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세계 최연소 여성 지도자, 나이와 성별보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세계 최연소 여성 지도자, 나이와 성별보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
  • 김갑찬 기자
  • 승인 2020.02.03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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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세계 최연소 여성 지도자, 나이와 성별보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

 

 

ⓒFinnishGovernment_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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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2020 원더키디’라는 만화에 열광했던 당시 아이들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2000년 출생자)라는 이름으로 2020년을 어느새 현실로 마주했다. 먼 훗날의 이야기이자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2020년.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제 더는 순수한 어린아이가 아닌 세상을 바꿀 중심 세대로서 막대한 책임감이 부여됐다. 전 세계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점차 강조되고 있다. 최근 세계 최연소 여성 총리가 된 산나 마린 핀란드 신임 총리 역시 이들 중 하나이다.

 

34세 워킹맘, 핀란드를 바꾸다

알코올 중독 아버지와 성 소수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부모의 이혼으로 지독한 가난 속에 15살 때부터 방 포장과 잡지 배달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가난한 소녀.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했지만, 그마저도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며 영업사원 일을 겸해야 했던 20대. 지금까지의 이야기만으로도 해당 주인공의 삶은 사회적 약자의 상징적 인물처럼 보이며 그가 마주할 30대는 어떤 희망도 없어 보였다. 반전은 이제부터였다. 현금 수납원으로 돈을 모아 겨우 학업을 이어갔던 그가 정치할 것이란 생각은 자신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기에 더욱더 흥미롭지 않을까? 20대 중반의 나이에 정치에 입문해 시의원과 국회의원, 그리고 교통부 장관까지 거쳐 34살의 나이에 한 나라를 이끄는 총리의 자리에 올랐다. 이는 최근 핀란드의 세 번째 여성 총리이자 세계 최연소 여성 총리인 산나 마린 핀란드 신임 총리의 이야기다. 그 누구보다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던 그가 정치에 입문하며 내세웠던 바는 무엇일까? 산나 마린 총리는 지금껏 슬픔으로 가득했던 가족 이야기에 기인해 소수자 인권과 불평등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는 총리 취임 이후에도 자신의 SNS에 “우선 축하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모든 어린이가 꿈을 꾸고 이루며 모든 사람이 살면서 존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핀란드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남기기도 했다.

 

 

ⓒFinnishGovernment_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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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 마린 총리는 27살이 되던 2012년 탐페르 시의회를 이끌며 핀란드 정치계에 입문했다. 2015년에는 핀란드 제1당이자 중도 좌파 성형의 사회민주당 부의장을 맡으며 국회 입성에도 성공한다. 2019년 총선에서는 핀란드 내에서 6번째로 높은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그는 지난해 6월 핀란드 교통·커뮤니케이션 장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이후 핀란드 연립 정부 구성의 파트너 정당이 전임 안티 린네 총리를 신뢰하지 못하며 지지를 철회하자 린네 총리는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임 장관에게 당시 자국 국영 우편 서비스 파업의 대처 미흡했다는 비판도 이어진 상황이었다.

 

총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핀란드의 사회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16년 만에 제1당의 자리를 되찾으며 신임 총리를 선임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교통·커뮤니케이션 장관이었던 산나 마린 의원과 안티 린트만 사회민주당 교섭단체 대표가 당내 투표를 거쳐 32대 29로 산나 마린 의원이 신임 총리 후보자로 선출됐다. 산나 마린 총리 후보자는 의회의 총리 승인 투표에서도 천성 99표, 반대 70표로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이로써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지도자였던 알렉세이 곤차룩 우크라이나 총리보다 1살 젊어 최연소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총리 취임 직후 자신의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관련 질문은 피한 채 그는 “신뢰를 회복해야 할 일이 많다. 나는 내 나이와 젠더를 결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이와 성별보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정치에 입문한 이유와 우리가 유권자의 신뢰를 얻었던 것들은 우선시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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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진 핀란드의 여성 정치 참여

