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세기의 경영인’ 역사 속으로
[이슈메이커] ‘세기의 경영인’ 역사 속으로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3.24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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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세기의 경영인’ 역사 속으로

 

 

ⓒGE
ⓒGE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이 현지시간 3월1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현지 언론은 웰치 전 회장이 집에서 부인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며 사인은 신부전증이라고 밝혔다. 웰치 전 회장은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며 GE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킨 위대한 CEO이자 ‘구(舊)경영’의 화신이라는 양면적 평가가 공존하는 인물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위기의 GE 살려낸 ‘뉴트론 잭’

1935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아일랜드계 철도기관사의 아들로 태어난 웰치 전 회장은 애머스트 대학을 졸업한 뒤 일리노이대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60년 GE 플라스틱 사업부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탁월한 업무 성과를 통해 8년 만에 사업 부문장으로 승진했고, 1981년 46세의 나이에 GE 역사상 최연소 회장 겸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라 20년간 활동했다.

 

미국의 ‘국민 기업’으로 불리는 GE는 웰치가 회장 자리에 오르기 전만 해도 실적이 연일 악화되어 위기에 놓인 상태였다. 매출액이 280억 달러였지만 이 중 순이익은 16억 달러에 불과했다. 웰치 전 회장은 CEO 부임 후 ‘불도저식 경영’으로 혹독한 구조 조정을 시작했다. 실적 하위 10%인 직원을 해고했고 성과가 없는 임직원도 내보냈다. 5년 간 11만 명이 직장을 잃어 그에게는 ‘뉴트론 잭(Neutron Jack, 중성자탄 잭)’이라는 악명이 붙었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흑자를 내고 있는 부문도 가차 없이 정리했다. 운영에도 새바람을 불어넣어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인 ‘식스(6) 시그마’와 직장 내 업무 절차를 간소화하고 관료주의적 문화를 없애기 위한 ‘워크아웃’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반대 여론 속에서도 그는 “힘든 결정을 내리는 것은 리더십의 본질이었다. 효율적인 사람들은 전체 정보가 없어도 언제 평가를 중단하고 힘겨운 전화를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미끼를 자를 수 없는 지배인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고 생전 회고한 바 있다.

 

웰치 전 회장의 재임 기간 동안 GE의 연매출은 250억 달러에서 1,300억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고 시가총액 역시 140억 달러에서 한때 4,000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눈부신 실적으로 인해 그는 ‘화이트칼라 혁명가’, ‘세기의 관리자’,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 등으로 칭송받았다.

 

‘구(舊)경영’의 화신이라는 양면적 평가 공존

하지만 웰치의 경영전략은 언제나 양면적 평가가 존재했다. 반대편에서는 ‘구(舊)경영’의 화신이라고 평가 절하했고, 무려 2,000여 건에 이르는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지만 이러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회사 수익성 악화의 불씨를 남겼다는 비판도 받는다. 닷컴 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어지며 웰치 전 회장의 전략이 GE에 독이 된 것이다. 더욱이 그가 퇴임한 이후 GE가 고질적 경영난 속에 2018년 다우존스지수에서 퇴출당하는 수모까지 당하자 비난은 더욱 따가워졌다.

 

그렇지만 그가 강조한 ‘적절한 보상과 질책’은 유능한 인재의 동기부여 측면에서 글로벌 혁신 기업들의 경영 기법으로 최근 들어 다시 부각 받는 추세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기업이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법이 구조 조정과 해고가 아닌 신기술 개발과 새로운 경영 모델 개발 같은 차원으로 변하면서 웰치 전 회장의 이론이 구닥다리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지만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기본 원칙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그가 어려운 시기에도 오히려 유능한 직원에게는 연봉을 올려주고 장기적으로 성과에 따른 주식 양도까지 약속했을 만큼 사람을 아끼는 경영자였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관료주의 타파에도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벽 없는 조직’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조금씩 가다듬어져 자신의 마지막 저서인 ‘잭 웰치의 마지막 강의’(2015)에서는 ‘관대한 리더’를 강조해 “첨단 기술이 등장하고 혁신하는 세계에서는 유능한 직원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웰치 전 회장은 2001년 GE의 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비즈니스 최전선에서 활약하며 40여 개 기업의 M&A를 주도했고 100여 개 기업의 컨설팅을 담당했다. 자신이 설립한 잭 웰치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도 직접 했다.

 

GE 최고경영자인 래리 컬프는 웰치의 별세 이후 성명을 통해 “오늘은 GE 가족 모두에게 슬픈 날”이라며 “잭은 반세기 동안 GE의 심장, 생명보다 더 컸다. 그는 우리 회사와 재계의 면모를 일신했다”고 헌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중성성자 폭탄’ 잭과 같은 기업 지도자는 없었다. 그는 나의 친구였고 후원자였다. 우리는 함께 멋진 거래를 했다. 그는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고 추모했다. 20세기 수많은 기업인들에게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한 웰치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걸어온 발자취와 업적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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