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승자독식 구도 허물고 다당체제 열 수 있을까?
[이슈메이커] 승자독식 구도 허물고 다당체제 열 수 있을까?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1.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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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승자독식 구도 허물고 다당체제 열 수 있을까?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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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27일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적 국회의원 295명 가운데 167명이 본회의에 참석해 찬반 투표를 실시해 찬성 156명과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선거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로 인해 오는 4월15일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개정된 선거법에 의해 치러지게 된다.
 
막 내린 패스트트랙 정국, 정치개혁 취지 상실
개정 선거법은 현행대로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까지 총 300석으로 의석을 구성하되, 이른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상 처음 도입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총 의석을 보장하는 제도로 비례대표 30석(cap·캡)까지만 50%를 반영해 할당하기 때문에 ‘준(準)’라는 접두어가 붙었다.
 
선거법 개정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지난 한 해 큰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시작은 지난 4월 말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야당과 함께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지정하면서다. 당시 민주당과 한국당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등 곳곳에서 정면충돌했다. 이에 검찰은 폭력을 행사하고 국회 업무를 방해한 여야 의원 28명과 보좌진·당직자 8명 등 총 37명을 재판에 넘긴 상태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후 한국당은 관련 논의에 불참하며 장외투쟁에 몰두했다. 주말마다 전국을 돌며 집회를 했고, 황교안 대표는 11월 선거법 개정안 철회 등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다른 야당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를 구성해 협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당초 패스트트랙에 올라탔던 지역구 225석과 비례대표 75석에 연동률 50% 적용에서 벗어나 후퇴한 법안이 마련되며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후 11월 27일 본회의에 부의된 선거법 개정안은 한 달여 만인 12월23일 상정됐다. 한국당은 극렬 반대하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 전략에 민주당은 ‘쪼개기 국회’로 응수하며 표결에 올렸다. 결국 27일 오후 민주당은 본회의를 소집해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당은 ‘헌법 파괴 연동형 선거제 절대 반대’ 등의 현수막을 들고 농성하는 등 국회가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선거법은 여야 합의 없이 처리된 불명예를 남겼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한 칼럼에서 “민심의 흐름을 살피고 이에 부응하여 표를 얻겠다는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정치적 술수와 공작적 정치공학이 유권자에게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시대착오가 지금의 정치를 결과했다”고 평가했다.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 열차에 탄 이후 정치권은 지난 한 해 큰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 열차에 탄 이후 정치권은 지난 한 해 큰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정의당 가장 큰 수혜 입을 가능성 높아, ‘비례자유한국당’은 변수
선거법 개정의 목적은 전체 의석이 아닌 비례대표 의석에 대해서만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배분하는 기존 제도로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패스트트랙에 올렸던 선거법 개정안은 제안 이유에서 “지역별로 지배적인 정당이 그 지역의 의석 대부분을 독점하는 현상이 지속되는 등 지역주의 정당체제의 극복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며 “국회의 의석배분에 있어 국민의 의사의 왜곡을 최소함과 동시에 지역주의를 개선하며 다양한 정책과 이념에 기반한 정당의 의회 진출을 촉진하려는 것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이번 ‘게임의 룰’ 변경은 전체 득표율의 3% 이상을 차지한 군소정당이 의석수를 늘릴 수 있는 제도다.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한국 정치가 기존 소선거구제를 토대로 한 단순다수 대표제의 폐해를 해소하고 거대 양당 체제에서 다당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 의석수 배분에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해 다양한 소수정당이 국회 운영에 참여하는 길이 열리면서 지역구도 타파는 물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도 폭넓게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정치 개혁의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장외투쟁과 ‘필리버스터’ 전략으로 일관하며 협상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장외투쟁과 ‘필리버스터’ 전략으로 일관하며 협상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실제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가장 혜택을 많이 볼 정당은 정의당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의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이번 선거법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면 정의당은 실제 결과에 비해 6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정당 지지율인 6∼7%대로라면 비례대표 의석수만 9∼11석을 확보할 수 있다. 정의당은 총선에서 20석을 확보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기존의 지역구 의석 253석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계명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관옥 교수는 “다당제로 가긴하겠지만 양당 구조가 완벽하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변수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다. 한국당은 이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응하며 ‘비례자유한국당’ 창당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보수통합 국면과 맞물리면서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간판급 현역 의원들을 비례한국당으로 이적시키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로선 ‘비례민주당’ 창당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비례한국당을 통해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일각에선 위성정당 창당이 박빙양상을 띄게 될 수도권 지역 표심에서는 명분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선거구 획정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4+1 협의체와 자유한국당의 기싸움이 다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향후 선거구 획정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4+1 협의체와 자유한국당의 기싸움이 다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선거구 획정 문제 또 다른 진통 낳아
선거법 개정을 통해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법은 마무리되었지만 지역구 253곳을 시도별·지역구별 인구수에 따라 어떻게 나눌 것인지 정하는 ‘선거구 획정’ 작업은 남은 과제다. 이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가 커 정계의 피 말리는 수 싸움이 다시 벌어질 전망이다.
 
