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Ⅲ] 커피의 불편한 진실
[Special Report Ⅲ] 커피의 불편한 진실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10.19 0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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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그윽한 커피향 뒤에 숨은 ‘검은’ 눈물 

 

커피농가 수익 전체의 0.5% 불과…공정무역 커피 등장



  

커피는 현대인들이 물 다음으로 즐겨 마시는 음료로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커피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경우 매일 4억잔 가량의 커피를 소비하고 있으며, 매년 270만 파운드의 원두를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구나 쉽게 마시고 즐기는 커피지만, 그러나 정작 커피 속에 숨겨진 눈물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커피는 다이아몬드와 더불어 대표적인 아동 노동 착취 구조에서 생산되는 품목이다. 커피의 주요 생산지인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에서는 상당수 아동들이 광산과 농장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 

  
 

아동 노동착취로 만들어지는 ‘커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년 커피 소비량은 1억 킬로그램 정도로, 성인 1인당 한 해 평균 298잔이나 마시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만 빼고 매일 커피를 마셨다는 이야기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작가였던 탈레랑이 일찍이 ‘커피 예찬’에서 천국과 지옥을 망라해 매혹적인 커피를 표현했듯, 커피 특유의 맛과 향은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인리히 E. 야콥이 쓴 ‘커피의 역사’라는 책에 따르면 커피사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사업 중의 하나이며 50여 개국 약 2천만 명이 커피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나무는 적도를 기준으로 위도 23.5도 사이, 연 강수량은 1500~2000밀리미터 수준이며 서리가 내리지 않는 해발 1000~3000미터의 고산지대에서 잘 자란다. 꽤 까다로운 조건으로, 이렇게 적도를 기준으로 커피를 생산하고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을 표시하면 지도에서 마치 띠처럼 이어지는데 사람들은 이를 커피 벨트(Coffee Belt)라고 부른다. 이 벨트에 있는 커피 생산국들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이며, 2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커피나무를 키워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커피를 팔아 얻는 수익 대부분은 스타벅스와 같은 다국적 커피기업과 중간상인들이 가져간다. 커피의 최종 소비자가격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나 임대료 등을 감안해도 결국 배를 불리는 건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다. 커피생산농가에 돌아가는 수익은 전체의 0.5%. 에티오피아 커피 재배농가의 1년 수입은 60달러(우리돈 약 6만 5천 원)에 불과하다. 1년 간 쉴 틈 없이 노동을 착취당해도 4천 원짜리 커피 16잔밖에 사 먹지 못하는 수준인 것이다. 우리가 스타벅스에서 한 잔에 5,000원을 주고 커피를 사 마신다고 하면 에티오피아 커피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평균 25원인 셈이다. 또한 커피농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는 다름 아닌 어린이들이다. 아프리카 케냐의 경우엔 커피 생산인구의 1/3이 열다섯 살 미만이다. 이들은 종일 땡볕 아래서 저임금과 노동력 착취에 시달린다. 이렇게 현지 생산자의 커피콩 판매 가격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커피 재배농가에서는 온 식구가 매달려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결국, 생계를 위해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커피 재배 노동을 해야 한다. 때로는 이렇게까지 해도 생계가 어려워 집안의 가장이 멀리 이국땅으로 돈벌이를 나가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할 때도 있다.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커피가 먼 이국땅의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고 그들의 가정을 해체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공정무역 커피의 등장, 커피생산자의 불평등 해소할까

커피에 숨겨진 진실이 차츰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커피 애호가들은 고민에 빠지고 있다. 그렇다고 커피를 소비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커피를 소비하지 않는다면 생산자의 생계수단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 이처럼 피할 수 없는 비윤리적 소비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공정무역 커피다. 공정무역 커피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기본으로 커피의 최저가격을 보장하고, 생산자와의 장기간 거래 등 국제무역에서 보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관계를 추구하자는 취지로 생겨났다. 저개발국가의 소외된 생산자와 노동자에게 좋은 조건을 제공하며 그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맛이나 향이 중심이 아닌 유통방식이 남다른 커피인 셈이다. 덕분에 5,000원 정도의 커피 값 중 원두 생산자에게 10원도 돌아가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거래자가 직접 제3세계 생산자에게 제값을 주고 커피를 사서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가볍게 즐기는 커피 한잔이지만 공정 무역 커피를 애용하여 작은 실천을 생활화한다면 정직한 생산자로부터 좋은 원두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정무역 커피로는 아름다운 가게의 아름다운 커피가 있다. 공정무역 커피는 스타들을 통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헐리우드 스타인 휴 잭맨은 최근 공정무역 커피만을 판매하는 카페 브랜드 ‘래핑 맨 커피 & 티’를 런칭한 바 있다. 월드비전 대사로 에티오피아를 방문했다가 공정무역의 중요성을 알게 된 그는, 카페의 모든 수익을 전세계 빈곤층에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나라에 공정무역이란 용어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또 공정무역 커피의 판매가 시작된 지도 벌써 10년이 가까이 흘렀다. 그러나 아직 공정무역 커피의 확산은 미비한 수준으로 보인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들도 시민들의 요구에 못 이겨 공정무역 커피콩을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세계화 시대의 화두는 ‘더불어 살기’다. 상대를 이용만 하거나 지배하기 위함이 아닌, 전 세계 인구가 서로 존중하며 살기 위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알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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