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red For Women] 한국, 여성비하 문화에 빠지다
[Hatred For Women] 한국, 여성비하 문화에 빠지다
  • 오혜지 기자
  • 승인 2015.10.19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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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오혜지 기자]



한국, 여성비하 문화에 빠지다

말초적 코드에 빠진 대한민국…폭력적인 언어를 단순한 유머로 취급



 

  

 

1999년 군 가산점 폐지 논란이 있었을 때, 온라인 내에서 시작됐던 젠더 갈등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혐오현상으로 꼽히고 있다. 여성 혐오 표현으로 꼽히는 김치녀와 보슬아치, 아몰랑 등은 혐오를 넘어 여성들을 조롱하고 멸시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말초적 코드에 환호하는 현대인이 늘어나면서, 온라인을 장악했던 여성혐오 표현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도 확산되고 있다.




도 넘은 악플러들

최근 SNS와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익명으로 고민거리를 털어놓거나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익명의 본래 의미는 이름 혹은 아이덴티티를 숨기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제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어떠한 행동을 하거나 인터넷에서 닉네임을 이용하여 글을 올린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신의 신분이 알려지지 않는다는 익명의 특징을 악용해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타인을 모함하는 행위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명 악플을 다는 사람이라는 뜻의 ‘악플러’라고 불리는 그들은 특히 여자 연예인을 대상으로 듣기 거북한 성적인 악플과 루머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순간적인 비방을 넘어서 앞으로의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온라인을 뒤덮은 악성 댓글 내용 중에는 연예인 당사자를 넘어 그의 가족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악플러들에게 피해를 당한 대표적인 사례로 김가연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MBC 예능 프로그램인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자신의 딸을 향해 수위 높은 악플을 다는 악플러들을 고소했다고 전했다. 김가연은 “내 남편 임요환과 19살 딸을 연관 지어 패드립(패륜적인 애드리브)을 하는 악플러는 용서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끝까지 찾아가서 고소할거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배우 이시영도 악플러들을 향해 용서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시영은 ‘이시영 동영상이 발견돼 검찰 조사 중’이라는 증권가 찌라시가 온라인에 확산되자, 루머 유포자를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악플러에 강력대응 했다. 이들 외에도 배우 진세연과 가수 태연 등이 악플러들의 도를 넘는 행위에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히며 고소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악플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가수 고(故) 유니를 들 수 있다. 섹시 콘셉트로 가수 활동을 하던 그는 네티즌들로부터 인신공격성 댓글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겪었고, 결국 2007년 컴백을 앞두고 자살을 했다. 유니는 자살을 하기에 앞서 “저는 도마 위에 생선이 아니에요”라는 글을 남기며 자신을 향해 비난을 던지던 이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온라인, 여성 비하의 천국 

인터넷을 하다 보면 여성 비하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온라인은 여성 비하와 여성 혐오 표현의 전유 공간으로 활용돼왔다. 지난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 표현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상에는 여성의 외모와 성, 연령, 능력을 소재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표현이 많다. 허영심 많은 한국인 여성을 일컫는 김치녀는 순종적인 일본 여성을 뜻하는 스시녀의 반의어로 불리고 있다. 또한, 여자는 삼일에 한번 패야 한다는 삼일한, 여성이 30대가 되면 퇴물이 된다는 뜻의 상폐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을 단순한 유머처럼 취급하며 여성차별과 혐오를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다.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 인터넷상에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가 생겨났다. 커뮤니티 사이트 이용자 수는 인터넷과 스마트 폰 이용자 수와 비례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접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로 웃긴 대학(웃대), 디시인사이드(디시), 오늘의 유머(오유),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 네이트 판(판) 등이 있다. 각각의 커뮤니티별로 그 사이트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회원들만의 성향을 짙게 나타낸다. 또한, 정치적인 성향과 여성, 남성의 회원 수에 따라 여자 초과사이트를 뜻하는 ‘여초’ 혹은 남자 초과 사이트를 말하는 ‘남초’ 사이트로 불린다.


남초 사이트라 불리는 커뮤니티에서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언어로 여성들을 비하하는 대화가 난무한다. 대표적인 남초사이트라 알려진 A 사이트에서는 한국 여성들을 김치녀라고 부른다. 여성 비하적인 말이지만 남초 사이트 회원들은 거리낌없이 해당 언어들을 남발한다. 


A 사이트 회원 김 씨는 자신이 여성에게 겪었던 안 좋았던 일을 글로 올리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여성들의 영상 혹은 사진들을 업데이트한 후, 다른 회원들과 해당 여성을 비하한다. 김 씨가 남긴 글 밑에는 ‘희대의 김치녀’, ‘저딴 년은 맞아야지’, ‘저런 년은 딱 한 대만 맞으면 정신 차리는데’, ‘갑자기 살인충동 생긴다’ 등 사이트 이용자들이 남긴 댓글이 남겨져 있다. 김 씨는 “내가 남긴 글을 보면서 계몽되는 여자가 있을 거다. 김치녀는 김치녀대로 격리시키거나 이런 글들로 계몽을 시켜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나중에 김치녀와 결혼을 하게 될 수도 있고 그럼 내 인생이 망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행동이 떳떳하다고 강조했다. A 사이트 회원인 박 씨는 “개념 없는 여성에 관한 글을 보면 내가 겪었던 일이 생각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서 댓글을 적을 때, 심한 말들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이런 말들을 내뱉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라고 여성 비하 댓글을 남기는 이유를 밝혔다.


