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아카데미 92년 역사 뒤집은 ‘Parasite’의 저력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아카데미 92년 역사 뒤집은 ‘Parasite’의 저력
  • 김갑찬 기자
  • 승인 2020.03.03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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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아카데미 92년 역사 뒤집은 ‘Parasite’의 저력

 

 

©A.M.P.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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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국위 선양의 의미는 예전처럼 강렬히 다가오진 않는다. 그럼에도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에 기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더욱이 지금껏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오며 ‘내 생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라는 순간 역시 여러 차례 마주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도 방탄소년단의 빌보드차트 1위도 그중 하나였다. 지난 2월 10일 중국발 우한 폐렴으로 시름에 빠진 대한민국에 새로운 낭보가 전해졌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기생충’이 다시 쓴 한국영화의 새 역사

지난해 5월 대한민국 영화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수많은 국내 감독에 의해 닿을 듯 말 듯 했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이 마침내 한국의 품에 안긴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 의미가 더욱 더 남달랐다. 당시 칸을 품었던 남자가 이번에는 아카데미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 주인공은 영화 기생충의 감독 봉준호였다.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 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으로,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의 경우 자국 헐리우드 영화 이외에 타 국가의 영화에는 배타적 성향이 강했다.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베니스 영화제,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에서 그동안 대한민국의 영화와 감독이 출품되고 수상한 경우는 많았음에도 아카데미의 최종 후보에 오른 한국영화가 없었던 것도 이 때문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칸을 점령한 기생충에게 아카데미 최종 후보 선정쯤은 특별한 것도 없었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장편 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기생충은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시상식인 제77회 골든 글로브에서도 최우수 외국어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이 역시도 한국영화 최초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개봉 이후 기생충의 거둬온 성과는 가히 기록적이었다. 지난해 10월 미국 현지 언론과 평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뉴욕과 LA 3개 상영관에서 선 개봉한 기생충의 오프닝 스코어는 역대 북미에서 개봉한 모든 외국어 영화의 극장당 평균 매출 기록을 넘어서는 신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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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각종 해외 영화제와 해외 시상식에서 잇단 낭보를 전하며 한국영화의 저력을 전 세계에 과시한 바 있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이후 제66회 시드니 영화제, 제37회 뮌헨 영화제, 제72회 로카르노 영화제,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57회 뉴욕 영화제, 제43회 상파울루 국제영화제, 제30회 스톡홀름 국제영화제, 제50회 인도 국제영화제 등 무려 53개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이 됐다. 이 가운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제66회 시드니 영화제 최고상, 제72회 로카르노 영화제 엑설런스 어워드, 제15회 판타스틱 페스트 관객상), 제38회 밴쿠버 영화제 관객상, 제43회 상파울루 국제영화제 관객상 등 16개의 영화제에서 각종 트로피를 수상한 바 있다.

 

영화제 외에도 해외에서만 약 30여 개 시상식에 걸쳐 주요 부문 수상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생충은 지난해 10월 이후 전미 비평가위원회 외국어영화상, 뉴욕 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LA 비평가협회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필라델피아 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워싱턴DC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시카고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제9회 호주 아카데미 작품상, 미국영화연구소 AFI 특별언급상, 전미비평가협회 NSFC 작품상, 각본상 등에서 주요 부문 상을 휩쓰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아카데미뿐이었다. 미국 언론과 평론가들도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유력하게 내다봤다. LA 타임스의 영화 평론가 저스틴 창은 “다크호스 중의 다크호스이자 역대 최강의 와일드카드인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을 것”이라 강조했으며, 미국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 역시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서 최초의 작품상 수상작이 될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또한 국제 장편 영화상에 대해서는 두 매체 모두 “이미 떼놓은 당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기생충이야말로 올해 최고의 영화이자 가장 신랄하고 통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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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현지에서는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을 유력하게 내다봤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오히려 기대가 높지 않았다. 아무리 기생충이 전 세계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휩쓸었지만, 콧대 높은 오스카가 쉽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저버리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영화사에 기념비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한국 시각으로 2월 10일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Dolby Theater)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올해 아카데미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필두로 10여 개월 동안 전 세계를 돌며 기록적인 수상 행진을 이어왔던 기생충은 마침내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높였다. 이번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비영어권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또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까지 석권한 것은 아카데미 역사상 세 번째 기록이다. 첫 번째는 1946년 빌리 와이더 감독의 ‘잃어버린 주말’, 두 번째는 1955년 미국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로 제8회 칸 국제영화제와 제2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기생충은 이번 ‘작품상’ 수상으로 반세기 만에 세계 영화사에 남을 한 획을 긋게 됐다.

