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ssue] 외모지상주의, 경종을 울리자
[Social Issue] 외모지상주의, 경종을 울리자
  • 오혜지 기자
  • 승인 2015.10.19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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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오혜지 기자]



외모지상주의, 경종을 울리자

지나친 외모집착으로 병들어 가는 사회



 



최근 ‘외모가 착하다’ 혹은 ‘몸매가 착하다’라는 등의 표현이 심심치 않게 쓰이고 있다. 착하다는 뜻은 착실하고 어질다는 말로, 마음을 의미하는 단어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외적인 모습에 사용되며 외모를 도덕적 잣대의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7월에는 국립국어원에서 ‘얼굴 혹은 몸매가 착하다’는 표현을 표준어로 검토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인터넷에서 찬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외모는 모든 영역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사회의 영향으로 다수의 사람은 보여지는 것에 대한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다.  



취지와 어긋나는 외모지상주의 반대 캠페인

최근 해외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외모로 누군가를 판단하지 말자는 취지의 캠페인인 'Don't judge me challenge'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Don't judge me challenge 캠페인은 학생들이 자신의 모습을 직접 촬영해 인터넷에 영상을 올리는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들이 올린 영상은 하나같이 자신의 외모를 엉망으로 꾸민 후, 카메라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영상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손으로 가리는 장면에서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 등으로 예쁘게 변신한 모습으로 연결된다. 심지어 몇몇 남성들은 완벽하게 변신한 외모뿐만 아니라 운동으로 다져진 복근을 뽐내며 몸매를 강조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 화제인 Don't judge me challenge 캠페인 영상을 보며 따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헤어와 메이크업을 웃기게 연출한 후, 카메라 앞에서 과하게 웃긴 표정을 지어 보이다 완벽하게 변신한 모습을 선보인다. 다수의 사람은 Don't judge me challenge 캠페인 영상들이 인터넷에 많이 업데이트되자 초기에 좋은 의도로 시작됐던 캠페인이 오히려 외모지상주의를 더욱 부추기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씨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서 아름답게 변하는 영상이 과연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인지 의문이 들었다. 영상을 보다 보면 오히려 못생긴 얼굴을 예쁘게 성형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모든 Don't judge me challenge 캠페인 영상의 마지막에는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지 말자’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하지만 캠페인이 지속될수록 캠페인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외모를 돋보이게 하려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 Don't judge me challenge 캠페인에 참여한 여성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에서 아름답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다 ⓒLondon Evening Standard

 

 

잘못된 사회적 풍조, 루키즘
 

외모지상주의 문제는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다. 외모지상주의란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고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나 사회 풍조를 아우르는 말이다. 외모지상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못생긴 얼굴, 작은 키, 뚱뚱한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는 사회적 풍조이다. 개인의 성패나 능력, 인격마저도 외모를 근거로 판단하는 가치체계인 루키즘(lookism)이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인간사회는 얼굴이 지배한다'라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외모는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굴이 잘생긴 사람을 일컫는 ‘얼짱’과 몸매가 좋은 사람을 뜻하는 ‘몸짱’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다른 부분이 부족하더라도 “예쁘니까 괜찮아, 몸매가 좋으니까 괜찮아”라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회사원 강 씨는 “동료들끼리 대화를 하다 보면 같은 잘못을 해도 용모가 뛰어난 사람에게 더 빠른 용서가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외모가 중요하다는 것은 진작 알았지만, 회사생활을 하며 사회적으로 외모가 중요시되는 이유를 몸소 느끼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회사원 이 씨는 용모가 출중한 일부 직원이 자신의 업무성과보다는 외모로 승진 기회를 잡으려는 분위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학생 고 씨는 대학교에 입학 후, 외모가 삶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경험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학교 입학 전에는 외모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서 저의 외모가 타인에게 얼마나 형편없게 비치고 그 이유로 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 고 씨는 “큰소리로 인사해도 모르는 척 지나가던 선배들이 예쁜 그녀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름을 물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대면식 때, 모두가 통성명하고 술잔을 들었지만 저는 아무도 없는 테이블에 혼자 앉아 몰래 눈물을 훔쳤습니다”라며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원망했다고 토로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취업난 속에서 취업하기 위해 용모를 가꾸는 이들도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김 씨는 취업면접에서 업무수행 능력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만연하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취업을 위해 외모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젊은 층에서는 회사원이 되기 위해 유명 사진관에 방문해 비싼 돈을 들여 면접용 사진을 따로 찍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또한, 지원한 회사의 업종에 어울리는 면접용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가기 전 샵에 방문하는 것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외모를 중요시하는 풍조가 만연해지면서 남자들의 미(美)에 대한 욕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원시시대와는 또 다른 의미의 적자생존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는 능력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자기관리를 잘하는 남자가 치열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사회 흐름 속, 많은 남성이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헤어·메이크업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곳곳에 남성 전문 헤어샵이 생겨났으며, 남성 전문 메이크업 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또한, BB크림을 바르고 눈썹과 아이라인을 그리는 남성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남성들을 보며 ‘꼴 보기 싫다’ 혹은 ‘어색하고 가까이하기 싫다’라는 여성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적당히 자신을 꾸밀 줄 아는 것은 미덕이다’와 ‘메이크업으로 자신감을 갖는 건 좋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모 가꾸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초식남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초식남이란 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착한 남자를 뜻하는 말로, 요리나 패션과 쇼핑에 관심이 많은 남자를 뜻한다.   

  

외모집착을 성형으로 해소하는 현대인들
 

외모지상주의는 한국 사회에 다이어트 열풍을 불게 한 원인이 됐으며, 성형 강국으로 낙인찍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모에 대한 집착으로 성형 수술을 거듭해서 진행하는 국내 인구가 늘어나며 한국은 인구대비 성형수술률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또한, 한국이 성형 강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에서 성형수술을 위해 국내로 단체 관광을 오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는 성형 관광만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전문 여행사가 생겨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연예인의 성형 수술 고백은 신문 1면을 장식할 만큼 충격적인 이슈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성형 수술 커밍아웃을 보며 ‘당당하다’ 혹은 ‘자신감 있다’라고 생각을 하는 등 한국 사회는 성형수술에 대해 관대한 인식을 가지게 됐다. 지 씨는 “주변에 성형 수술을 한 지인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더는 성형이 멀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성형한 사람들과 안 한 사람들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수술을 하지 않은 제가 손해라는 생각도 듭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미디어에서 성형 수술을 통한 부작용 사례보다 ‘인생이 바뀌었다’라는 타이틀을 단 순기능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국민은 성형에 대해 더욱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됐고, 성형하지 않은 사람이 손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볼록한 이마와 높은 코, 큰 눈, V라인 턱을 가진 비슷한 성형 미녀들이 생겨났다. 다수의 사람은 그들을 가리키며 의란성 쌍둥이 혹은 강남 언니들이라는 웃지 못 할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외모지상주의 시대가 뿌리 깊게 밖혀 있는 현재, 예쁜 외모가 개인의 만족감을 높여줄 수 있는 요소인 것은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지 못했을 때 사랑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원초적인 두려움에 외모 가꾸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성숙한 문화가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 되어야한다. 또한, 개인은 자신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 외모밖에 없는 것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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