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orⅠ] ‘Pro’ 그 치열함 대하여
[MinorⅠ] ‘Pro’ 그 치열함 대하여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5.10.19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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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그라운드 위의 마이너리거
 

 

내일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다

 

 

한국인 최초로 축구 종주국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호령한 박지성, 국내 프로야구 투수와 야수 출신으로는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류현진, 강정호. 이들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그 실력을 인정받으며 막대한 부와 명예 속에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엘리트 체육 전공자들은 이들의 발자취를 뒤따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이상과는 달리 냉혹한 현실 속에서 어린 선수들은 꿈의 날개를 제대로 펼쳐 보이기도 전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든 유니폼을 벗어야하는 경우가 많다. 

 

  

유니폼에 새겨진 이름의 의미
 

대다수 프로 스포츠에서는 선수들의 유니폼에 등번호와 이름이 새겨져 있다. 반면 아마추어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등번호만이 새겨진 경우가 많다. 이처럼 프로 선수들의 유니폼에 이름이 새겨진 이유는 자신을 믿어주는 소속팀과 팬들에게 본인의 이름을 걸고 정정당당히 최선의 플레이를 선보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갓 입단한 선수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받게 되어 영광이라는 인터뷰를 할 정도로 이는 신인 선수들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이상 입어왔던 유니폼이고 매일 불리는 자신의 이름인데, 이처럼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이 선수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은 초등학생 때 엘리트 스포츠에 입문한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은 중학교 진학 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이는 고등학교 진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시기까지도 동년배보다 월등한 실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대학 진학 또는 프로에 입단하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2015년 기준 대한축구협회 자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초등학생 선수들은 8,000명이 넘는다. 등록되지 않은 다양한 클럽 선수들까지 포함한다면 이 수는 훨씬 늘어나게 된다. 이 시기의 학생들이 단순히 재미로 축구를 시작했다면, 중학생부터는 본격적은 엘리트 스포츠의 길로 접어든다. 중학생 등록 선수가 7,000여 명, 고등학생 등록 선수가 5,000여 명인 현실에서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들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후 상황은 더욱 막막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과 대학 졸업생 신분으로 2015 K리그 드래프트에 지원한 선수들은 526명이다. 이중 K리그 입단이라는 달콤한 선물을 받은 이는 84명에 불과했다. 
 

  지원자 중 약 16% 정도의 선수만이 프로에 입단하는 과정도 험난하지만 그 범위를 넓혀보면 상황은 더욱 어렵다. 매해 2~3,000명의 선수들이 졸업하는데 매년 100여 명만이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으니 그 확률은 3~4%에 그치며, 올해 초등학교 등록 선수가 성인이 되어 프로에 입단할 확률도 1%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축구뿐 아니라 국내 4대 프로 스포츠인 야구, 농구, 배구의 경우도 K리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이와 같은 험난한 과정과 확률을 넘어서야 했으며, 이를 위해 남몰래 흘린 눈물과 땀방울의 결실이 유니폼이기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은 신인 선수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값진 훈장일 수밖에 없다.


  

정든 유니폼을 다시 꺼내 입다

신동 또는 천재 소리를 들으며 엘리트 스포츠를 호령한 후 극히 낮은 확률을 뚫고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조차 프로 선수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쉽지 않다. 한정된 엔트리로 운영되는 프로 스포츠 구단의 운영상 신인 선수들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선수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이렇듯 엔트리 확보, 부상, 실력저하 등 저마다의 이유로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 역시 소리소문 없이 유니폼을 벗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그라운드를 떠난 이들 중 일부는 지도자 또는 스포츠 관련 활동으로 제2의 인생을 도모한다. 하지만 학창 시절 올바른 정규 수업을 받지 못한 이들은 운동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많지 않기에 그라운드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새로이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 KBS 2TV에서 방영 중인 ‘청춘 FC-헝그리 베스트 일레븐’에서는 축구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유니폼을 벗으며 좌절을 맛본 선수들이 새로운 도전과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의 영웅인 안정환, 이운재, 이을용을 코치로 선임하고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실력을 쌓아가고 있으며, 다시금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상황만으로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 이들의 좌충우돌 도전기에 시청자들 역시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다. 또한 국내 최초의 독립 야구단인 ‘고양 원더스’ 해체 이후 올 3월 새롭게 창단한 독립 구단 ‘연천 미라클’ 역시 야구를 통해 실패를 맛본 선수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고양 원더스와 달리 막대한 운영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독립 구단 운영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야구계에서 긍정적인 평가이다. 더불어 초기의 선수 수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도 달리, 정원이 30명인 연천 미라클에 입단을 원하는 지원자가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독립 야구단의 필요성도 주목받고 있다.
 

  희로애락의 과정이 반복되는 스포츠는 어쩌면 우리의 일상과 닮아있으며 이러기에 흔히들 스포츠를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라운드 위에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하는 이들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가며, 이들에게 우리가 관심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이들이 앞서 언급한 박지성, 류현진 등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되지 못할지언정, 좌절을 딛고 옷장 속 깊숙이 숨겨놓은 유니폼을 다시금 꺼내 입은 용기와 도전만으로도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마이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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