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ssue] 잊혀질 권리 인터넷에 떠도는 내 정보를 지워주세요!
[Social Issue] 잊혀질 권리 인터넷에 떠도는 내 정보를 지워주세요!
  • 민문기 기자
  • 승인 2015.10.20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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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민문기 기자]

 

 

인터넷에 떠도는 내 정보를 지워주세요!

 ‘잊혀질 권리’ 찬·반 논란 끊이지 않아…


 

 

 



우리 사회는 급속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초연결사회’로 진입했다. 정보는 점점 더 많이 축적되고 자동 수집·생성·분석되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온라인상의 정보는 한번 기록되면 쉽게 지워지지 않고 심지어는 정보주체를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인터넷에 올린 ‘내 정보’의 삭제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현대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잊혀질 권리 논란에 대한 각국의 방침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란 인터넷 사이트와 SNS 등에 올라와 있는 자신과 관련된 각종 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개인 정보 자기결정권이나 통제권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언뜻 보기에는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삭제하면 되지 않을까’란 단순한 논제로 보이는데, 사적 정보 자체는 개인의 것이지만 정보의 삭제 권한은 기업에 있기 때문에 권리의 주체가 누구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란은 유럽사법재판소에서 처음 시작됐다. 2010년 스페인의 변호사 마리오 코스테자 곤잘라스는 구글에서 우연히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게 된다. 이때, 그는 떠올리기 싫은 과거를 보게 됐다. 곤잘라스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98년에 연금을 미납해 집이 경매에 넘겨졌던 내용의 신문 기사가 검색된 것이다. 그는 과거의 정보가 현재의 상황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에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에 기사와 검색결과 노출 삭제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은 기사는 삭제하지 않되 구글 검색 결과 화면에서는 관련 링크를 없애라는 결정을 내렸다. 구글은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 제소했다.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구글 검색 결과에 링크된 해당 웹페이지의 정보가 합법적인 경우에도 링크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라며 곤잘레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른 바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잊혀질 권리의 개념은 2012년 유럽 일반정보보호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이하 GDPR)에서 처음 등장했다. GDPR은 잊혀질 권리의 성립을 4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정보가 수집  또는 처리 목적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 경우 둘째, 정보주체가 동의를 철회하거나 동의 기간이 만료했을 경우 및 정보를 처리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경우 셋째, 정보주체가 레귤레이션 제19조에 의해 개인정보의 처리에 반대하는 경우 넷째, 정보처리 절차가 다른 이유로 레귤레이션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다. (GDPR. 제17조 제1항) 
 

  이후 각국에서는 잊혀질 권리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유럽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주장하며 잊혀질 권리를 제도화 했다. 2011년 1월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인터넷에서 정보 주체의 권리를 강화한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만들면서 잊혀질 권리를 포함시켰다. 반면, 전통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은 잊혀질 권리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미국은 특히 각국의 인터넷과 SNS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법제화에 더욱 소극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사법당국은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 유포해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 무거운 법적 책임을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를 이용해 인터넷에서 인신 권익을 침해하는 민사분규 안건에 대한 처리규정’(사법해석)을 발표했다. 최고인민법원은 인터넷 사용자나 인터넷서비스 제공자가 온라인에 공개된 유전정보, 병력, 건강검진기록, 범죄기록, 거주지 주소, 개인 활동 등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당사자에게 손해를 줬을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웃국가 일본은 인터넷 보안문제와 관련된 예산을 확충하고 제도를 강화했다. 다니와키 야스 일본 국가정보보안센터(NISC) 내각심의관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IT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해 “최근 일본 기간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증가했다”며 “제어시스템안전센터(CSSC)를 확대해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ISC 관계자는 “전체 IT예산에서 보안예산이 15%이상 차지하는 기업들이 현재 22.8%에서 앞으로 36.1%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잊혀질 권리와 알 권리의 대립