앞서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공조했던 ‘4+1 협의체’는 논의 과정에서 전북 김제·부안의 인구(13만 9,470명)를 인구 하한선으로 잡고 그 2배인 27만 8,940명을 상한선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경기 군포 갑·을은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서울 강남 갑·을·병은 2개 선거구로, 경기 안산 상록 갑·을과 안산 단원 갑·을은 3개 선거구로 축소될 수 있다. 세종시와 강원 춘천시, 전남 순천시는 분구가 예상된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국당은 여당과 군소정당이 범여권에 유리한 호남 의석을 두고 ‘거래’를 했다며 이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강행 처리를 위해 좌파 추종 세력에게 호남 의석 유지라는 거래를 했다”며 “선거구 획정은 지역별 인구를 균등하게 반영하는 것이어야 하는데도 저들은 호남지역만을 위한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을 사실상 해놓은 것이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한국당은 자당 의원 지역구인 경기 동두천·연천(14만541명)을 하한선으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수도권 선거구를 건드리지 말고, 인구수가 미달되는 전북 김제·부안 지역구만 분할해 인접 선거구에 통합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미 의원 포화 상태인 호남에서 먼저 의석을 줄이라는 입장이다.
 
 
선거법 개정이 오랫동안 지속되던 양당구조를 허물고 다당체제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Pixabay
선거법 개정이 오랫동안 지속되던 양당구조를 허물고 다당체제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Pixabay

 

선거구 획정은 관례상 국회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가 시도별 정수 등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해 선거구획정위가 이를 바탕으로 획정안을 만들어 이를 다시 국회에 보내는 과정을 거친다. 각 당의 셈법이 달라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총선 때마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이뤄져 왔다. 17대 총선 때는 선거를 37일 남겨두고, 18대는 47일, 19대 44일, 20대 42일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마친 바 있다.
 
또한 선거법 개정안에 담긴 선거권 및 선거운동 가능 연령을 기존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하향한 부분도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이로 인해 2002년 4월16일생까지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선거권을 갖게 되며 약 57만 명의 유권자가 신규 유입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교실이 정치화’에 대한 우려와 ‘민주시민교육 실천하는 과정’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연령이 낮아지면서 교육현장에 혼란이 올 것을 막기 위한 입법 보완 논의를 요청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7일 개정 공직선거법 공포안을 의결했다. 이제 남은 것은 개정된 선거법으로 인해 어떤 미래가 펼쳐질 지다. 개정 취지대로 사표 방지와 비례성을 높여 오랫동안 공고히 지속되던 승자독식의 양당구조를 허물고 다당제로 가는 길을 열 수 있을지, 아니면 ‘밥그릇 싸움’으로 후퇴된 법안이 정치개혁 취지를 퇴색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인지 21대 총선의 승자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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