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부자(富者)란 무엇인가?
우리 시대의 부자(富者)란 무엇인가?
  • 취재/심가현 기자
  • 승인 2011.12.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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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부자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미 부자가 아니다
[이슈메이커=취재/심가현 기자]

[Special Report]

부자학

 

[이슈메이커]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명품가방을 들고 호화로운 집에 살며 비싼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재벌들을 보면서 동경의 눈길을 보내곤 한다. 그리고 그들이 되는 꿈을 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진정한 부자인 것일까? 흔히 ‘한 장’이라는 단어에 당신은 얼마짜리 수표가 떠오르는가? 1억? 10억? 진짜 부자들에게 ‘한 장’은 1000억 원이라는 일반인이 생각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액수다.


“이것이 부자다.”

국어사전에서의 부자(富者)는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을 일컫는다. 비슷한 어휘로 갑부, 백만장자, 부호 등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흔히 사용되는 ‘백만장자’는 개인의 자산이 화폐단위로 미화 1백만 이상인 사람을 지칭하는데 1719년 스티븐펜더먼(Steven Fentiman)에 의해 프랑스에서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화폐가치의 변화와 함께 미화 1백만 달러 기준의 백만장자의 가치도 변화해 경제적으로 볼 때 소비자 물가지수 대비 1900년도 1백만 달러는 2006년도의 2천 4백만 달러 이상의 구매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 된다. 더 이상 우리사회의 백만장자는 부자의 기준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과거 동양 문화권에서의 부자의 용어는 어떻게 명시됐을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분석한 <한국부자연구>자료에 따르면 부자를 의미하는 ‘만석꾼’은 글자 그대로 곡식 1만 섬을 수확 할 수 있는 논밭을 가진 부자로 「사기(史記)」에 나오는 석분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한(韓)나라 고조 때 출세를 이어가던 석분의 제자인 태자 효경제가 즉위했을 때 석분의 4명의 아들 모두 2 천 석의 녹을 받는 지위에 오르게 됐다. 그것을 알게 된 왕이 “석분과 그의 아들이 각각 2천 석의 녹을 받으니 합치면 1만 석으로 부귀와 은총이 모두 한 집안이 모였소.”라고 말한 후부터 사람들이 석분을 ‘만석꾼’이라고 부르게 됐다. 부자는 개인의 사유재산 형성과 함께 시대와 국가의 범위를 막론하고 사회구성원의 특정계층으로 존재해 왔다. 현대사회에서는 사회, 복지, 문화, 기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부의 분배에 대한 관심과 미디어의 영향으로 대중에 대한 부자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대사회에서 부자의 기준을 어떻게 매길 수 있을까? 부자학회 회장이자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한동철 교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부자의 기준을 현찰 10억 원 이상을 포함한 재산 30억 원 이상”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한국에 30억 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은 약 25만~30만 명 정도이며 상위 1%의 부자는 훨씬 적은 숫자이다. 100대 그룹의 재벌 3~4세까지 합쳐도 3000명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부자에 관해 분석한 ‘World Wealth Report(Capgemini & Merrill Lynch)’는 부자의 기준을 ‘1차 주거용 부동산 외에 모든 자산의 순 가치가 미화 1백만 달러 이상인 개인’으로 정의하고 전 세계적으로 1천만명(2009년 기준) 정도인 것으로 추정했다. 국가별로 다룬 ‘아시아태평양 부자보고서’에서는 이러한 기준의 한국부자가 12만 7천명(2009년 기준)이라고 분석했다.

대한민국 부자 1위 이건희 삼성회장, 2위 정몽구 현대회장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연구한 <한국부자연구>자료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의 한국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개인)는 약 13만명으로 2009년 10만8천명에 비해 2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한국 부자의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에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2006년 이후 매년 20% 이상 증가할 정도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부자는 금융 및 기타자산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높은 자산구조를 가지고 있고 총 자산규모가 클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져 일정 금액까지만 금융자산으로 운용하고 나머지는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자료를 볼 때 우리나라의 부자들은 자산대부분을 안정적인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월 10일 재벌닷컴은 이른바 ‘진짜 부자’만 모아 순위를 정했다. 재벌닷컴은 개인재산 1조원이 넘는 부자가 25명으로 지난해 19명보다 6명이 늘었다고 전했다. 한국부자의 단연 1위는 삼성이 차지했다. 1위 이건희 삼성전자회장(8조 5,265억원), 2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7조 1,922억원), 3위 최태원 SK그룹회장(3조 2,445억원), 4위 이재용 삼성전자사장(2조 9,191억원), 5위 정의선 현대자동차부회장(2조 8,445억원)으로 5위 안에 같은 그룹이 둘씩이나 차지해 부의 대물림을 확연히 알 수 있었