국내에서도 잊혀질 권리 법제화에 대한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월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잊혀질 권리에 대한 사항을 논의하고 실질적인 권리보장 방안 수립을 위해 전문가 및 정보통신서비스 관련 사업자가 참석한 가운데 ‘잊혀질 권리 보장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은 “SNS 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을 이용해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기록에 쉽게 접근 가능한 시대가 됐고, 이러한 흔적을 지워주는 디지털 세탁업이 앞으로 성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잊혀질 권리는 국민의 기본 권리인 표현의 자유, 알 권리, 사생활 비밀의 자유, 행복추구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함께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법제화를 찬성하는 잊혀질 권리 지지자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법제화 반대편의 대립도 이어지고 있다. 법제화에 찬성하는 이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넘치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정보를 더 이상 개인이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상공간에서 정보가 쉴 새 없이 확산되기 때문에 개인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이 담긴 콘텐츠는 한번 퍼지면 당사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실제로 대학생 A씨는 자신이 SNS에 올렸던 사진이 제3자에 의해 유포되면서 피해를 봤다. 자신이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합성된 사진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놀림거리가 된 것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놀림도 가라앉을 것으로 여겼으나 고통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A씨처럼 지우고 싶은 과거의 게시물 때문에 고통을 받는 이들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방통위에 따르면 명예훼손과 관련한 임시조치 건수는 2008년 9만2000건에서 2013년 37만4000건으로 5년 새 4배 넘게 급증했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검색하는 이른바 ‘신상털기’가 확대되면서 평소 무심코 올린 게시물로 가상공간에서 마녀사냥을 당하는 일도 허다하다. 실제로 성관계 동영상이나 나체사진 등이 돌면서 죽음을 비롯한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변호사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 자신이 1차 생성한 게시물 혹은 자신이 인용된 게시물에 대한 처리권한이 피해자에게 없다는 점”이라며 “이런 권리를 법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제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해당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당사자가 요구 한다고 모든 정보가 지워지게 되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됨은 물론이고, 잘못된 과거를 가진 정치인 등이 이른바 ‘과거 세탁’을 통해 공익을 침해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법제화 반대 측은 잊혀질 권리는 심각한 정보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위키미디어 재단의 이사 릴라 트레티코프는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ECJ 결정에 대해 “법원은 인간의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권리 가운데 하나인 ‘정보를 찾고, 전하고,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등한시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가천대 법학과 최경진 교수는 “잊혀질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은 점차 강해지고 있지만 적용 대상과 정보 처리방식, 판단기준 등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삭제권이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되면 언론의 자유 등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를 처리해 드립니다

잊혀질 권리 논쟁과 함께 최근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바로 디지털 세탁소와 디지털 장의사가 그것이다. 디지털 세탁소는 철없는 시절에 올린 글, SNS에 올린 옛 사진, 혹은 타인에 의한 악성댓글이나 신상털기 자료가 온라인상에 퍼져 나가는 경우를 대비해 과거 자료를 대신 찾아서 삭제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디지털 세탁소 또는 온라인 평판관리 서비스라고 불린다. 유명인 들이나 사용할 법한 이러한 서비스는 최근 일반 개인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이미지관리를 위해 부정적인 보도내용과 악성 댓글을 관리해주는 기업용 서비스도 등장했다.
 

  고인이 된 사람들이 살아있는 동안 온라인에 남긴 게시글, 사진 등의 흔적을 디지털 유산이라고 표현한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고인이 남긴 디지털 유산을 삭제해 주는 서비스다. 유가족의 의뢰로 고인의 정보를 삭제해주기도 하지만, 의뢰인이 직접 사후에 삭제할 기록과 유족에게 남길 기록을 구분해놓으면 의뢰인이 사망한 후에 절차대로 정리를 해준다. 2013년 4월 브라질 법원에서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고인의 페이스북 계정과 추모페이지 삭제를 명령했다. 이런 판례에서 보듯이 해외에서는 디지털 유산의 삭제를 인정하는 분위기며, 관련 서비스들 역시 성업 중이다. 최근은 국내에서도 디지털 장의사를 미래 유망직종 중 하나로 선정하는가 하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사후에 가족이 디지털 유산에 대해 의뢰하는 경우, 고인의 개인정보 삭제 권한을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에 대해 현행법상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이며, 불법성에 대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도 필요한 실정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잊혀질 권리와 알 권리의 대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누구를 대상으로 어떠한 방법을 이용해, 어느 범위까지 정보를 삭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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