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커져가는 비핵화 비관론, 셈법 찾을 수 있을까
[이슈메이커] 커져가는 비핵화 비관론, 셈법 찾을 수 있을까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1.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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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커져가는 비핵화 비관론, 셈법 찾을 수 있을까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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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드리웠던 전쟁의 먹구름이 물러가고 이듬해 평화가 성큼 다가오며 당장이라도 비핵화라는 열매가 맺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해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며 다시 한반도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2020년은 남북관계가 새롭게 도약하고, 한반도 평화가 한 걸음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하노이 노딜’ 이후 늪에 빠진 비핵화 협상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고,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미 회동은 물론 가을 스톨홀롬에서의 실무회담마저 결렬되며 북미 협상은 중지된 상태다. 이후 북한은 미국을 향해 연말까지 비핵화 협상에서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요구하며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 경고했다.
 
아무런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2019년이 지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예상대로 ‘정면 돌파’ 카드를 내던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월 열린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핵 억제력 강화와 새 전략무기 공개, 대북제재 정면 돌파 등을 선언하는 대미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유예 철회까지 시사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한껏 높였다.
 
북한이 예고했던 ‘새로운 길’이 강대강 대응으로 드러나면서 한반도 정세가 전쟁 위기 국면까지 치달았던 2017년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새 대외 전략노선에 대해 ‘올바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쟁 대신 평화와 안정을 선택하길 바란다. 다른 경로를 택하길 희망한다. 그가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해 마지막 날 “우리는 비핵화에 관한 계약에 서명했다. 첫 번째 문장이 ‘비핵화’였다. 그게 싱가포르에서 한 것이었다. 나는 그가 자신의 말을 지키는 남자라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와 대화 테이블을 살려두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하노이에서의 회담 결렬 이후 북미 정상은 판문점에서 한차례 더 만났지만 뚜렷한 비핵화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백악관/Flickr
하노이에서의 회담 결렬 이후 북미 정상은 판문점에서 한차례 더 만났지만 뚜렷한 비핵화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백악관/Flickr

 

중동정세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그러던 중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하고, 이란이 미국의 이라크 주둔기지를 상대로 보복 공격에 나서는 등 중동에 전운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미국의 대이란 정책이 대북 정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대외 정책 중심부에 이란이 자리 잡게 되면 북핵 문제가 주변부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한반도에서마저 강경 정책으로 선회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선을 앞두고 운신의 폭이 넓지는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핀셋 제거’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상당한 심리적 충격을 안겼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로 인해 북한이 잘못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핵보유국 지도자와는 대화를 하지만 핵무기가 없는 나라는 공격한다는 점’에 빗대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더욱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금은 안전을 보장해준다고 해도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텐데, (이란 사태를 보며)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판단이 더 굳건해졌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 만큼 여러 가지 이유로 올 한해가 한반도 평화의 중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백악관/Flickr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 만큼 여러 가지 이유로 올 한해가 한반도 평화의 중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백악관/Flickr

 

운전자론 재시동 거는 정부, 산통 깨는 北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더 운신의 폭을 넓혀 노력해나가겠다”며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한동안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던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카드도 다시 꺼내들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추진도 1년여 만에 공식화했다.
 
정치권에선 집권 4년 차를 맞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실질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막혀 더 이상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후순위로 밀려선 안 된다는 의지의 표명으로도 풀이된다.
 
문제는 북한의 호응 여부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를 사실상 중단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도 외면했고, 하반기엔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를 공개 지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를 두고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명의의 담화로 “남조선당국은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 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통일연구원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2월이 한반도 정세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2월 말이나 3월 초부터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북미 관계나 남북 관계가 비난과 대치, 군사적 긴장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대화 국면이 조성되어 협상 재개의 불씨가 되살아날지, 다시금 남북과 북미 관계가 일촉즉발 사태로 치달을지 앞으로 수개월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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