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컨설턴트의 세계 선거 캠페인부터 공약까지 … 선거판의 총설계자
정치컨설턴트의 세계 선거 캠페인부터 공약까지 … 선거판의 총설계자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10.19 0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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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선거 캠페인부터 공약까지 … 선거판의 총설계자

 


정치컨설턴트로서 공식적인 지위 보장 필요

 


 2016년 4월 13일, 제 20대 총선일로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의도에는 정치 컨설팅 업체들이 앞 다투어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주로 여론조사 전문가들 중심이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 정치컨설턴트들은 후보자들이 처해있는 객관적인 상황을 설명해주고 필승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해 왔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작전을 시작한 정치컨설턴트들의 세계을 들여다봤다.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정치컨설턴트 


‘알파독’이라는 말이 있다. 선거판의 전략가들로 알려진 정치컨설턴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원래 알파독은 위급한 상황을 감지하고 판단하는 우두머리 개를 뜻한다. ‘알파독’ 정치컨설턴트들은 선거에서 최종 테이블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유명 정치 컨설턴트들은 대개 자신의 정치 컨설팅 회사를 소유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주요 업무는 각종 선거 때마다 출마 희망자들인 고객의 ‘의뢰’를 받아 선거를 진두지휘 한다. 정치 컨설턴트 임무는 고객을 위한 선거전략을 세워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거기획’으로 주요 고객은 출마 희망자들에 해당하며 이들이 내세우는 상품은 당선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정치의 계절인 지방선거나 총선 때 가장 바쁘게 시계가 돌아간다. 정치컨설턴트들의 컨설팅 방식은 다양하다. 가장 낮은 단계는 홍보 관련 업체들이 현수막이나 명함, 팸플릿 등 제작업무를 맡는 정도다. 여론조사와 병행한 형태의 컨설팅도 있다. 이 경우 여론조사업체들이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선거 전략까지 제시한다. 후보의 선거 전 과정을 통째로 책임지는 사례도 있다. 정치에 갓 입문한 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 컨설팅을 옵션에 포함시키는 게 유행이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선거 전체를 책임지는데 드는 비용은 공식·비공식 합해 1억~2억원,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은 4억~5억원 정도 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부분적인 컨설팅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다양하다.
 

 컨설턴트에 있어 우선적으로 시행되는 작업은 선거전략의 기초가 될 고객의 PI(Personal Identity·특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추출하는 작업이다. 이미지 추출을 위해 ARS 조사는 물론 심층적으론 정치학자·정치부 기자 등 전문가들을 상대로 고객 이미지에 대해 묻는 FGI(Focus Group Interview·심층면접조사) 조사 등이 동원된다. SNS에서 유통되는 글들을 고객 이미지 추출을 위한 자료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컨설턴트들은 추출된 PI를 기초로 의뢰인인 정치인의 강점은 부각시키고 약점을 가리는 식의 홍보 및 선거전략을 수립한다. 공약과 쟁점 이슈 선정도 이런 과정을 거쳐 선정된다. 후보 메시지, 조직운동 방향, 홍보물 내용 및 디자인 방안, 심지어 동선도 꼼꼼히 챙긴다.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직관을 버리고 데이터로 확인되고 검증된 것을 모든 전략의 중심으로 세운다”고 했다. ‘조원씨앤아이’ 김대진 대표는 “대다수 후보들이 인지도가 낮다. 그런 만큼 전략수립이 된 뒤에는 끝까지 처음의 전략 기조와 메시지를 유지하는 것이 선거 승리의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명 컨설턴트들은 신문, 방송 등 언론을 통해 현안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 잦다. 이 때문에 정치컨설턴트는 흔히 ‘언론매체에서 정치 현안에 대해 언급하고 전망하는 사람’으로 알기 쉽다. 최근엔 경영난에 시달리는 일부 종편들이 시사 프로그램 편성에 집중하면서 정치 컨설턴트들 활동공간이 더 넓어졌다. 다만 정치지망생을 ‘컨설팅’하는 게 아니라 정치 현안에 대해 분석하고 전망을 말한다는 점에서 방송에서 이들의 역할은 정치평론가라고 할 수 있다. 선거기획 등에 관여하지 않고, 방송 등에서 현안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 일에만 집중하는 정치 평론가들도 있다.


 정치컨설턴트의 자격을 묻다

정치인과 방송 관계자들이 꼽는 정치컨설턴트의 기본 덕목은 크게 3가지다. 분석력, 예측력, 그리고 통찰력이다. 정치컨설팅이 단순히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여론조사는 기본이고 그 수치 속에 담긴 민심이 무엇인지,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유명 정치컨설턴트들은 신문은 물론 미래 전망 서적까지 찾아 읽으며 통찰력을 높이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김헌태 매시스 컨설팅 대표의 경우 고교 시절부터 ‘한비자’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고 한다. 그는 문화 현상과 대중평론이 연관돼 있는 점에 착안해 문화·예술·사회·경제 분야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50여 권 이상의 미래 전망 서적을 스터디 모임까지 결성해 정독했다. 또한 노령화 시대를 염두에 두고 유권자 인구 지형도 분석했다. 최근 출간한 저서 ‘왜 낡은 보수가 승리하는가’ 등이 이런 연구의 산물이다. 방송 출연 시엔 ‘시간 약속 준수’가 중요한 덕목이다. 시사프로그램 대부분이 생방송이므로, 약속을 ‘펑크’내거나 부실한 준비로 토론이 원활하지 않은 인물은 방송가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컨설팅을 의뢰한 정치인들도 선거 일정에 맞춰 전략을 짜는 컨설턴트를 자주 찾게 마련이다.

