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겉모양보다 속마음 바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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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1.12.21 0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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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흔들, 박근혜 확 달라진 차기 행보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Cover Story] 박근혜 대권행보 시작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 제공)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철옹성 대세론이 아니라 ‘위기론’ 이 오가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과 야권의 대통합 바람이 거세지며 박 전 대표를 향하고, 당내 일부 세력도 비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2040 젊은 유권자 표심 잡기와 당 쇄신을 난국 타개책의 초점으로 잡았다. 대중과의 스킨십 확대는 물론 언론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내년 초로 예상됐던 박 전 대표의 차기행보가 앞당겨진 것이다.


철옹성 대세론, 안철수 등장에 휘청

박근혜 전 대표의 차기 지지율은 사실상 철옹성처럼 보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30%대 초·중반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내놓은 적이 없었다.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로는 정권재창출이 어렵다’는 비토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마땅한 대항마도 내놓지 못한 상태였다. 야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상수는 언제나 박 전 대표였고 손학규, 문재인, 유시민 등 차기 주자들은 변수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로 박 전 대표 대세론은 흔들리고 있다. 대세론이 위태로운 까닭은 혜성과 같이 등장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변수 때문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전만 해도 여야는 안철수 변수와 관련, 안 원장의 지지율은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기 때문에 거품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 추세를 보면 안 원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가장 확실한 박근혜 대항마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안 원장은 매일경제신문과 MBN이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11월 18~19일 이틀 동안 전국 1,000명(만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 양자대결에서 47.1%를 얻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39.9%에 그쳤다. 안 원장의 지지율은 같은 조건으로 실시된 지난 9월 조사(35.6%) 때보다 무려 11.5%포인트나 급등했다. 특히 안 원장의 1,500억 원대 재산기부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평가받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를 추월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21일 공개한 주간정례 조사에서도 안 원장은 30.9%를 기록, 26.0%에 그친 박 전 대표를 제쳤다. 더불어 한·미 FTA 한나라당 강행 처리는 민심의 안철수 집중 현상 가속화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 대세론이 위기를 맞자 당 내부의 견제도 거세지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회창 대세론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어렵다”며 “상대(민주당)는 당을 다 허물고 대들보와 기둥 서까래까지도 갈아 치워 한옥을 방갈로로 만드는데 한나라당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어렵다”라고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서의 기득권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민심은 한나라당에 상당한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면서 단수후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변화무쌍한 현 정세에서 위험부담이 크므로 복수 대안을 촉구하고 나섰다.


'安風의 진원지' 20대 청년층 공약

안철수 원장의 무서운 성장세가 이어진 가운데,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14번째 생일인 21일 창당기념식 행사에 불참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탄핵역풍으로 난파 위기에 처한 당을 되살린 주역이 박 전 대표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대신 그녀는 전국 각지의 대학들을 돌며 20대 공략에 나섰다. 국내 대학에서 특강을 한 것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이후 4년 만이다. 이는 안철수 돌풍과 10.26 재보선에서 나타난 20대 청년층의 '반한나라당' 정서를 극복하고 청년실업 문제의 해법을 얻기 위한 정책행보로 보인다.

21일 인덕대학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대학특강에 나선 박 전 대표는 청년창업에 특성화 된 인덕대학 간담회에서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인재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는데 충분한 인프라와 지원이 없어 능력발휘를 못한다면 개인에게도,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우리가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며 창업 준비 중인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 날 박 전 대표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이모(25,대학생)씨는 “박 전 대표는 TV나 신문에서 보던 딱딱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우리 얘기를 너무 잘 들어주고 관심을 표시해줘서 고맙다”고 평가했다. 23일 박 전 대표는 대전 사립대 총학생회를 상대로 오찬 간담회와 특강을 진행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 한남대 등 대전지역 사립대 총학생회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치라는 것은 말로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반영되고 나아가 예산으로 반영돼 국민에게 와 닿아야 한다. 우리는 그런 노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간담회는 감성적 소통보다 취업, 일자리, 등록금 등 대학생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정책제안으로 이뤄졌다. 오후에는 대전대로 이동해 ‘내 마음속의 사진’을 주제로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해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박 전 대표는 학생들에게 흑백 사진들을 한 장씩 보여주면서 사진들에 얽힌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방식을 도입했다. 가지가 두 갈래로 갈라진 소나무, 남산타워 입구의 ‘사랑의 자물쇠’, 어머니의 주름 잡힌 발바닥 사진 등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갔다. 자신이 대학교 시절 축제에서 전통 공예품을 포장하던 모습을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아마추어 사진사, 시각장애 어린이 등이 찍은 사진들을 선택한 것도 일반 대중과 ‘거리 좁히기’의 한 방식으로 보인다. 이 특강에서 박 전 대표는 꿈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타고난 잠재력과 열정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정치를 끝마치기 전까지 그런 환경을 갖춘 나라에서 젊은 분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내고야 말겠다는 것이 꿈이고 열망이다”고 밝혔다. 한편, 강연 전일 한나라당의 기습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로 좌파단체인 ‘다함께’ 학생들이 박 전 대표의 강연장 진입을 막으며 ‘날치기 한미 FTA 반대’를 외치는 소동이 있었지만 차분하게 특강을 진행했다.

