 '꽃을 바치는 시간'도 탈락했다고 도 의원은 지적했다. 도종환 의원은 주장의 근거로 문화예술위 관계자와 지원사업 개별 심사위원 간의 녹취록을 국감 현장에서 공개했다. 녹취 내용은 지난 6월 18일 문화예술위에서 심사위원들과 임원급 직원 사이에 이뤄진 대화의 발췌본이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예술위 직원은 심사위원들이 뽑은 8개 후보작에 포함된 박근형 작가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제외해줄 것을 심사위원들에게 직접 요구했으며, 그 이유도 사실상 ‘정치적’ 이유임을 밝혔다. 직원의 언급엔 “위원회가 만약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라면 그냥 좋게 발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그런 결심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 같은 직원의 설명에 심사위원들이 “우리는 그러면 안 되지 않느냐. 5공화국도 아닌데”라는 발언들도 등장한다. 도 의원은 "결국 박근형 작가 스스로 지난달 신청을 철회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으며, 이 과정에서도 문화예술위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김종덕 장관은 “이미 여러 차례 문화예술위 지원을 받았던 이 작가의 탈락이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문화예술계 내에서도 정치적 이슈화에 골몰하는 이들이 있는 것은 문제”라고 답했다. 


예술위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예술위의 다원예술창작지원 사업에서 세월호 연관 작품을 배제해달라고 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지난 9월 18일 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올해 1월 다원예술창작지원 사업 선정과정에서 194개 신청사업 중 1차 69개 사업에 포함된 '안산순례길'을 최종선정에 포함시키지 말 것을 예술위 직원이 심의위원에게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5월 2~3일 공연한 안산 순례길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자 안산 곳곳을 걸으며 각종 퍼포먼스와 체험을 진행하는 실험 프로젝트다. 다원예술창작지원은 예술위가 주관하는 예술창작 지원 사업의 하나다. 실험성과 창작의 다원성을 추구하는 예술인 및 예술단체의 예술작품을 공모·선정해 1000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예산은 총 6억원으로 29건의 사업(국내 사업만)이 선정됐다. 유기홍 의원은 올해 1월 23일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서 다원예술창작지원 사업 2차 심사 당시 위원회 직원이 심사위원에게 공연분야 지원사업 ‘안산순례길’을 제외시켜달라고 했는데, 첫째 세월호가 관계돼 있고 둘째 작품 연출자(윤한솔)가 정치적이라 위에서 기피한다는 이유였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블랙리스트가 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문학, 연극, 다원예술 각 분야에서 검열 및 배제가 횡행하고 있어 예술위를 확인감사에 출석시켜야 하며 예술에 대한 검열 의혹을 해명할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예술계에서는 이미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말이 있어 왔고 그 결과 선정작 발표가 연기된 이유도 윗선의 작업이 중간에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예술위, “실무자가 우려를 표현했을 뿐 심의 개입은 아니야” 해명


