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불확실성 상존한 세계 경제의 ‘윤활유’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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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1.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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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불확실성 상존한 세계 경제의 ‘윤활유’ 될까
 
 
ⓒ세계은행
ⓒ세계은행

 

2019년 세계 경제는 투자 위축과 경기 하강으로 인해 성장률이 급락한 한 해였다. 이로 인해 ‘둔화’의 사이클이 얼마나 진행될지, 또 각국의 정책 당국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어느 때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문적 조언이 필요한 때다. 중요한 시기에 새 수장의 자리에 오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에게 주어진 역할도 막중해 보인다.
 
유럽 신흥국 최초의 IMF 수장
지난 10월1일 189개 회원국을 둔 IMF의 12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그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IMF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나의 최우선 과제는 회원국들이 위기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경기침체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자리를 이동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IMF 총재의 뒤를 이은 두 번째 여성 수장이다. 불가리아 사람으로 IMF 설립 이후 최초의 동유럽 출신이기도 하다. 그동안 IMF 지도자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전통적 경제 대국이 맡아왔다. 다만 ‘IMF는 유럽이 지휘한다’는 불문율은 여전했다. 글로벌 금융계에서는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이, IMF 총재는 유럽이 맡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다. 건강한 견제로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자는 취지인데 현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맬패스가 이끌고 있다.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세계경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게오르기에바는 영국 런던대학교와 미국 MIT 등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으며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미시경제학 교과서도 집필하기도 했다.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 호주 국립대, 중국 칭화대 등에서 학술활동과 강의를 했고, 1993년 세계은행 유럽·중앙아시아지역 환경 경제학자로 경력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국제기구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세계은행 러시아지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0년 EU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EU 집행위 부위원장을 맡는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유로 지역 부채 위기와 2015년 난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도 깊이 관여했다. 2017년부터는 세계은행의 2인자로 통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일했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EU 지도부 후보로도 거론됐으며 지난해 초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가 사임한 뒤에는 임시총재 역할도 맡았다. 지난해 3월에는 뉴욕 소재 국제관계 연구·교육기관인 외교정책협회(FPA) 메달을 수여받는 등 풍부한 국제기구 경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다만 금융시장이나 거시경제 등에 대한 전문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게오르기에바 신임 총재는 WB에서 수행했던 경험과 유럽 내 신흥 시장에서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개발도상국의 재정 문제를 다루는 데 정통할 것으로 자평했다”고 보도했다.
 
 
불가리아 출신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IMF 설립 이후 최초의 동유럽 출신이자 2번째 여성 수장이기도 하다. ⓒIMF
불가리아 출신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IMF 설립 이후 최초의 동유럽 출신이자 2번째 여성 수장이기도 하다. ⓒIMF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 침체 우려 커져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취임이 주목되는 이유는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기를 겪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수장 교체가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1조 달러 이상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IMF는 회원국들이 금융 위기에 직면했을 때 긴급 대출을 제공한다. 세계무역의 안정된 확대와 국제 통화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해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8년에는 아르헨티나와 IMF 역사상 최대 규모인 560억 달러 상당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하며 현재까지 440억 달러를 지급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거대한 경제 붕괴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10월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공식연설을 통해서도 세계 경제 둔화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 세계 경제가 동시다발적 둔화 국면에 있다”며 대응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2년 전 세계 경제의 75%가 성장률 가속을 나타냈지만 올해는 전 세계의 90%가 성장둔화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 경제 흐름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IMF 역시 ‘세계 경제 전망’ 발표를 통해 2020년 세계 경제의 회복은 예상 보다 약간 저조할 것이며, 미국의 성장은 계속해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인해 세계 경제 전반에 침체를 부르고 있다. ⓒ백악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인해 세계 경제 전반에 침체를 부르고 있다. ⓒ백악관

 

