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Ⅱ]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
[Special Report Ⅱ]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
  • 오혜지 기자
  • 승인 2015.10.19 0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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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오혜지 기자]



도심의 반란, 한국식 젠트리피케이션

도시 난민의 아우성…원주민은 이주 ‘빛과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수십 년 전부터 뉴욕과 베를린, 샌프란시스코 등의 도시에서 발생했다. 초기에는 낙후되 지역에 예술가들이 들어가면서 새로운 활력을 창조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에 대규모 자본과 상업시설들이 들이닥치며 골목 문화를 몰아내는 현상으로 변질됐다. 국내에서도 삼청동과 가로수길 등이 대형 상업시설에 잠식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양면성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말이 유행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도심 지역의 노후한 주택 등으로 이사 가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젠트리피케이션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국내에서 이미 10년 전부터 진행됐다. 과거에는 뉴타운 개발 등과 같은 대규모 철거형 재개발 과정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수동과 서촌, 이태원, 신사동 등 골목 문화에 태생을 둔 상권 발달 지역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상권 발달 지역에서 진행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한 구도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투자를 유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한국도시설계학회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재생의 관점에서 본다면 빈곤지역 또는 재개발이 필요 지역에 자연스럽게 개발의 물살을 타게 만들어 도시의 균형발전 방향으로 봤을 때 매력적인 요소다. 특히 노후 주택 지역이 활성화되며 중산층이 유입되기 때문에 지역 불균형을 조정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개발로 인해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 저소득층 주민들을 몰아내는 부작용도 양산하고 있다. 

   
 

문제로 자리 잡은 젠트리피케이션

국내에서는 발생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은 해외에서 초기에 시작됐던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서민들의 통곡 소리가 짙게 배어 있다. 한국형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에 독특한 분위기의 갤러리나 공방, 소규모 카페 등의 공간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 상점들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게 됐다. 이런 현상을 지켜보던 대규모 프랜차이즈점들도 저렴한 도심 속에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았던 임대료가 치솟게 됐다. 그 결과 소규모 가게와 주민들이 치솟는 집값이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동네를 떠나게 됐고 현재는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화하게 됐다. 국내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으로 장소로 서울의 서촌과 홍익대,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등을 꼽을 수 있다.

 

▲인디 문화의 메카로 불려 오던 홍대에 대형 프렌차이즈 브랜드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지난 3월, 150여 명의 연극인은 대학로 극장이 폐관 위기에 처한 것을 알리기 위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상여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로 극장은 4월에 폐관을 했다. 이 극장은 서울시 600년 타임캡슐에 들어갈 정도로 흥행했던 연극 ′불 좀 꺼주세요′를 초연한 곳으로 28년 역사가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최근 대학로 소극장들이 문을 닫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비싸진 임대료를 들 수 있다. 2004년, 대학로는 연극 활성화를 위해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점차 상권이 커지면서 상업화가 가속됐고 다양성이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홍익대학교 인근도 마찬가지다. 인디 문화의 메카로 불려 온 이곳은 장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문화를 생산하는 색다른 공간으로 알려졌다. 많은 사람이 매력적인 홍대만의 문화를 체험하고자 홍익대학교 인근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방문율이 높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상업 시장이 형성됐다. 현재 높은 임대료를 자랑하는 홍대 인근에는 대형 프렌차이즈 브랜드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서촌도 젠트리피케이션이란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백 년간 공동체 문화가 이어져 온 서촌은 최근 개발이 한창이다. 개발이 진행될수록 오르는 임대료 덕분에 이곳에 거주하던 서민들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서촌 주민들과 서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모임인 서촌주거공간연구회는 정기적으로 조선 후기 도성 지도와 비교해가며 서촌이 얼마나 오랜 기간을 기억하는 공간인지 답사하고 있다.
 

원래 전형적인 주택가였던 이태원 경리단길도 예외는 아니다. 2010년 이후, 이태원의 비싼 임대료를 패해 젊은 예술가와 상인들이 경리단길에 정착했다. 그리고 현재는 서울의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변화 속에서 경리단길의 지가도 올라갔다. 경리단길의 상가 평균 임대료는 2009년 전용면적 33㎡ 기준 83만 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02만 원으로 5년 새 22% 상승했다. 매매가 역시 2010년 3.3㎡ 기준 3,108만 원에서 지난해엔 5,426만 원까지 올랐고, 대로변 지가의 경우 2010년 3.3㎡ 기준 3,413만 원에서 지난해엔 6,183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4구에 속하는 서초와 강남, 송파, 강동에서 올해와 내년 사이에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집중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런 사회 영향으로 강남권의 이주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이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건축에 따른 올해와 내년 강남 4구의 주택 부족량은 1만3357가구에 달한다. 주택 멸실량은 4만2460가구이지만 공급 물량은 2만9103가구에 머무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불안한 서울 전세 시장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일반적인 전·월세와 달리 기존 주택이 없어지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수요이기 때문에 주변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라고 언급했다. 실제 수급 불균형으로 주변 지역 전세금도 요동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강동구의 전세가 상승률은 1.75%로 서초구(2.0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서초구 역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임대료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렇게 국내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긍정적인 효과보다 주변 개발로 인한 임대료 상승 등으로 기존 저소득층 주민들을 몰아내는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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