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자동화로 야기된 세계 경제 변화의 화두
4차산업혁명의 궤도 안에서 기업들의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판매자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솔루션이었지만, 이제 대부분의 기업에서 자주 언급되어지는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으로 RPA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 각 분야의 경계를 넘어 수요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RPA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양한 경제적 편익 제공할 RPA
세계적인 아웃소싱 분석 기업인 HFS리서치는 글로벌 RPA 시장은 2016년 약 2억 7,100억 달러 규모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1년에는 12억 2,4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외에도 여러 시장조사기관의 분석과 전망을 살펴보면 연간 60% 수준의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그동안 그 어떤 시장도 이 같은 수준의 성장세를 보인 적이 없다. 있다 해도 매우 드문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RPA란 무엇일까?
쉽게 말해 RPA는 ‘Robotic Process Automation’(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의 줄임말로써 기본적으로 사람이 하는 표준화되어 있고 규칙에 기반한 업무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의 로보틱(Robotic)은 물리적 의미의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인지적인 일을 대신한다는 의미의 컴퓨터 프로세스를 말한다. 즉, 현재의 RPA 기술의 초점은 Back-office 업무의 자동화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과 접목되면서 정형화하기 어려운 업무나 Front-office 업무 등의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RPA 시장은 RPA 소프트웨어와 RPA 서비스로 양분되는데, RPA 소프트웨어 시장은 RPA 솔루션 플랫폼을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하는 시장을 의미하며, RPA 서비스 시장은 RPA 솔루션 도입 후 기존 인력에 대한 변화관리, 프로세스 개선 및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이 두 시장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기에 시장의 규모는 함께 성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IT 서비스 전문 기업 (주)에이에스피엔은 “RPA는 조직의 기존 IT 인프라(SAP, Desktop Application, Web, e-mail)와 같은 기존 시스템을 변경하지 않고도 빠르고 쉽게 통합할 수 있고,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라고 RPA에 대해 정의하기도 했다.
이어 RPA 업계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자연언어로 소통하는 새로운 노동 형태인 디지털 노동(Digital Labor)이 부상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수동적인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노동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RPA는 기업 경영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더 많은 관심과 세심한 연구, 제도적 틀 마련 필요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 선진국 역시 디지털 노동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같은 노동력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RPA의 도입은 근로 생산자들이 얼마나 거부감 없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2018년 영국의 다국적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RPA를 경험한 70% 이상의 근로자들이 RPA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초기 단계에 있었던 조직 내 반발도 시범 과정을 거치며 우호적으로 변화했다고 나타났다. 반면, 도입 초기 단계에 지나친 기대와 정밀하지 못한 업무 분석으로 실패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조사도 있었다. RPA 업무에 대한 상황적 인지 부족과 기술적 한계를 무시한 구현 등으로 구현 후 미사용 및 추가 비용 발생이라는 이슈가 발생되면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RPA의 성공적인 구현을 위한 요소를 조언한다.
전문 저술가 Bob Violino는 기고문을 통해 ‘연구조사 실시, 직원 대상 RPA 교육, 가장 효과적인 적용 분야 파악, 단순하게 모듈형으로 유지, 데이터 보안 유의, 정기적 테스트, 여러 부서에 걸쳐 우수 사례 센터개발, 미래의 발전과 과제에 대비’ 등 ‘성공적인 RPA 구현을 위한 8가지 핵심 요소’를 전하기도 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도 ‘RPA 적용이 용이한 업무의 유형 분석, 실제 구현 시 보다 심층적이고 섬세한 접근, 점진적으로 조직 차원의 인적 자산 및 역량 체계 재설계 병행 추진’ 등을 RPA 도입 시 고려사항으로 꼽았다. 여기서 공통된 내용은 RPA에 대한 선행 조사와 연구, 그리고 기업 상황에 맞는 RPA 도입,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유지 방안 및 전략 수립, 미래에 대한 대비다.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RPA를 도입한다면 실패 확률은 줄이고 성공 확률은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욱아 한국IBM 부장은 “RPA 시장 트렌드가 바뀌고 있음을 느낍니다. RPA의 가치를 실감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RPA를 더 넓고 깊게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합니다”라며 “디지털 노동자와 함께 근무할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고령화 및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자 인적 자원의 고부가가치 업무 집중, 유연 근로 실현, 안전 확보, 글로벌 수준의 산업경쟁력 확보 등 다양한 경제적 편익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RPA.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근로자의 업무 환경 개선, 나아가 국가와 인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발전할 수 있기에 더 많은 관심과 세심한 연구, 제도적 틀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