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4.0으로 본 대기업의 변화 추세
자본주의 4.0으로 본 대기업의 변화 추세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1.11.11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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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한국 사회에 화두
[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Social Diagnosis         

이제는 자본주의 4.0 시대 (2)

 

1960년대 이후 ‘선택과 집중’이라는 모토아래 몇몇 대기업 위주의 선단식 경제개발로 우리 경제는 짧은 시간에 고도 산업화를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결과 중시 풍토가 만연해 절차 ·과정의 공정성이 취약해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한 거래로 인한 갈등과 양극화가 심화됐다. 특히 대기업의 자본과 기술을 앞세운 불공정 거래로 인해 중소기업과의 신뢰 관계를 약화시켜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대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성장한 중소기업들도 많지만 대다수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상대하면서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이와 같은 관계는 ‘갑’으로서 대기업과 ‘을’로서 중소기업이라는 구조를 고착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대기업은 이윤만 추구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과의 협력과 상생경영을 통해 유기적인 발전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본주의 4.0’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4.0 실현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갑ㆍ을 관계에서 탈피해 진정한 파트너십 관계로 발전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10년 10월 13일에 열린 청와대 간담회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잘 해나가는 문화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은 무한대가 아니라 필수적인 역할만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중소기업의 협력과 상생경영 불가피

국내 기업체의 99%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고용인구의 87%를 창출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위상을 감안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의 심화는 국제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양질의 일자리는 생산자동화 등으로 고용에 한계가 있는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에서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지속될 경우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10년 사이 중소기업은 380만개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대기업의 일자리는 오히려 60만개 줄었다.

과거에는 단일 기업이 얼마나 경쟁력을 갖췄느냐가 그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21세기는 단일 기업의 능력만이 아니라 적게는 몇몇 업체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 개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 네트워크의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시대인 것이다. 공급사실 이론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미국 MIT대 찰스 파인 교수는 “기업의 진정한 핵심능력은 소재, 부품 등을 공급하는 기업들로 연결된 공급사슬을 얼마나 잘 설계하고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할 정도다.

또한 대기업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들 국민 대다수인 중하위층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잃어버려 소비를 못하면 결국 대기업도 문을 닫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내수 기반이 무너지면 아무리 세계 10위권 수출대국이라고 해도 성장이 어렵다는 게 학자들의 진단이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려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이수해야 할 과목인 셈이다.


동반성장의 핵심, 납품단가 현실화 시급

지난 8월 30일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자유선진당 김낙성 원내대표는 “결국 본질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재벌문제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 경제와 고용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변화하지 않고서는 양극화 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중소기업을 지원해주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재벌 및 대기업과의 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해야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최근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도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협약을 맺거나 지원책을 발표하는 등 산업계 전반에 동반성장 바람이 불고 있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 자금, 인력 지원 등 지원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9월 26일 대기업 협력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사회의 동반성장 인식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업체는 30.8%에 불과했다.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60.4%에 달했고, ‘오히려 악화했다’는 답변도 8.8%를 차지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혁신 컨설팅 등을 통해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는 게 없으면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동반성장의 핵심 문제인 납품단가 현실화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당장 해결해야 한다.”며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에 대한 한층 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사회는 아직까지도 ‘갑’의 입장인 대기업은 이익과 매출의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을’의 입장인 중소 하청기업의 납품가를 인하해 손해를 전가시키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 납품업체의 원가 흐름을 계속 주시하다 조금이라도 이익이 나면 바로 납품단가 인하를 통보하거나, 애써 개발한 기술을 가로채거나, 막대한 투자를 해서 부품 공장을 차렸더니 갑작스레 납품 중단을 통보하는 등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중소기업이 하루아침 사이에 무너지고 종업원은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 한다.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 현실화 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대기업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문제가 풀리기도 한다. 한화의 협력업체인 제일정밀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관심으로 납품 단가 등 풀기 어려운 자금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해 8월 김 회장은 인천 남동공단의 제일정밀을 찾아 환율의 변동으로 손해를 본 제일정밀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한화는 환율의 변동으로 인한 손해를 지원하기 위해 6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면서 거래관계를 면밀히 분석한 뒤 구매파트에서 구리가격 상승을 반영해 납품단가를 15% 올려줬다. 오너의 의지가 동반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은 “자본주의 4.0시대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보다 더 따뜻하게 성장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절실하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선도해 온 대기업이 먼저 중소기업에 손을 내미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정부와 국민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소나기 피하기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대기업 오너인 총수가 이 문제를 직접 챙겨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5월 18일에 삼성 SDS, SK C&C, LG CNS 등 6개 대기업을 포함한 64개 SW 대중소기업과 SW 상생협력위원회 참여기업 등이 참석한 가운데 ‘SW 대중소 상생협력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방안 모색

내수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도움으로 해외진출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믿고 따르며 실력을 쌓고, 대기업은 실력이 충분히 쌓인 중소기업을 믿고 추천하는 형식이다. 통신장비업체인 ‘CS’가 해외에 진출하는 데는 SK텔레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CS는 가정용 소형 중계기를 SK텔레콤에 납품해 왔는데 2008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거래처를 찾고 있을 때 SK텔레콤에서 CS의 제품을 적극 추천했다. 국내 중계기 시장이 포화상태였던 때라 해외 진출이 CS에는 중요한 도약의 계기가 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기 위해 방안으로 성과공유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상생법)에서는 공공기관의 성과공유제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 제도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수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통해 검증된 방안은 성과공유제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개선활동을 수행하고 그 성과를 공유해 중소기업은 수익성 향상 및 체질강화를, 대기업은 원가절감 및 품질향상을 꾀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도요타는 세계 최초로 이러한 성과공유제를 도입해 최초 3년간 30%의 원가 절감을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로운 수평적 관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자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에 때문에 21세기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선진국을 만드는 경제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의 ‘사회적 기업’ 설립, 지원 늘어나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자본주의 4.0을 실현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일회성 기부나 표면적인 사회공헌활동에 기대면 안 된다. 기업의 이윤을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을 위해 나눌 수 있는 ‘사회적 기업’ 설립과 운영 지원에 팔을 걷어붙인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처음엔 지자체들이 사회적 기업 육성을 주도했으나 삼성과 LG, SK, 현대·기아차, 포스코 등의 참여가 늘면서 기업 역할이 커지는 추세다. 사회적 기업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취약 계층을 채용하는 등 사업 운영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의 일종이다.

삼성은 성균관대, 경기도와 함께 ‘사회적 기업가 양성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한편 앞으로 3년간 공부방,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기업 7곳을 신설하기로 했다. LG그룹은 1996년 50억 원을 출연해 만든 장애인 자립형 복지 공장인 ‘보람동산’을 충북도에 기부체납 한 것을 비롯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지 못한 예비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성장지원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또 SK그룹은 그룹 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체인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화하기로 하는 등 사회적 기업 설립에 앞장서고 있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올해 30대 그룹이 협력업체들에 1조 4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미소금융대출규모도 작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복지경영을 실천하는 것은 얼마나 지속성을 갖고 공동체 가치를 지향하느냐에 달렸다. 사회활동에 투자한 돈의 기회비용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발전이 곧 강한 기업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임하는 것이 정답이다.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의 말처럼, 이제는 대기업들이 마음속에 단순히 ‘기업가 정신’을 되새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가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지난 9월 22일 열린 사회적기업경영포럼에서 최종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자본주의 4.0 시대의 사회적기업과 경영학’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사회적 기업이 실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경쟁적인 사회적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생산-기술-영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있는 우수한 사회적 가치 제품과 서비스 제공, 이해관계자의 균형 있는 배분을 통해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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