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경기 장기 침체의 수렁에 고개 든 더블딥
[이슈메이커] 경기 장기 침체의 수렁에 고개 든 더블딥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0.02.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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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경기 장기 침체의 수렁에 고개 든 더블딥
 
 
사진=김남근 기자
사진=김남근 기자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는 ‘경기부진’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데 이어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는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과 건설투자가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하며 빈축을 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개월째 경기 부진을 지적하고 있고, 현대경제연구원이 더블딥(Double Dip·이중침체)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W’ 패턴의 경제 흐름
‘경제동향 12월호’에서 한국 경제가 4월 이후 9개월 연속 부진한 상태라고 진단한 KDI와 ‘경기 바닥론 속 더블딥 가능성 상존’ 보고서를 통해 향후 경기 흐름을 극히 어둡게 본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망이 한국 경제의 화두로 떠올랐다.
 
여기서 말하는 더블딥이란 문자 그대로 ‘두 번’(double) 그리고 ‘짧은 기간 동안 가라앉는다’(dip)는 단어가 더해진 것으로, 침체기에 빠졌던 경제가 짧은 기간 동안 회복하다가 다시 침체로 돌아서는 것을 말한다. 경제는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기에 이 같은 변화의 패턴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 짧은 상승과 하락의 반복이 마치 W자의 형태와 같다고 해서 ‘W자형 경기회복’을 더블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난 2010년 당시 세계은행은 ‘2010 세계경제 전망보고서’에서 각국이 출구전략을 잘못 다룰 경우 경기가 반등한 뒤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었고, 유엔 역시 ‘세계 경제는 2009년 2분기 이후 회복되고 있고, 개도국 특히 아시아의 개도국들이 올해 가장 강력한 회복을 보일 것’이라며 ‘각국 정부가 출구전략을 너무 서둘러 시행하면 다시 경기침체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더블딥의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바닥론’ 논쟁에 대해 “그간 크게 부진했던 수출도 12월에는 마이너스 폭을 크게 줄여나갈 수 있을 전망”이라고 전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바닥론’ 논쟁에 대해 “그간 크게 부진했던 수출도 12월에는 마이너스 폭을 크게 줄여나갈 수 있을 전망”이라고 전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같은 수치, 다른 분석
본론으로 돌아와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 바닥론 속 더블딥 가능성 상존’ 보고서를 통해 동행지수가 10월 99.4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하는 등 경기 반등세가 미약하다고 했다. 이로 인해 경기 침체 후 한동안 회복기를 거치는 듯 보이다가 호황이 본격화하기 전에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KDI 역시 ‘경제동향 12월호’에서 우리 경제에 대해 ‘수출과 투자가 위축되는 등 실물경기는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히며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경기를 ‘둔화’로 판단하다가 4월 이후 경고 수위를 높였고, 9개월 연속 ‘부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데 기획재정부는 ‘생산·소비 완만한 증가세’라는 표현을 쓰며 대외적으로 세계 교역과 제조업 경기 위축 등으로 말미암아 세계 경제가 동반 둔화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 향방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소비자와 기업 심리가 개선됐다고 판단했고, 고용 역시 회복세라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는 농산물·석유류 가격 하락세가 완화하며 0.2% 상승했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0.6% 올랐다. 백화점 매출액(3.3%), 대형할인점 매출액(2.5%), 온라인 매출액(2.9%), 카드 국내승인액(7.6%)은 1년 전보다 일제히 증가했으며 중국인 관광객도 30%나 늘었다. 동월 기준 주택시장은 매매가격(0.07%)과 전셋값(0.05%) 모두 올랐다. 때문에 정부가 내놓은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위험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올해 남은 기간 이월·불용 최소화 등 재정 집행과 정책금융, 무역금융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기재부의 주장을 말미암아 KDI의 분석을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 9개월 연속 ‘부진’하다는 평가를 내놓은 KDI는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가 낮아 경기 부진이 이어진다고 지적했고, 특히 수출 부진에 방점을 뒀다. 국내 경제가 수출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2018년 11월 기준 수출금액이 1년 뒤 14.3% 감소했다는 것은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대목이다. 투자는 건설부문에서 토목을 중심으로 감소 폭이 줄었지만, 설비투자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발표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을 더욱 현실적이다. 더블딥 우려를 제기한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기 반등세가 미미하다는 점에 주목했고, 글로벌 큰 시장인 인도와 중국의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수출 회복이 어느 정도로 일어날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주요 불안 요인 중 하나로 꼬집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지난해 4분기 첫 달인 10월에 들어 제조업과 건설업 생산이 감소하는 가운데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마저 둔화되면서 전 산업 생산은 감소세를 기록하는 중”이라며 “경기 동행지수순환변동치의 중기 추세로는 지난 3월을 저점으로 완만하게 상승 중이나 아직은 회복과 반등에 대한 식별은 이르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하며 더블딥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어 “현재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의 경기 급락에 대한 조정 국면에 위치하면서 방향성을 모색하는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민간연구기관이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앞으로의 경기 방향성은 현재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전지적 혜안과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전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앞으로의 경기 방향성은 현재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전지적 혜안과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전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정해진 바 없는 경기 방향성, 모든 경우의 수 열어야…
정부와 국책·민간연구기관의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먼저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9년 1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산업생산과 설비투자가 전달보다 각각 0.4%, 1.1% 증가했고,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3.0% 상승한 것에 대해 “전반적인 회복 흐름은 미약하지만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개월 연속 상승한 것도 ‘경기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는 “경기가 곧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을 보였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간 크게 부진했던 수출도 12월에는 마이너스 폭을 크게 줄여나갈 수 있을 전망”이라고 전한 바 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경기와 수출이 부진하고, 생산과 소득이 감소하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증가율이 낙관적인 수치가 아닌가 싶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다른 전문가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경기 회복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GDP 디플레이터가 계속 마이너스라는 점에서 사실상 수요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하는 등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전망을 내놓기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고, 이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한국경제는 올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내우외환의 여파가 이어질 예상”이라며 “세계 경제의 오리무중 속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수출 증가율의 감소, 각종 투자의 정체 및 감소, 성장 없이 일부 고용지표만 개선되는 ‘성장 없는 고용’을 맞닥뜨리며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이인실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다소 나아지더라도 이는 부진이 길어지면서 나타나는 기저효과 측면이 크기 때문에 경기 바닥을 섣불리 판단해선 곤란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경기 바닥론과 더블딥을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다만 바닥을 찍고 올라갈 때의 속도가 내려올 때의 속도보다 느리다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전한다. 이때 회복 추세가 지나치게 느리다면 더블딥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도 있다.
 
주원 연구실장은 “경기 회복이 온다는 보장이 없듯이 더블딥이 온다는 보장도 없다”며 “앞으로의 경기 방향성은 현재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전지적 혜안과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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