또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무역갈등으로 글로벌무역의 성장세가 차질을 빚고 있다”며 “무역전쟁에서는 모두가 패배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글로벌 무역 성장이 사실상 정지 상태에 이르렀다고 평가한 것이다. 실제 G2간의 무역전쟁과 지정학적인 긴장은 세계 경제를 심각히 짓누르는 악재로 자리하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곳곳에 충격을 주고 있다. 게오르기에바는 IMF 분석자료를 인용해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적 손실 누적 규모가 2020년까지 무려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0.8%에 이르는 규모이자 스위스의 총 경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무역분쟁은 여러 국가들에도 중요한 문제로 확대됐으며 앞으로 더 많은 나라들이 그 영향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전쟁은 갈수록 전방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협상 타결 기대가 모아졌던 중국과의 무역 협상은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절차도 시작됐다. 아울러 유럽과 남미 국가들에게 보복관세를 예고하면서 전선을 전 세계로 넓히며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 확전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 중에서도 미국과 EU 간의 무역전쟁은 EU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모가 중국으로의 수출보다 더 크기 때문에 미·중 무역분쟁보다 더 큰 피해를 부를 것으로 우려된다. 모리스 옵스트펠트 전 IMF 수석 경제연구원은 “현 세계 경제 환경은 각국이 서로 협력했던 지난 경기침체 때와는 다르다”면서 “다자간 협력은 미국에만 너무 많은 양보를 요구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으로 주요 강국들이 서로 협력하지 않는 다원적 체제로 세계가 바뀌면서 지난 70년 간 전후 성장을 지탱해온 체제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지난 10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한국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획재정부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지난 10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한국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획재정부

 

‘다자주의자’, 국제기구의 역할 제고 가능할지 주목
전 IMF 수장이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햇빛이 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고 말한 점에 빗대 “나는 구름이 끼고 때론 비가 내리는 상황에 취임한 만큼, 지붕 고치는 일을 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다자주의에 대한 믿음회복에 대한 필요성 강조와 함께 그럼에도 당장 무역전쟁 종식이 어렵다면 우회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무역전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재정·통화정책 동원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세계는 금융 감시 시스템과 글로벌 안전망 개선 등 일부 측면에서 경기 둔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이점을 갖게 된 반면 통화정책의 효용성이 제한된 상황이다”고 지적하며 금리 인하만으론 경기둔화에 대응할 여력이 충분치 않은 만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했다.
 
주목할 점은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정부 재정지출 확대로 혜택이 기대되는 국가로 독일, 네덜란드와 함께 한국을 꼽았다는 점이다. 실제 게오르기에바는 지난 10월 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한국경제설명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은 적절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 역시 이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등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며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지금의 지출 확대는 미래 더 큰 비용을 막는 적극적 투자 개념”이라며 “경제가 어려울 때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적극재정, 경제성장, 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경제 흐름과 다국적 기구 회의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보여줄 행보가 주목된다. ⓒPixabay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경제 흐름과 다국적 기구 회의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보여줄 행보가 주목된다. ⓒPixabay

 

다만 확장재정에 대해선 국내에서는 재정 건전성 논란이 여전히 크다. 국민 한 명이 부담해야 할 국가 채무가 1,400만원을 돌파하면서 10년 전에 비해 2배로 늘어나 정부의 채무 증가에 우려를 표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가계와 기업의 민간부채 역시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윤성주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재정포럼 11월호를 통해 발표한 ‘경제 주체별 부채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은 높은 수준의 정부 부채로 인해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높다고 보기 어렵지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경우 민간의 과도한 부채 수준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현재의 우리 경제 역시 명확한 해답이 보이지 않고 불확실성만 갈수록 확대되는 엄중한 상황이다. 주요 국제기구와 해외 투자은행(IB)은 세계 경제에 대해서도 ‘다소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확신은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게오르기에바 총재에게 주어진 임무는 국제 협력의 ‘윤활유’이자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안정성을 불어넣는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며 IMF와 같은 다국적 기구에 대한 회의론까지 커져가는 상황 속에서 ‘다자주의자’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보여줄 행보와 리더십에도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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