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찰나의 재미’, 갈수록 짧아지는 콘텐츠
[이슈메이커] ‘찰나의 재미’, 갈수록 짧아지는 콘텐츠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12.18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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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찰나의 재미’, 갈수록 짧아지는 콘텐츠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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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접하는 데 있어 텍스트를 ‘읽는’ 시대가 지나갔다는 건 이제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사람들은 이제 글 보다는 동영상을 선호한다. 거기에 최근 들어서는 단순히 영상을 통해 콘텐츠를 접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정보를 보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스낵 컬쳐 트렌드 속 성장세 이어가는 ‘틱톡’
전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콘텐츠들은 시간 단위가 아닌 몇 분 정도의 짧은 길이가 감상에 있어 최적의 분량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유튜브 콘텐츠들의 대부분은 10분 안에 전하고자 하는 정보를 모두 담아내는 짧은 동영상이다. 실제 디지털 마케팅 업체 메조미디어의 ‘2018 디지털 동영상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TV 프로그램을 짧게 편집한 클립영상 시청 빈도가 과거보다 늘어났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과자처럼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의미의 ‘스낵 컬쳐’는 짧은 콘텐츠 소비의 증가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다. 모바일 기기의 발달과 SNS의 성장이 이뤄지면서 사람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텍스트를 읽는 대신, 보다 쉽고 빠르게 영상을 통해 정보를 찾고 문화를 소비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분 단위의 시간조차도 길다고 느끼는 Z세대들의 구미에 맞춰 ‘틱톡(TikTok)’과 같이 15초 이하의 영상을 공유하는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만든 틱톡은 음악과 춤 등 짧은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다양한 효과를 넣어 다른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손쉽게 영상을 편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2016년 출시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현재 150여개 국가에서 75개 언어로 제공되고 있으며, 올해 초 중국 내 하루 이용자 수가 3억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이승윤 교수는 “요즘 10대는 직접 콘텐트를 만들어 남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영상을 편집해야 하는 유튜브와 달리 틱톡은 간편하게 편집할 수 있는 데다 풍부한 영상소스를 제공해 젊은 층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틱톡의 인기에 힘입어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10월 2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온라인 광고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며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아성에도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한 상태다.
 
 
중국의 영상 플랫폼 틱톡은 15초 이내의 짧은 영상을 간편하게 제작해 공유하는 서비스로 이용자수를 빠르게 늘려나가는 중이다. ⓒ틱톡 홈페이지
중국의 영상 플랫폼 틱톡은 15초 이내의 짧은 영상을 간편하게 제작해 공유하는 서비스로 이용자수를 빠르게 늘려나가는 중이다. ⓒ틱톡 홈페이지

 

선정성과 폭력성 문제는 해결과제
시간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시간차 공격 모델’은 이제 여러 분야의 비즈니스에서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비영리재단이 운영하는 강연회인 테드(TED)이다.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연사로 거쳐 간 것만큼 연설시간을 18분 이내로 제한한 점 때문에 유명해졌다. 청중이 집중하며 주목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 18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테드의 18분조차도 이제는 길고도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콘텐츠의 시간은 파격적으로 짧아지고 있다.
 
짧은 콘텐츠의 유행은 방송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나 EBS ‘자이언트 펭TV’ 등은 5분에서 10분 단위의 ‘초미니’ 프로그램으로 방송 이후 유튜브에 함께 공개되는 방식이다.
 
MBC 역시 주말 심야 시간대에 20분에서 25분 내외의 예능 ‘주x말의 영화’와 드라마 ‘연애미수’를 편성하기도 했다. 한 방송관계자는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에 함께 유통하는 방식은 유튜브 채널 구독자 유입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미리 염두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고 전망했다.
 
 
테드(TED)의 18분 연설조차 길게 느껴질 정도로 최근의 스낼 컬쳐 흐름은 더 짧은 콘텐츠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Steve Jurvetson/Flickr
테드(TED)의 18분 연설조차 길게 느껴질 정도로 최근의 스낼 컬쳐 흐름은 더 짧은 콘텐츠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Steve Jurvetson/Flickr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임팩트가 강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스낵 컬쳐는 필연적으로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몇 분 혹은 몇 초 안에 이용자의 시청각을 최대한 자극해야 인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쉽게 관심을 끌 수 있거나 폭력적이고 선정성에 기댄 콘텐츠가 범람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서는 틱톡을 통해 어린 여성들이 성적 관계 등을 제안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경찰이 직접 단속에 나섰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청소년들이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대중음악을 따라 부르게 만든다며 틱톡을 금지하자는 청원이 진행된 적도 있다. 실제 인도네시아 당국은 한때 틱톡 사용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틱톡 이외에도 유튜브를 비롯한 대부분의 인터넷방송과 동영상 서비스들은 구독자를 모으기 위한 과열 경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변해가는 콘텐츠에 맞춘 제도의 변화가 강력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휴대폰을 품고 태어나 시청각적 자극에 익숙한 Z세대가 콘텐츠 소비시장의 주연이 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짧은 동영상을 주된 서비스로 삼은 플랫폼들은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어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속 짧아지고 있는 시간차 공격 모델은 어디까지 더 짧아지게 될까? 어쩌면 5G시대를 맞아 1초 단위의 더욱 짧은 콘텐츠들이 나오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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