  재미있으면서도 저속하지 않은 언어 구사 능력도 방송 능력에 포함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방송가에서 부상한 것은 ‘촌철살인 질문’과 ‘예능 감각’의 조화 때문이다. 그는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과 인터뷰를 통해 2017년 대통령선거 출마에 대한 답변을 이끌어냈다. 또 JTBC ‘썰전’에서 “박근혜 대통령 내각을 두고 일각에서는 ‘성시경 내각’이라고 불렀다”며 “성균관대 출신, 고시 합격자, 경기고·경남 출신이 많기 때문”이라고 꼬집어 특유의 풍자 감각을 드러냈다.

 

정치컨설턴트의 역사
 

우리나라의 정치전문가들은 정치 컨설턴트들을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미국식 흐름의 확산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빌 클린턴의 딕 모리스, 조지 부시의 칼 로브, 버락 오바마의 데이비드 엑설로드. 이들은 미국을 대표하는 정치컨설턴트들이다. 이들은 대통령 후보자들의 단순한 정치 자문 수준을 넘어 선거판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선거의 귀재로 통한다. 이들의 손을 거치면 ‘선거도 예술이 된다’는 말도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선거 캠페인 주기마다 많은 회사들이 새로 생겨나고, 선거 주기가 끝나면 민주·공화 양당 진영의 컨설팅 업계에 재편이 일어난다. 기존의 컨설팅 회사 하위 파트너들은 종종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기도 한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여론조사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컨설팅 업체가 새로 문을 연 것은 이러한 미국식 흐름이 이미 한국 정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 캠페인의 CEO, 정치 컨설턴트>의 옮긴이 강흥수 국민대 교수는 전문 컨설턴트들이 선거 캠페인을 주도하는 미국의 선거문화를 다루며 “미국식 선거 캠페인은 문제가 있든 없든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IT 선진국인 한국이 선거 캠페인을 개발해 수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적인 캠페인 컨설턴트에 대한 수요가 한국 정치에서 점점 높아질 것이며, 중국에 선거제도가 도입되면 동아시아 지역에도 거대한 선거지역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치컨설팅의 역사가 20여 년으로 짧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치 컨설팅의 개념이 들어오지 않아 미국의 정치 컨설턴트인 에드워드 J 롤린스에게 선거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미국의 정치 컨설턴트들은 프랑스, 베네수엘라, 이탈리아 등으로 자신의 시장을 넓혀 나갔다. 이주연 박사는 “한국은 매스미디어와 인터넷 문화가 다른 나라보다 빨리 열렸고 발달돼 있다. 노하우도 있고 부작용도 먼저 겪어서 이를 바탕으로 한 선거 캠페인 전략이 수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물론 미국 컨설턴트의 조언이 우리나라에 적용이 안 됐던 데는 우리의 지역감정이나 이런 문화적 상황을 잘 몰라서 피상적 충고만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기반 문화가 시작되면서 컨설턴트의 영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정치컨설턴트들은 인터넷을 무대삼아 급속도로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지난 2009년 중앙선관위의 선거아카데미 교수를 지낸 인뱅크코리아의 이재술 대표는 국내 정치컨설턴트 중에 1세대로 통한다. 지난 1991년부터 정치컨설팅 업계에 뛰어든 그는 “국내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이전까지는 정치컨설팅의 개념조차 없었다”면서 그 전까지는 선거전략은 뒤로하고 무조건 돈과 조직이 우선이었으나 점차 공정선거문화가 자라잡고 조직선거 문화가 퇴화하면서 전문적인 컨설팅이 필요하게 됐다는 전언을 밝혔다. 

 

해결해야 할 과제 산더미

우리나라의 정치 컨설팅 시장은 커졌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초보적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업체들을 제외한 상당수가 선거철에만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치 컨설턴트들의 공식적 지위도 아직 애매하다. 예컨대 선거를 앞두고 현역 의원에게 정치 컨설턴트가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전략을 제시했을 때, 이는 컨설팅 비용으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자금법 정책개발비로 처리된다. 정치자금에 컨설팅 비용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직업 영역으로 확정이 되지 않아 계약을 할 때도 컨설팅으로 계약하는 게 아니라 홍보물, 여론조사, 유세차 이런 비용으로 계약을 하게 되는 현실이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컨설턴트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컨설팅 비용을 포함시킬 수 있게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정치 컨설팅을 하기는 어렵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컨설턴트의 공식적 지위가 애매하다 보니 난립하는 선거기획사들 중에 정치 신인들에게 터무니 없는 액수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편, 정치 컨설팅의 확대가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선거의 전문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결국 이것은 정당조직 약화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정당의 풀뿌리 조직, 자발적인 당직자, 자원봉사자들보다 전문가의 영역이 강조되면서 결국 이들이 선거과정에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선거는 흔히 ‘바람’이라고 표현된다. 바람은 어디에서 어디로 불지 예측하기 어려운데, 우리나라의 정치컨설턴트들은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무모한 도전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국내의 정치컨설턴트들이 눈앞에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얼마 남지 않은 4·13 총선에서 맹활약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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