이와 같은 의혹들과 관련해 예술위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논란, 2014년 광주비엔날레의 걸개그림 논란 등 공공 지원을 받은 예술가의 작품 활동이 야기한 사회적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라는 작품에 대해 예술위 직원은 실무자로서 우려 의견을 제시했을 뿐 심의에 개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일부 보도에 인용된 ‘위원장 지시사항’ 이메일 역시 해당 사업의 심의와는 관련이 없으며 광주비엔날레 걸게그림 논란 즈음에 사회적 논란 예방 등 사업 추진에 있어서 일반적인 유의사항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예술위의 문학창작기금 사업 중 희곡 분야에서 이윤택 연출가의 탈락 역시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고 했다. 예술위 관계자는 "동 사업은 신진 및 중진 작가의 창작을 지원하는 사업으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극인인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지원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미 이윤택 연출가는 문체부 산하 극단과 극장에서 최근 2년간 상당 규모의 제작비가 소요된 공연을 여러 차례 한 상황 역시 고려됐다"고 전했다. 사업의 지원 여부는 심의위원회를 거쳐 예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예술위는 실제 그동안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의위원회의 결과를 수정, 의결한 사례가 있었다며 “심의위원 의견을 존중하지만 최종 결정권은 예술위 전체회의가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술위 관계자는 “현장예술인 중심의 자율기관으로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며 “다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고려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의혹은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예술위의 이번 지원사업 선정은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우선 예술위는 지난해까지 문학창작지원기금의 전체 선정 명단을 누리집에 공개해왔지만, 올해는 응모자가 로그인을 통해 자신의 결과만 확인하도록 했다. 예술위는 “탈락 단체(예술가)의 불만이 많았고, 지원금 결정 금액이 적은 단체 역시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왔다”며 “불필요한 불만의 소지를 없애고자 전체 내역 공개가 아닌 개별 결과 확인 절차로 변경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모든 신춘문예나 문학상이 선정작들을 공개하는 것과 대비된다. 11월에 응모해 2월까지 심의를 마치도록 되어 있던 일정이 7월까지 늦춰지고, 지원 대상이 줄어든 과정 역시 석연치 않다. 3차 심의위원들은 심사 합격자 102명 명단(예비후보 포함)을 예술위에 제출했으나 관행상 추인 기관에 지나지 않았던 예술위 이사회가 그중 32명을 뺀 70명만을 최종 지원 대상으로 결정했다. 심사에 참여한 한 심의위원은 “처음 심사를 의뢰받았을 때는 분명 예년과 마찬가지로 100명에게 1천만원 씩 10억원 예산이 확보되었다고 들었다”며 “권한이 의심스러운 이사회가 최종 탈락자를 결정한데다, 정치적 이유에 따른 탈락을 희석시키고자 전체 지원 규모를 축소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예술위의 검열행위 규탄 한 목소리


예술위가 지원 사업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사전검열을 통해 특정 작가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선정된 작품을 포기하도록 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문화예술계는 이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로 중견 연극인 166명이 최근 드러난 정부의 예술인 탄압 및 문화예술 검열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제출했다. 연극인들은 지난 9월 21일 서울연극협회를 통해 '예술인 탄압을 통탄하는 원로·중견 연극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문화부 장관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즉각 사퇴, 정부 불간섭 및 예술정책 상의 금지 원칙,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을 즉각 폐기와 예술의 진정한 독립성과 진흥을 보장을 위한 새로운 법과 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예술에 대한 불간섭은 그 정도 중에서도 제일(第一)의 원칙이다.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은 예술의 건강성을 가리키는 지표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가는 예술에 개입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그것이 예술을 황폐화하고 결국 국가를 망친다는 것은 수많은 역사적 교훈을 통해 이미 충분히 배웠다. 그런데 최근 연극계를 상대로 시대에 역행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리는 특히 우리 예술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그의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지원행정을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 원로, 중견 연극인들은 이 사태를 심히 우려하며 정도를 벗어난 예술 정책은 단호하게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아울러 수시로 자행되는 비상식을 과감히 청산하고 예술불가침을 위한 불변의 성문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 서울연극협회도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지난 9월 2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원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작가회의 등은 “문화예술위는 예고된 일정과 지원 규모를 원칙도 없이 운영했을 뿐 아니라 심사 과정과 결과마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외압에 따라 좌충우돌하며 무리하게 심의 결과를 조정했다는 의혹은 문화예술위가 공공기관으로서의 신뢰를 포기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회적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개입이 아니라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는 문화예술위의 해명은 문화예술행정 담당기관으로서의 책무와 역할을 의심하게 만든다”며 “문화예술의 가치는 ‘사회적 논란’ 위에서 비로소 꽃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문화예술지원 과정의 투명한 공개·해명’과 ‘문화예술 지원사업 책임자 문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문체부 장관의 사과 및 문화예술행정의 독립성 보장·천명’ 등을 요구했다.


정치권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9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 대책회의에서 “인간의 기본권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문화산업을 융성하기 위해 퇴행적 검열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 영화와 연극, 만화 등 문화산업이 꽃피운 만큼, 민주주의 국가로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책과 문화가 바로 서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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