산나 마린 총리는 취임 후 즉시 새 내각을 구성했다. 세계 최연소 여성 지도자의 국정 운영을 위한 첫 번째 내각 구성에 외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으며 그 결과 역시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이번 내각의 특징은 다수의 여성 장관이 임명됐다는 점이다. 새로이 구성된 핀란드 연립 정부 19개 장관직 중 12개 장관이 여성의 몫이었다. 일각에서는 현실판 ‘아마조네스(그리스 신화에 소개된 여성 전사로 구성된 부족)’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특히 마린 총리를 비롯해 카트리 쿨무니 부총리 겸 재무장관, 리 안데르손 교육부 장관, 마리아 오히살로 내무부 장관 등 4명은 30대 여성이다. 더욱이 이들은 핀란드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5개 정당 중 4개 정당의 대표이기도 하다. 나머지 1개 정당의 대표이자 법무부 장관인 안나 마야 헨리크손 장관 역시 여성이다. 따라서 핀란드 5개 정당 대표가 모두가 여성이다. 이 밖에도 보건부와 지방자치부, 과학문화부 고용부까지 여성 장관으로 임명한 산나 마린 총리의 내각이지만, 이는 핀란드에서는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핀란드는 여성 정치사는 오랜 역사적 배경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FinnishGovernment_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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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핀란드는 유럽 최초 여성의 선거권을 인정했으며 곧바로 피선거권까지 부여했다. 따라서 1907년 핀란드 첫 국회의원 선거에서 200명의 의원 중 10%였던 20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세계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이다. 1996년 핀란드의 국회의장과 수석, 차석 부의장 3인 모두가 여성인 경우도 있었고 2003년에는 대통령과 총리 모두 여성의 몫이었다. 이처럼 유럽을 넘어 세계 정치사에서 여성 정치 참여의 최초 기록을 다수 보유 중인 핀란드는 양성평등 쿼터제를 도입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힘쓴다. 1995년부터 시행된 해당 제도는 지역위원회와 지방의회에서 남녀 상관없이 소수의 성별이라도 최소 40%는 차지하도록 한다. 따라서 어떤 경우라도 핀란드에서 여성 의원은 40% 이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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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여성의 정치 참여뿐 아니라 청년의 정치 진입도 어렵지 않다. 100% 비례대표제 선거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적 기반이 없는 청년 정치인 역시 정당 득표수에 따라 얼마든지 당선이 될 수 있다. 특히 핀란드 청소년 기본법 8조에서 ‘청소년에게 지역사회 청소년 단체 및 정책 참여 기회가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명시하며 청년들의 적극적 정치 참여를 독려한다. 행정부뿐 아니라 핀란드 의회 역시 청소년 정치 참여 정책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핀란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후보자 2,000여 명 중 34%가 18세~40세 사이의 청년이었다. 실제 45세 이하의 국회의원 비율도 48%에 달하며 이들 중 8명은 20대 의원이다. 정치 활동의 보장뿐 아니라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연령 역시 만 18세로 고등학교를 마친 핀란드인이라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누구든 출마 가능하다. 산나 마린 총리 역시 2006년 21세의 나이로 사회민주당 청년 조직에 참여했으며 이를 기분으로 시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와 인연을 맺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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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지도자의 강세는 세계적 기류

‘유리 천장이 무너졌다’ 이는 얼마 전 이탈리아 사법 역사상 최초의 여성 헌법재판소장으로 선출된 마르타카르타비아의 소감이다. 이처럼 유럽 정치계의 강력한 여풍은 핀란드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유럽 정치계는 이른바 ‘여인 천하’다. 우선 EU의 주요 핵심 보직 중 유럽은행 총재와 EU 집행위원장은 여성의 몫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오랜 시간 유럽 연합을 지배했던 남성 중심의 지배 문화를 탈피한 최초의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지난해부터 5년의 임기가 시작된 제9대 유럽의회에서도 748명의 의석 중 40%가 여성 의원의 몫이었다. 1979년 1대 유럽의회 당시 여성 의원의 비율이 16%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변화다. 이 중 스웨덴과 핀란드의 경우 여성 의원의 수가 남성 의원을 수를 넘어섰으며 프랑스,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몰타에서 유럽의회에 진출한 남녀 의원의 비율은 동일했다.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를 비롯 유럽연합의 28개국 중 5개국이 여성 총리가 이끌고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41세의 나이로 총리 자리에 올라 덴마크 역사상 최연소 총리이자 두 번째 여성 총리로 이름을 알렸다. 2013년 노르웨이 총리가 된 에르나 솔베르그 여기 2017년 재선에 성공하며 유럽연합의 여성 총리 타이틀을 이어가게 됐다. 벨기에 소피 윌메 총리 역시 공식 선출직은 아닌 임시 총리지만, 벨기에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럽연합을 대표하며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2021년까지 총리 임기가 남았다. 메르켈 총리가 이상 없이 총리직을 마친다면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와 함께 역대 독일 최장기간 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

 

 

ⓒFinnishParliament_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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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17세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역시 정치인은 아니지만, 유럽 사회에서 어린 나이에도 강력한 여성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앞두고 후보 명단에 포함된 78개의 단체와 223명의 개인 중 툰베리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툰베리는 2018년 기후변화 방지 약속을 주장하며 스웨덴 의회에서 학교에 가지 않는 ‘결석시위(Skolstrejk for klimatet)’를 이어가며 일약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 스웨덴뿐 아니라 미국과 태국,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심지어 대한민국에서도 툰베리의 뜻에 지지하는 청소년이 늘어나 현재 전 세계 400만 명의 사람들이 툰베리의 시위를 동참했다. 더욱이 툰베리는 유엔 총회 당시 ‘기후 행동 정상회의’ 연설자로 나서 “기후변화로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간다. 나아가 모든 생태계가 파괴되며 대규모 멸종이 시작됐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돈과 성장이라는 동화만을 강조할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16세 소녀의 당찬 소신은 전 세계인에게 울림으로 다가갔으며 언론에서도 그를 유력 수상자로 예측한 이유였다. 아쉽게도 2019 노벨 평화상은 20년 분쟁을 끝낸 동아프리카 평화전도사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에게 돌아갔지만 만약 툰베리가 수상자가 되었다면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 중 2014년 당시 17세의 나이로 수상한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기록을 넘어선 최연소 수상자가 될 뻔했다.

 

정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여풍이 몰아치는 유럽에서 최근 양성평등 문화도 주목받는다. 특히 유럽에서는 이전부터 양성평등 정책에 앞장선 국가가 다수 존재한다. 유럽 최초의 여성 투표권을 부여한 핀란드뿐 아니라 노르웨이는 2003년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40%로 늘리는 여성 임원 할당제를 시행했다. 스웨덴 역시 1974년 유럽 최초로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가능토록 제도화했으며 1995년에는 ‘엄마·아빠 할당제’ 도입으로 부모 각자에게 육아휴직 1개월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이어온 유럽 국가들의 탄탄한 양성평등 정책이 최근 유럽 여성의 책임 있는 사회 역할을 가능하게 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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