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아편전쟁 ‘죽음의 꽃’ 양귀비, 아프가니스탄의 땅을 장악하다
아프간 아편전쟁 ‘죽음의 꽃’ 양귀비, 아프가니스탄의 땅을 장악하다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11.08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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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죽음의 꽃’ 양귀비, 아프가니스탄의 땅을 장악하다

양귀비 재배 근절 위한 국제적 공조 필요    


 

아프가니스탄이 주변국들에게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군이 군사력을 철수시키면서 ‘죽음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양귀비(아편)의 생산과 거래가 크게 번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간의 마약 밀매 조직은 막대한 물량을 갖고 가격까지 조절하고 있어 ‘마약 세계의 OPEC(석유수출국기구)’로 불릴 정도다. 더불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인 ‘IS’가 아프간의 마약산업 주도권을 높이면서 현지 무장단체인 ‘탈레반’과 부딪히자 아프간과 주변국가들은 양귀비를 놓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떠안은 채 불안에 떨고 있다.   

 

아프간 양귀비 재배 사상 최대, 탈레반 반군의 자금줄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은 양귀비, 즉 아편 생산량이 세계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대규모 마약퇴치캠페인을 정부부터 민간까지 시행했지만 양귀비의 재배면적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양귀비 재배면적은 20만 9,000㏊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 증가해 올해 22만 4,000㏊까지 확장됐다. 아프가니스탄 전체 국토의 34%로 한반도 면적과 맞먹는 규모다. 넓어진 재배면적으로 아편 생산량도 2013년 5,500톤에서 올해 6,400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당 수확량도 지난해에는 26.3㎏에서 올해는 28.7㎏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아프간의 양귀비 재배 및 마약 생산 근절을 위해 지금까지 84억 달러(약 9조 1,425억 원)를 쏟아 부었지만 생산량은 올해 최대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 아프간 철군이 이뤄지면서 미군과 연합군이 떠나자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군과 교전을 벌여 최근 양귀비 재배 지역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다. 아편의 약 46%가 남부지역 무장이슬람정치단체인 탈레반 거점에서 생산된다. 탈레반의 통제에 의해 재배되지만 농사가 비교적 쉽고 일반작물보다 채산성이 훨씬 높아 농민들도 선호하고 있다. 면적과 수확량 증가의 주요인도 농민들의 아편 생산성 향상과 작물의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탈레반이 주도해왔던 아프간의 마약산업은 최근 들어 또 다른 정국을 맞고 있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인 ‘IS’가 아프간 마약산업의 주도권을 가져가며 탈레반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간 현대화 연구소’의 현지 관계자는 한 중앙아시아 지역매체에서 “아프간 마약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IS와 탈레반이 곧 사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IS의 이익 확대는 탈레반의 마약산업 주도권 및 자금력 약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조만간 양측의 대규모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IS가 아프간 전체 마약산업 이익의 30~35%를 가져가면서 몇 개월 내에 그 영향력을 더 넓힐 것이라고 현지 관계자들이 속속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양귀비 생산시장이 확대될수록 고통 받는 이들은 다름 아닌 아프간 농민들이다. 2001년 10월에 시작된 아프간 전쟁의 장기화로 경제가 파괴되면서 아프간 농민들은 살길이 막막했다. 이에 마약 영주들은 아프간 농민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쳤고, 탈레반은 전비의 상당액을 아편 유통으로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간 농민들은 가난하고, 의지할 곳이 없다. 정부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구에 불과하다. 탈레반 마약 관련자들은 농민들에게 농기구를 대여해 주고, 생산 비용도 빌려준다. 물론 씨앗 값이나 대여 비용은 수확철에 양귀비 판매대금에서 제하게 된다. 일종의 양귀비 위탁 영농 구조다. AP통신은 “양귀비를 재배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게 공기밖에는 먹일 것이 없다”고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밝히기도 했다. 당장 자녀들을 먹이고 입혀야 하는 아프간 농부들에게 양귀비는 거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세계 최빈국 아프간, 마약에 중독돼 시름

미국 정부기관인 아프간 재건 특별감사관실(SIGAR)은 의회에 아프간 재건 특별보고서를 지난 4월 제출했다. 보고서는 ‘탈레반의 나라’, ‘양귀비의 나라’인 아프간의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보고서는 “아프간은 불법 마약 재배 및 생산의 글로벌 기지가 되고 있다”면서 “미국은 2002년 이후 아프간의 마약 근절을 위해 2015년 3월 말 현재 84억 달러를 투입했지만 양귀비 재배 면적은 2014년 11월 말 22만 4,000ha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SIGAR는 보고서에서 “마약 근절을 위한 각종 활동과 비용 투입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비효율적이었고 아프간의 마약 재배 면적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업기술 발달에 힘입어 아프간 남서부 건조지대로 양귀비 생산지가 확대된 데다 감시 소홀로 재배 금지지역에서 불법 재배가 이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SIGAR의 소프코 실장은 “마약이 부패 유발, 범죄 네트워크 유지, 탈레반 등 반군 세력에 대한 재정지원 등의 기능을 하고 있다”면서 “마약 거래는 아프간 금융 부문을 멍들게 할 뿐 아니라 국가 정당성까지 흔든다”고 우려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아편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에 마약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세계 각국도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아프간에서 생산된 아편은 주로 중앙아시아와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유입된다. 마약조직을 통해 아프리카를 경유해 미국으로도 밀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의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양귀비 최대 생산지답게 아프간에는 마약중독자가 넘쳐난다. 유엔마약범죄국(UNODC)의 2014년 세계마약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에는 마약중독자가 150만∼2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존 솝코 SIGAR 특별감사관은 “아프간 경제는 마약에 중독된 상태”라면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5% 정도를 아편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간의 GDP는 2014년 210억 달러 세계 104위로 최빈국 수준이다. 아프가니스탄이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재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편 생산 근절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전 세계가 힘을 합쳐 해결책을 내놓아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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