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미디어 헤게모니 I] 기울어진 미디어계의 무게 추
[이슈메이커_ 미디어 헤게모니 I] 기울어진 미디어계의 무게 추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0.02.13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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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기울어진 미디어계의 무게 추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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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의 위기다. 이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케이블과 종편, 디지털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들이 시장에 뛰어들며 수년 전부터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이야기다. 다양한 방송사업자의 등장으로 미디어 업계는 무한경쟁체제에 들어갔다. 과거 시장의 강자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지상파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미디어 헤게모니의 변화, 지상파는 과연 어떤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을까?
 
전방위적 악재 맞은 지상파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진 지상파다. 아래서는 케이블과 종편이 치고 올라오고, 위에서는 디지털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이 앞을 막고 있다. 앞을 막는다는 표현보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도 있다. 입지가 좁아져 가고 있는 지상파다.
 
지상파가 위기의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어떠한 움직임을 보이는지를 살펴보려면, 각 방송사의 간판 드리마 편성표를 보면 일부는 알 수 있다. 그동안 지상파의 자존심이라 여겨졌던 수목 드라마의 편성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보통은 실험작이나 앞서가는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들을 걸었던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의 드라마들은 주말 드라마로 자리를 옮겼다. 시청률에 대한 압박을 느낀 특단의 조치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기업이 큰 자본을 들여 블록버스터 시리즈를 내놓음에 따라 방송사도 제작비를 늘려 이전과 스케일이 다른 작품들을 제작하고 나섰는데,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제작비를 감당할 만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자회사를 설립해 투자와 제작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제작비 일부 투자와 광고, 판권수익으로는 타산이 나오지 않아서다.
 
지상파의 위기를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인력 유출 문제다. 그동안 방송사에서 여러 히트작을 제조했던 스타PD들은 대거 케이블이나 종편으로 이동했고, 프리를 선언한 종사자들도 분야를 막론하고 상당히 많다. 인력의 유출은 단순히 해당 인력의 충원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당사자와 합이 맞는 다른 구성원들이나, 출연자들의 이탈도 대거 발생하기 때문이다.
 
성동규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방송 산업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었기에 해외의 주요 방송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미래를 대비해 왔다”며 “영국의 BBC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고, 지상파를 포함한 미국의 방송사들은 기업의 M&A을 통해 미디어 빅뱅을 이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영향을 받은 국내 주요 케이블TV 사업자(MSO)들과 통신사들 역시 M&A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이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상파 고유의 영역인 공공성을 무기로, 그리고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진정한 의미의 ‘공영 방송’으로 거듭난다면 미디어계의 무게 추는 다시 중심을 잡을지도 모른다.
지상파 고유의 영역인 공공성을 무기로, 그리고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진정한 의미의 ‘공영 방송’으로 거듭난다면 미디어계의 무게 추는 다시 중심을 잡을지도 모른다.

 

 
‘공공성’이라는 무기를 살려야…
방송 산업은 21세기를 이끌어갈 핵심 동력 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왔다. 방송의 여파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광범위한 영역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방송 산업의 근간이자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지상파의 경영 안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최근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국내 각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광고 판매요금 인상이나 중간광고 및 광고총량제 도입, 간접광고의 활성화, 방송발전기금요율 인하와 같은 움직임을 펼쳐왔다. 더불어 방송사 내부의 조직 개편·임금 삭감·경비 절약 등에도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복수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적 구조의 변화보다는 질적 구조의 변화가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덩치 줄이기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는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반의 방송을 보면 이에 대한 근거와 실마리가 보인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미디어는 ‘개인화’라는 변화를 맞았다. 때문에 기존 지상파가 고수해온 ‘보편성’에 의거한 콘텐츠 제작은 한계에 부딪히게 됐고, ‘집단화’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개인화로 야기된 시청 형태의 변화와 시청자들의 니즈 변화는 미디어 헤게모니의 변화라는 거대한 움직임을 촉발시켰다. 때문에 방송사들은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 제작 및 편성, 송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가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자회사 운용에만 매진할 수는 없다. 지상파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중 하나인 뉴스,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외주로 돌리기에는 시장의 이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며 “이 분야는 ‘보편성’과 ‘집단화’에 의거해 시청자를 공략할 수 있는 분야이기에 콘텐츠제작전문 스튜디오(외주 혹은 자회사)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공공성을 높이는 차별화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황근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경영 압박을 이유로 중간광고 허용 같은 정책적 지원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인터넷·모바일로 빠져나간 광고주들을 되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지금 지상파 방송의 경영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해법은 중간광고 같은 ‘지상파 방송 구하기’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독립된 진정한 공영방송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첨언했다. 이어 “지금처럼 정치 권력과 밀착돼 불공정 시비가 지속한다면 지상파 방송의 침몰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을 살리는 정도는 교과서에 나오는 ‘정치 권력과 시장으로부터 독립된 공영 방송’으로 거듭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상파 고유의 영역인 공공성을 무기로, 그리고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진정한 의미의 ‘공영 방송’으로 거듭난다면 미디어계의 무게 추는 다시 중심을 잡을지도 모른다. 균형 잡힌 미디어의 발전으로 지상파 미디어가 신뢰를 회복하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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