 

작품상 수상 후 기생충의 투자와 배급을 맡은 CJ 이미경 부회장은 제작자가 작품상의 수상 소감을 밝히는 오스카의 전통에 따라 직접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 부회장은 “봉준호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당신이어서 감사합니다. 그의 모든 것이 좋습니다. 그는 진지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유쾌한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라며 “덧붙여 기생충을 지원해준 모든 사람들, 기생충과 함께 일한 모든 사람들, 기생충을 사랑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불가능해 보이는 꿈일지라도 항상 우리의 꿈을 지원해주는 저의 남동생 이재현 회장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항상 우리 영화를 지지해주고, 망설임 없이 영화에 대해 느끼는 바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우리 한국 영화 관객들에게 정말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영화 관객분들 덕분에, 우리는 자만하지 않고, 감독, 창작자들과 함께 한계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관객 여러분, 당신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기에 없었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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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세계적인 거장 감독 아이리시맨의 감독 마틴 스콜세지, 조커의 감독 토드 필립스, 1917의 감독 샘 멘데스) 등을 제치고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 감독 출신으로는 역대 2번째이며 이전까지 역대 아카데미 수상자 중 아시아인으로는 이안 감독이 유일했다. 이안 감독은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과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두 번 수상했다. 봉 감독은 감독상 수상 후 “어렸을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영화 공부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였다. 이는 앞에 계신 위대한 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영화를 보며 영화를 공부했는데 그와 함께 후보가 된 것으로도 영광스러웠습니다. 함께 후보에 오른 다섯 감독 모두 존경하고 멋진 감독들인데 이 트로피를 정말 오스카 측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이렇게 다섯 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라는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기생충은 아시아 영화로는 아카데미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비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6번째 각본상을 수상하게 됐다. 비영어 영화의 ‘각본상’ 수상은 2002년에 수상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 이후 18년만이다. 이번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나이브스 아웃’, ‘결혼 이야기’, ‘1917’ 등 쟁쟁한 후보작들과 경쟁해 ‘아시아 영화 최초 각본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국제 장편 영화상을 받았으며 아시아 영화로는 2001년 와호장룡 이후 19년 만이다. 각본상 수상 후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되게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죠.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아닌데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제 아내에게도 감사하고, 또 저의 대사를 멋지게 화면에 옮겨준 멋진 기생충 배우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라는 소감을 남겼고 함께 무대에 오른 한진원 작가는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 충무로라는 데가 있습니다. 저의 심장인 충무로 모든 필름메이커들과 스토리텔러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는 소감을 밝혔다. 국제 장편 영화상 수상 이후 봉 감독은 함께 고생한 주요 스태프와 배우 이름을 열거하며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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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휩쓴 기생충의 숨은 주역

봉준호 감독은 1994년 단편 영화 ‘백색인’으로 데뷔 후 특정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들로 영화 팬을 매료시켜왔다. 인간애와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한 질문도 놓치지 않았던 그의 작품 세계는 이번 기생충에서도 면면히 이어졌고, 이는 평단과 관객을 가리지 않는 작품에 대한 높은 만족도로 이어졌다. 특히 해외의 경우 작년 10월 11일 북미 개봉과 함께 기생충은 연출, 각본, 연기, 미장센 등 영화 속 모든 요소가 주목받으며 ‘봉하이브’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팬덤을 양산했다. 또한 다수의 외신과 평론가들은 기생충에 대해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의 공통 과제인 빈부격차 문제를 영화적 문법으로 탁월하게 풀어냈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한편 이번 아카데미상 수상의 성과 뒤에는 한국영화계 최초로 진행됐던 ‘아카데미 캠페인’ 과정에서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연례행사처럼 벌이는 캠페인이지만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기생충은 하나하나 부딪혀가며 긴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완주했다. CJ ENM은 기생충의 북미 개봉 이전부터 일찌감치 캠페인 예산을 수립하고 북미 배급사 네온과 함께 투표권을 가진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을 공략하기 위한 프로모션 활동을 벌였다. 봉준호 감독은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작년 9월 이후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수백 차례에 걸친 외신 인터뷰와 행사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BTS가 누리는 파워는 저의 3,000배, 한국은 그런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 등과 같은 봉준호 감독의 매력적인 어록들도 현지의 큰 관심을 끌었다. 송강호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관계자도 바쁜 시간을 쪼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힘을 보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아카데미 캠페인 노하우’가 한국영화산업에 경험치로 쌓인 것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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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끝났다.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영화가 더는 변방이 아니다. 세계 영화계의 ‘인싸’가 되기 위해 지난 100년간 무수히 많은 영화인과 영화 팬이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제 세계 영화계는 한국을 주목하게 될 것이다. 벌써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에 전 세계 영화인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시작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생충이 찢어 놓은 세계 영화계의 벽에 취해있기보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을 빗대어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가 가장 창의적이며 가장 세계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2의 봉준호, 제2의 기생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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