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순번제 한국정치를 위해 없어져야할 제도 ‘기호순번제’
기호순번제 한국정치를 위해 없어져야할 제도 ‘기호순번제’
  • 이민성 기자
  • 승인 2015.10.1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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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민성 기자]

 



한국정치를 위해 없어져야할 제도 ‘기호순번제’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유신 독재의 잔재


 

 

 

지난 2014년 교육감선거는 교호순번제가 도입됐다. 기존의 기호순번제 대신 적용된 교호순번제는 기존 교육감선거의 기호에 의한 일방적 파행을 막았다. 이에 사회 전역에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 선거에도 교호순번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며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선거에 있어 대표적인 악습인 기호순번제에 대해 알아봤다.



 

3선 개헌과 기호순번제

 

한국 정치사에서 정당에 기호와 숫자가 도입된 시점은 1969년으로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3번째 당선되던 제7대 대통령 선거부터 3선 개헌과 함께 공직선거법 제150조를 만들어 시행했다. 기호순번제 혹은 기호 순위제로 불리는 이 법규는 정부의 집권 여당이 유리한 기호나 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당시 대통령선거법 제85조3항과 국회의원선거법 제95조3항은 '현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제1당의 인쇄 순위를 1로, 제2당의 인쇄 순위를 2로 하고, 기타 정당은 그 정당 명칭의 가·나·다 순에 의해 그 인쇄 순위를 3 이하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기호순번제의 시초가 됐다. 이후, 전두환이 당선된 1981년 제12대 대통령선거에서 추첨제를 시행해 기호와 숫자가 잠시 사라졌지만, 대통령직선제를 시행한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 부활해 현재 공직선거법 제150조 제3항으로 유지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50조는 기득권 정당에 특혜를 주는 불평등한 법규지만 국내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지 않다. 심리학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초두효과(Primary Effect)'에 의해 높은 순위인 1번 혹은 2번의 후보를 우선하여 선택한다. 실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민주공화당에서 6번을 달고 출마한 이후 7대부터 18대까지 한국 대선에서 1번이 9번을 승리하는 결과를 낳았다. 해외 여러 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합이 이루어지는 곳의 투표는 기재 순서만으로도 선거의 결과가 바뀔 수 있다. 해외 전문가들이 저술한 ‘기호와 당선 가능성에 관한 논문(2004)’은 투표용지에 첫 번째로 기재된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후보들 보다. 약 3.5% 포인트 높음을 보여준다. 이 차이는 선거에서 대부분의 경합 지역 투표 결과를 손쉽게 뒤바꿀 수 있는 수치이다. 이외에도 해외의 정치학 논문들은 인쇄 순위 및 기호와 당선 가능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증이 한창이다. 이러한 설명의 배경에는 항상 초두효과가 포함되어있다. 따라서 기호순번제는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사라져야 할 법규 중 하나다. 


 

▲투표에서 1번은 초두효과의 이익을 가져간다.

 

 

사회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호순번제의 시행 명분은 '유권자의 편익'이다. 하지만 정당 추천과 관련 없는 교육감 선거의 경우 오히려 유권자들이 기호를 특정 정당으로 오해했다. 1번이나 2번으로 등록되어 당선되는 교육감들이 많았고 일부 시민들은 이를 로또 교육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선거 형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4년 교육감선거에 처음으로 교호 순번제를 도입했다. 투표용지에서 기호를 삭제하고 후보자의 기재 순서를 다르게 배치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투표한 유권자 중 불편을 호소하거나 공정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없었다. 오히려 보수지역에서 교호 순번제로 정책 위주의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는 긍정적으로 평가가 이어졌다. 몇몇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장했던 기호순번제의 ‘유권자의 편익’이 단순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1948년 최초로 제정된 국회의원선거법 제33조는 투표용지에 인쇄할 후보자 성명의 순서를 추첨하도록 규정했다고 역설했다. 또한, 국내 선거에서 기호의 출발이 정당과 무관한 편의성을 위해 만들어져 기호순번제와는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사례를 볼 때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등은 번호 없는 선거를 한다. 특히 프랑스는 각 후보자가 투표용지를 직접 작성하고,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후보의 투표용지를 선택해 봉투에 넣는 방식으로 투표해 순서라는 것이 어디에도 없다. 캐나다 역시 번호 없이 정당명과 후보자명이 있는 투표용지에 투표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상하원 선거 투표 방식이 주마다 달라, 번호가 없거나 있더라도 정당에 따른 전국적 기호는 아니다. 일본은 투표용지에 지지 후보의 성명이나 정당 등의 명칭을 유권자가 직접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조례를 따로 규정한 지방선거에서 기호 식 투표를 하지만 이 역시 추첨에 의한 순서이다.
 

  공직선거법 제150조는 여당의 장점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제1야당도 2번이라는 숫자의 장점을 포기하지 못했다. 기호순번제 퇴출을 위해서는 다소 불리해도 전체의 이익을 위해 교호순번제나 추첨제를 채택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선거 무(無)공천 방침 논란에서, 당내 반대파의 논리는 '기호 2번'이 없다면 매우 불리한 선거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논리에서 번호의 혜택을 버리지 못하는 제1야당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소수당을 중심으로 기호순번제에 대한 여섯 번의 헌법소원이 있었으나 모두 합헌으로 결정 났다. 이에 일부 정치학자들은 기호순번제의 도입은 1962년 헌법 제36조3항의 '국회의원 후보가 되려는 자는 소속정당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와 같이 국민의 정치 활동을 위축시키고 특정 정당만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국민 주권과 기본권의 표출이다. 후보자는 모든 조건이 공정한 상태에서 임하는 선거를 위해 오랫동안 투쟁했고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의 선거에는 기호순번제라는 부조리가 존재한다. 하루 빨리 대선과 총선에도 추천제나 교호순번제가 도입되어 민주주의의 평등을 이뤄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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