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 이민성 기자
  • 승인 2015.10.19 0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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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민성 기자]


 

떠나가는 서민층, 들어오는 중산층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이루는 사회 현상

 

 

 


최근 한국 사회는 경제력을 지닌 중산층 시민들이 도심의 노후 지역으로 모여들어 그 지역에 살던 저소득층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지역의 성격이 변화하며 시장흐름에 따라 낙후지역이 자연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을 뜻한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주도로 도시재생사업들이 진행되기 시작하며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균형발전을 말하는 단어 ‘젠트리피케이션’

 

최근 세계 주요 도시들은 도시의 노후화된 지역을 재개발하는 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재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에 생성되는 새로운 주거지역은 상업시설들과 사무용도의 건물들과 함께 지역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낙후된 지역이 외부 자본과 인력이 들어와 활성화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말한다.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인 루스 글래스(R. Glass)가 처음 사용한 젠트리피케이션은 영국의 신사 계층을 뜻하는 젠트리(Gentle)와 ‘~화(化)’를 뜻하는 피케이션(fication)의 합성어다. 그는 경제력이 있는 중산층이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노후도심에 이주하며 지역 구성원과 특성의 변화가 발생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했다. 현재 이 단어는 사회학자들의 논문에 인용되며 구도심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콜롬비아 주립대학의 랜스 프리먼(Lance Freeman) 교수와 콜로라도 대학 및 듀크 대학의 연구팀들은 2011년 ‘거주지역의 변화 : 젠트리피케이션을 보는 시각(There goes the hood : View of gentrification from the ground up)’을 발표한다. 이 보고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만들어내는 자본의 순환구조를 통해 창출되는 경제적 기회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부분에서 기존 거주자들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저소득 계층에게 불리한 현상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상권 발달과 부동산 가치의 증가가 함께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빈민촌(슬럼가)이나 재개발이 필요한 지역이 정부의 주도 없이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개발되는 이 현상이 도시의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건축사례들은 건설경기의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노후 주택이 활성화되며 유입되는 중산층이 도시 속의 부의 재분배를 이루어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시재생과 세계적 추세

젠트리피케이션은 전 세계적인 추세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1964년 젠트리피케이션을 최초로 명명한 영국의 도시학자 루스 글래스는 영국의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지로 수도 런던의 서부 지역들을 지목했다. 그는 이스트엔드 지역이 극도로 황폐해 개발되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의 젠트리피케이션은 그가 지목한 장소부터 이스트엔드 전역까지 확대됐다. 한편,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도시에 살던 중산층 백인들이 교외로 이탈해 도시 중심부 쇠퇴와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의 도심은 슬럼화가 이루어졌고 남부 흑인들과 다른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이곳을 차지했다. 하지만, 교외 백인 사회에 염증을 느낀 중산층의 백인들이 1950년대 이후 도심의 값싼 주거공간으로 이동하며 지역 성격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특히 급진적인 백인 예술가들에 의해 산업 위주의 지역에서 예술지구로 변화된 도심에 부유층들이 하나둘씩 이주하며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났다. 이후 젠트리피케이션은 자연적인 발생 외에 인위적인 도시재생사업으로 획일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20세기 말에 나타난 현상으로 영미권의 젠트리피케이션은 국가의 자본에 의해 대규모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변화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연구자들은 지역 성질의 변화 없이 국가의 개입으로 변화하는 이러한 사례들을 ‘신 건축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으로 인한 부작용들도 만만치 않다. 시장흐름에 따라 지역의 부동자산과 물가가 상승해 지역주민이 자연스럽게 타지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급진적인 변화로 인해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월드컵과 올림픽 이후 찾아오는 난개발의 부작용을 대표적인 사례로 이야기했다. 이에 각국 정부는 좀 더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20세기 후반 정부 주도로 진행된 선진국들의 도시재생 사업은 대부분 지역 환경을 고려해 시행됐다. 특히 기존의 경험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한 도시학자들이 정부와 함께 계획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을 준비했다.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들은 주민들의 주도적인 참여와 사회적 합의로부터 도시재생을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도시재생을 시작할 때 보육시설과 같은 주민편의를 위한 기반시설을 일차적으로 건설한다. 이는 경제적 부담으로 참석이 힘든 주민을 포함한 지역 구성원들의 의견을 협의 과정에 수용하기 위해서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에게 도시재생의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미국 보스턴의 개발사업은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한국 도시학자들은 이러한 세계 선진국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형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각 지역 자치단체들은 도심의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의 젠트리피케이션 추세와 국내 도시재생 사업이 부의 불평등과 지역 발전이라는 두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지 그 추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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