다. 이외에도 6위 금융가의 황제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회장(2조 4,638억원), 8위 넥슨을 창업해 바람의 나라 , 카트라이더 등 온라인게임 돌풍을 일으킨 김정주 엔엑스회장(2조 3,358억원), 12위 김택진 엔씨소프트사장(1조 8,251억원)으로 그동안 재벌가의 독무대였던 한국 10대 부자대열에 자수성가형 인물이 10위권 안에 진입해 한국부자의 판도를 바꿔놓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부자임을 입증하는 5가지 이유 밝혀

한국부자들의 경우 본인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한국의 부호들 중 75.5%가 본인이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총 자산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도 본인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32% 수준에 머물러 한국부자들의 부에 대한 기대수준이 매우 높은 것을 나타내는 결과였다. 그렇다면 자신이 부자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미국의 피닉스 마케팅 인터내셔널과 U.S.트러스트는 투자자산만 300만 달러가 넘는 부자 4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부자임을 입증하는 이유를 5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더 이상 가격표를 보지 않는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56%가 가격을 따지지 않고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했다. 둘째, 자산이 매직넘버를 넘어섰다. 조사 대상자 중 36%는 유동자산이 측정수치를 넘어섰을 때 부자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부자의 기준이 되는 일종의 매직넘버에 대해 가장 많은 28%가 200만~400만 달러를 제시했다. 셋째, 가족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다. 부자들에게 가족은 소중한 가치로 조사대상자 가운데 18%는 가족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게 됐을 때 부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넷째, 진정한 열정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14%는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됐을 때 스스로 부자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주위 사람들보다 자산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역사 속 부자 VS 현대의 부자

고산 윤선도(1587~1671)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화려한 은거생활을 누리며 자연을 문학의 제재로 채택한 시조작가 가운데 가장 탁월한 역량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이러한 역량은 할아버지인 해남윤씨 윤의중의 영향이 컸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윤의중이 1581년 형조판서에 제수로 재직하던 시절 “그가 일생 동안 가산을 끌어 모아 ‘호남 제일의 갑부’가 됐다”는 기록이 적혀있다. 1596년 윤의중의 세 자녀가 부모의 재산을 분배한 내역을 기록한 ‘윤유기동생화회문기(尹唯幾同生和會文記)’에는 윤유기 형제에게 모두 노비 384구와 답(畓) 약 1457두락, 전(田) 510두락 정도의 재산을 고르게 분배해 전체 토지는 답이 약 32만 5000평, 전이 약 6만 2000평 정도로 추산된다고 전해진다. 아주대 사학과 이상국 교수는 <부자의 탄생>의 책을 통해 “역사 속 고려 후기 권력을 배경으로 땅을 축적해 나간 이인임 일파에 대해 다루면서 한국역사 속 부의 원천은 토지와 관련돼

있고 권력을 통해 부자가 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국부자의 역사는 크게 자본주의 전과 후로 나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자본주의가 됨과 동시에 경제발전을 이룩하면서 부자들의 부를 축적하는 형태는 역사 속 부자들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김인영 교수는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 삼성의 창업자인 이병철과 삼성이 걸어온 길을 정리하면서 “이병철이 만들어 낸 길이 ‘창조의 길’이고, 그 길이 사업을 통해 국가에 기여하는 길이었다.”며 “1980년대 전자와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자본을 쏟아 부어 커다란 성공을 일군 데서 그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해 자본주의 시대의 ‘생각의 전환’이 자산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나타냈다. 전 세계적으로 비교했을 때 부자의 자산형성과정은 나라 경제의 역동성 및 산업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미국의 경제잡지 ‘Forbes 400’은 1982년부터 미국 400대 부호명단을 발표해왔다. 그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시간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부자들의 자산형성의 원천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82년 이후 석유 및 부동산 등 자원개발을 통한 자산형성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반면 금융과 첨단기술 분야를 통한 자산형성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한 제조업의 비중은 크게 감소했지만 미디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종사하는 부자들의 자산은 크게 증가 했다고 분석해 시대에 흐름에 따라 부를 축척하는 형태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명지대 겸임교수이자 세계화전략연구소 이영권 소장은 “부자가 되는 기간이 짧아졌고 기회가 많아졌다.”며 “중요한 것은 어떤 생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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