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뿌리 없이 선거마다 이합집산 이어져
[이슈메이커] 뿌리 없이 선거마다 이합집산 이어져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3.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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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뿌리 없이 선거마다 이합집산 이어져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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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은 가장 대표적이고 중요한 정치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정치 중심에는 오랜 시간 동안 국민과 호흡하며 뿌리내린 정당들이 자리한다. 미국 양당제의 주축인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1854년과 1828년 창당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영국의 보수당은 180년이 넘었고, 노동당도 120년이 넘었다.

 

원내 신생 정당만 7개

민주화를 이뤄냈음에도 우리 정당들의 연륜은 아직 초라하다. 20대 국회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10개의 정당 중 2012년 창당한 정의당이 가장 오래되었고, 2014년 창당한 더불어민주당이 다음이다. 창당일이 2020년인 신생 정당만 7개(미래통합당, 민생당, 미래한국당, 국민의당, 친박식당, 열린민주당)이다. 총선을 앞두고 흔히 볼 수 있는 합종연횡의 결과인 셈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정당의 ‘헤쳐모여’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정당정치 안착에 앞장서야 할 거대 정당들이 선거를 앞두고 당을 쪼갰다가 합치고, 혹은 당명을 바꾸면서다. 뿌리가 없다보니 철학이나 가치, 정책은 뒤로 가고 당장의 이익에 매몰되어 연합을 통해 몸집을 키우거나 이름을 바꿔 과거를 포장하는 데 급급한 것이다.

 

실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987년 체제 이후 평화민주당(13대), 민주당(14대), 새정치국민회의(15대), 새천년민주당(16대), 열린우리당(17대), 통합민주당(18대), 민주통합당(19대), 더불어민주당(20대)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미래통합당 역시 민주당에 비해서는 연속성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주자유당(14대), 신한국당(15대), 한나라당(16·17·18대), 새누리당(19·20대)을 거쳤다.

 

 

보수 진영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의 합당을 통해 미래통합당을 창당했다. ⓒ미래통합당
보수 진영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의 합당을 통해 미래통합당을 창당했다. ⓒ미래통합당

 

‘꼼수’와 ‘헤쳐모여’, 21대 총선서도 반복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당명을 둘러싼 잡음이 잦다. 3월 중순까지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42개, 창당준비위원회만 34개에 달한다. 이는 선거법 개정으로 인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신당이 늘어난 이유가 크다. 보수 진영에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등의 합당을 통해 미래통합당을 창당했고, 아울러 헌정사상 처음으로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선거제 개편안의 허점을 공략한 전략인데, 비례대표 의석은 미래한국당에서 얻고, 지역구 의석은 통합당에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주권자전국회의 등 진보진영의 시민단체들은 비례연합정당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외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민생당으로 합당했고,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도 새롭게 만들었다.

 

이러한 모습은 불과 몇 년 전에도 목격했던 일이기도 하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에서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변모했던 모습이나, 이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만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되었던 일,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으로 합당한 경우도 있다. 새롭게 만드는 당의 명칭에 이념과 가치는 보이지 않고 각각의 정치세력의 지분을 주장하며 혼종 당명이 등장하고, 결국 인물은 별반 다를게 없으면서 ‘간판’만 바뀌는 한국 정치의 씁쓸하고 익숙한 풍경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임성호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유명 정치인의 합종연횡에 의해 하향식으로 우후죽순 생겨나는 우리 정당의 현실이 당명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며 “말이 정당이지 일종의 팩션(파벌, 파당)에 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물 대신 정책 정당 표방해야

1948년 제헌국회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국회의원 후보를 낸 정당은 200개를 훌쩍 넘는다. 이 중 1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한 정당은 손에 꼽을 정도다. 1963년 5월 창당돼 1980년 10월까지 18년 가까이 존속한 민주공화당이 가장 길며, 그 다음이 한나라당(14년3개월), 신민당(13년8개월) 순이다.

 

한국 정당의 수명이 짧은 것은 지도자들의 정치적 야심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 연고주의와 특정 인물 위주로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1회성으로 창당했다가 패배한 뒤 사라진 사례가 빈번하다. 미국 워싱턴대 하용출 석좌교수는 언론 기고문에서 이를 두고 “국민을 무시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정치집단에 표를 던져야 하는 국민들의 실정이 안타까울 뿐이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당의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인물 중심이 아닌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당 구조를 보다 민주화해 특정 정치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깜깜이 선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당들의 이합집산은 유권자들의 신중한 판단마저 힘들게 만든다.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정당 정치의 기본이 상실된 퇴행적 구조의 반복은 결국 국민들의 불신만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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