박 전 대표는 앞으로 특강정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초등학교부터 일반 기업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특강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040 세대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어 당분간 박 전대표의 2030 소통은 이어질 전망이다.


소통을 시도했지만, 반응은 제각각

박근혜 식 ‘20대 끌어안기’가 화제 되자, 자연스레 올해 5월부터 4개월간 전국 대학을 돌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청춘콘서트와 비교하는 분석들이 나온다. 박 전 대표는 항상 대학생들의 의견을 들은 뒤 “저를 포함한 정치권과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더불어 간담회 이후 비서실장 격인 이학재 의원과 보좌진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리한 뒤 어떻게 정책과 예산에 반영할지를 챙긴다.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를 현실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반면 안 원장은 청춘콘서트에서 “나는 독서를 할 때 그 주인공이 늘 나라고 생각했다”, “계획을 세울 때 3년 뒤를 생각하면 너무 지친다. 잘게 나눈 뒤 그걸 이루면 자기에게 상을 줘라”, “회사 경영할 때 ‘어음 깡’을 했다. 살아남으려면 할 수 없었다”는 등 대학생의 눈높이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며 공감을 얻는다. 이를 두고 박 전 대표의 화법은 추상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박 전 대표 측은 안철수 식 ‘감성’ 소통 방식과는 다른, 박근혜 식의 ‘힐링(Healing·치유)’ 소통 방식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공감을 넘어 정책과 예산으로 그들의 아픔을 해소하는 것까지 추구한다”며 “과정을 함께하고 해법도 강구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의 강연을 직접 접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학생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썰렁 개그 총수이자 수첩 사용 장려 연합회 회장님’이라며 색다른 모습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었다. 대전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막연한 정치인으로 느껴졌는데, 직접 강연을 들으니 정치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계신 것 같다. 새로운 면을 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같은 학과 조모(27)씨 역시 “우리의 짓궂은 질문에도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각오가 대단하신 분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법과대학에 재학 중인 안모(27)씨의 견해는 달랐다. 그는 “안철수가 더 낫다는 게 제 생각이다. 비단 나 뿐 아니라 친구들도 같은 의견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사람과 자기가 성취한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강연에 참여한 학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도 “정치인들의 소통은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다. 재래시장 가서 생전에 먹지도 않던 국밥을 단숨에 먹는 것처럼 말이다”라며 “그냥 일시적인 바람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2040 청장년층 민심위한 당 차원의 노력

한나라당 차원에서도 서울·수도권과 2040 청장년층 민심을 잡기 위한 쇄신안 마련에 착수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큰 실망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의 핵심이라는 인식 아래, 취약계층을 향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선 것이다. 28일 정두언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은 “2040 세대를 끌어오기 위해선 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가 돼야 한다”며 “이들에게 과감히 문호를 개방하고, 이들을 대폭 신진인사로 수혈해 당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3040 세대 외부인사의 대거 영입을 내용으로 하는 공천 물갈이론을 주장한 것이다. 당 내 소장파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남경필 최고위원도 당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남 최고위원은 “국민들이 원하는 체질 개선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며 “새 지도부가 들어오거나 당명을 바꾸는 것으로는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당명을 바꾸자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이름과 겉모양을 바꾸는 것도 어떤 때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겉모양이 아니라 우리 속마음을 확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 트위터에 이어 페이스북 ‘수첩공주’를 문 열고, 젊은 층과 소통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2040 세대를 잡아야만 대권도 가능하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2주 간 선거지원 과정에서 대규모 유세보다는 서울 구석구석을 홀로 다니며, 시민들과 스킨십에 주력했던 것도 이런 까닭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의 최근 행보와 관련,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은 친박이 예상했던 정치과정이 아니었다. 대세론 균열에 따른 위기의식으로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예상보다 빨라졌다. 다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대선행보의 첫 걸음으로 대학생들과 소통을 택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해를 바라보듯 국민만을 바라본다는 '국민바라기 정치'가 위기론을 대세론으로 역전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취재/안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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