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Focus] 정부 판옵티콘
[Politics Focus] 정부 판옵티콘
  • 오혜지 기자
  • 승인 2015.10.19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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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오혜지 기자]


 

정부 판옵티콘

 

민간인 사찰의 위험성 내포… 자료 제공 시 영장 불필요해


 

 

 

최근 5년간 정부가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제공받은 통신 관련 자료가 177,165,275건으로 밝혀졌다. 이 중 통신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가 포함된 통신 자료는 47,424,460건에 달했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통신 관련 자료제공제도가 사생활의 비밀과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에 관련 법 개정을 권고했다. 미래부에서는 범죄수사 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권위의 권고는 정부의 국민 사생활 침해 논란에 경종을 울리는 단락이다.


위헌심사 중에도 대규모의 기지국 수사 방식 고수

지난 5월 25일, 미래창조과학부의 ‘2014 하반기 행정부처별 통신 사실 확인자료 및 통신 자료 제공 현황’이 발표됐다. 현황에는 통신제한 조치, 즉 감청과 통신 사실 확인자료 제공, 통신 자료 제공에 관한 통계가 분석돼 있다. 통신제한 조치란 대상자의 우편물을 검열하거나 전기통신을 감청하는 수사기법이며, 통신 사실 확인자료는 통신 일시, 발?착신번호, 사용도수 등의 전기통신 사실에 관한 자료를 의미한다. 미래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에 진행된 감청 규모는 문서 570건과 전화번호?아이디 5,846개라고 조사됐다. 영장이 발부된 한 개의 문서로 약 10개 정도의 전화번호와 아이디를 감청한 것이다. 통신사실확인자료의 경우 문서건수는 약 26만 건으로 문서 한 개 당 39.7개의 자료가 정부부처에 제공되었다. 개인 신상정보가 직접적으로 포함된 통신 자료는 무려 문서 50만 여건, 전화번호 수는 690만여 건으로 문서 1건당 13.7개의 전화번호가 통신 이용자 모르게 조사됐다. 즉, 어느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의 기지국에서 신호가 잡히는 모든 통신정보를 수집하는 ‘저인망식 기지국 수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기지국 수사기법은 과도한 개인 정보 노출로 인해 위헌심사를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 통신 사실 확인자료 제공과 통신 자료 제공이 영장 발부 없이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통신 관련 자료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문병호 국회의원은 지난 6월 16일, “통신사 고객의 개인 정보는 사생활 노출 및 사이버 사찰의 가능성으로부터 엄격히 보호돼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사생활과 인권 보호를 위해 통신 자료 제공에 대해서도 영장을 도입하고 사후 통보를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야의 상반된 통신비밀 보호법 개정안   

 
 6월 1일,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외 11명의 국회의원들은 통신비밀 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통신사와 SNS 등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제한 조치 집행에 협조해야 하는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기통신사업자들에게 감청 협조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통신제한 조치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영장 발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의 감시위원회를 통해 통신사업자들에 대한 감독 권한을 행사하게 명시하고 있다. 감청 집행에 관한 사항들을 민간사업인 통신사업자에게 맡기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감독 제도가 필요하다며 감시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청을 실시하는 정부를 감독할 안전장치는 언급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대규모 정보 유출의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현행법에서는 통신 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될 때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정보가 각각 분리되어 제공됐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라 통신 내용과 개인 이용자의 신상정보가 함께 제공될 경우, 개인 정보가 유출된다면 피해는 겉잡을 수없이 증가하게 된다. 새누리당과 달리 새정치연합은 정반대 입장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야당은 현재 영장 없이도 제공받을 수 있는 통신 관련 자료들을 엄격한 절차를 통해서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새정치연합의 송호창 의원은 대화와 메시지 내용에 대한 감청은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통신 사실 확인자료에 있어서도 개인의 위치정보는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연의 전해철 의원도 수사기관에서 관행적으로 시행해오던 감청을 줄이고 감청 오남용을 막자는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현대의 통신 기술이 죄수들을 감시하는 원형감옥 ‘판옵티콘‘처럼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빅데이터 형태로 국민의 정보를 축적하며 국민을 대상으로 판옵티콘을 운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말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카카오톡 사찰 논란이 대표적인 예이다. 범죄 예방과 수사를 위해 국민의 정보가 국가에 제공되는 것은 합당한 일이다. 그러나 정보 오남용에 대한 반성과 대책 마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판옵티콘의 간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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