여성커뮤니티로 유명한 B 사이트를 이용하는 여자들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A 사이트 회원 지 씨는 ‘제 여자친구가 B 사이트 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 여자친구도 김치녀일까요? 헤어져야 하는지 고민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 밑으로 ‘헤어져야 한다’와 ‘여자친구한테 B 사이트를 탈퇴하라고 해라’ 등의 댓글들이 수없이 남겨졌다. 이처럼 남성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여성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여성들을 향해 비인간적인 인격을 가졌다고 말하며 폭력적인 언어사용으로 보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바라보며 이 씨는 “같은 여자이지만 남성들이 올린 글을 보면 여성 혐오 현상에 대해 수긍이 된다. 요즘같이 전세난이 심한 시대에, 여자친구가 50평 이상의 집을 해오지 않으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글을 보며 제가 그 여자도 아닌데 부끄러워 숨고 싶었다”라고 주장하며 여성들의 인식 개선이 되지 않는 한 여성 혐오현상은 당연한 거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김 씨는 “아무리 안 좋은 여자를 만났던 남자라고 해도 한 명의 여자 때문에 대한민국 모든 여성을 싸잡아 욕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여성들의 나쁜 생각과 태도를 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욕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기분 나쁘다”라고 말하며 불쾌함을 언급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언어로 여성들을 비하하는 대화가 난무한다. ⓒ단편영화 '악플 심리학’ 예고편

 
 

미디어로 확산된 여성 혐오 현상

최근에는 온라인을 넘어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도 여성을 비하하는 언어들이 언급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래퍼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대중들에게 알리자는 취지로 방영되고 있는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인 Mnet 쇼미더머니4의 출연자 블랙넛이 대표적인 논란의 인물이다. 지난 7월 11일 블랙넛은 쇼미더머니4에서 죽부인으로 성행위를 떠오르게 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녹화 중단을 초래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과거 졸업앨범과 친구엄마 등 믹스 테잎 가사에 여성 혐오뿐만 아니라 패륜적 내용을 담아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실제로 졸업앨범 가사에는 중학교 졸업앨범을 보고 1학년 여자 짝을 회상하며 성적 욕구를 언급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심지어 강간뿐만 아니라 그 여학생의 남자친구를 살해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이어 댄 이센스(higher than Esens)라는 곡에서는 “내 미래는 클거야 엄청, JK 마누라 껀 딱히, 내 미래에 비하면 아스팔트 위의 껌딱지, 니 노래를 듣고 있음, 복장이 터질것 같아” 등 래퍼 대선배인 윤미래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가사로 물의를 빚었다.  쇼미더머니4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위너의 송민호도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 이후, 많은 사람에게 질타를 받았다. 송민호는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등의 랩 가사로 논란이 일었다. 그의 랩이 방영된 후, 산부인과의사회는 케이블 채널 Mnet과 송민호에게 여성과 산부인과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해당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성적 모욕감과 산부인과 비하에 문제의식을 느낀 많은 여성으로부터 공식입장 표명 요청 전화와 메일이 폭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송민호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측에 공식 사과를 했고 법적 대응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정작 여성 비하 가사 논란의 대상인 여성들에게는 사과를 하지 않아, 초점 빗나간 반쪽짜리 사과라는 비난은 계속됐다.
 

지난해 가수 브로(bro)의 ‘그런 남자’라는 노래에서 “키가 크고 재벌 2세는 아니지만 연봉 6,000인 남자, 네가 아무리 우스갯소리를 해도 환하게 웃으며 쿨하게 넘기는 남자, 약을 먹었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라는 가사로 허영심 많은 김치녀를 비꼬았다. 무명이었던 이 가수는 여성비하 음악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해당 노래는 지난해 가온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가수 유희열과 팝음악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인 김태훈이 성차별적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유희열은 지난달 자신의 콘서트에서 “공연을 할 때 힘을 받을 수 있게 앞에 앉은 여자 분들은 다리를 벌려 달라”라고 농담을 했다가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김태훈은 한 잡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여성주의(페미니즘)가 이슬람 과격주의 테러집단(IS)보다 위험하다는 제목의 글을 써 물의를 빚었다.  


여성들을 향한 비하 발언 수위가 높아지자 정부에서는 심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여가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황교안 국무총리를 주재로 제1차 양성평등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제1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성차별과 여성비하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심의가 강화된다. 여가부는 ‘방송심의제도 개선과제’ 주제의 연구용역이 연말까지 완료되면 이를 토대로 세부적인 심의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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