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엇갈린 평가 속 도약 위한 대전환 요구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엇갈린 평가 속 도약 위한 대전환 요구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12.0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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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엇갈린 평가 속 도약 위한 대전환 요구

 

 

ⓒ효자동사진관
ⓒ효자동사진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 속에 출발한 문재인 정부 5년 임기의 절반이 지났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분주히 달렸던 전반기는 적지 않은 변화를 이끌어낸 의미 있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촛불민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개혁성과와 녹록치 않은 대내외 상황은 현실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요구하고 있다.

 

훈풍 불던 남북관계 ‘역주행’

문재인 정부는 정권 출범 이후 각 영역에서 이전 정부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처음 약속하기도 했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족의 편지를 낭독한 유가족을 껴안으며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사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줬다.

 

외교·안보 분야의 최대 성과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꼽힌다. 북한의 계속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도 ‘전쟁 없는 한반도와 대화를 통한 비핵화’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계기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선언으로 강렬한 감동도 선사했다. 문 대통령의 평화 메시지는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으로도 연결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북미 비핵화 대화의 길로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을 현저하게 낮추고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 2월 북미 정상의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논의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방식을 놓고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남북 관계마저 직격탄을 맞아 냉각기로 접어들어 북한은 5월 이후 12차례나 단거리 미사일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하며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9·19 군사합의)’가 무의미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요구하며 우리 측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도 표시하고 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 속에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적지 않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효자동사진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 속에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적지 않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효자동사진관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문제는 원점에서 다시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북미가 대화의 끈은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올 것을 요구하며 연말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미국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북미 협상 재개 시점과 관련해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미국 측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문제도 쉽게 풀기 어려운 과제다. 세계적으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선언하며 대응했지만, 양국 관계가 냉각된 출발점인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실타래조차 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과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인한 앙금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 사드로 인한 ‘3불(不)’ 약속을 하며 어느 정도 봉합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답방은 2년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미국 역시 한미 방위비 협상 문제를 두고 우리 정부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어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핵화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지며 지난 6월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 이후 남북 대화의 창구는 사실상 막혀있는 상태이다. ⓒ백악관
비핵화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지며 지난 6월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 이후 남북 대화의 창구는 사실상 막혀있는 상태이다. ⓒ백악관

 

글로벌 경기 침체 파도에 휩쓸린 경제

경제 분야에서는 ‘사람 중심 경제’를 표방하고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철학 아래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그 속에서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공공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정책이 추진되며 많은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길게는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던 장기 분규사업장의 노사 갈등을 정부의 중재로 해결했고,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등을 통해 사회 안전망도 보강했다. ‘9월 고용동향’에서는 취업자와 15~64세 고용률도 두 달 연속 증가하는 등 일자리 정책도 점차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표의 개선과는 달리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 전반기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 ‘경제(16.6%)’를 꼽은 인원이 가장 많았고, 후반기 최우선 국정과제 역시 응답자의 41.1%가 ‘경제활성화’를 말할 정도로 국민 기대치에 많이 못 미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상당수 경제 지표는 악화되기도 했다. 세계 경기둔화 속에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0.8% 이후 최저기록이다. 정부 역시 기존 전망치(2.4~2.5%)에 미치지 못할 것임을 이미 공식화했다. 2017년 3.1%와 2018년 2.7%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9월 소비자물가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0.4%)를 기록하면서 상품·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공포도 커졌다. KDB 미래전략연구소는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가 낮은 수준을 보임에 따라 향후 디플레이션 발생으로 인한 저성장·저물가 지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단기 디플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복지정책, 온라인쇼핑 가격경쟁 등으로 중장기 디플레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경제 활성화에 총력전을 펼칠 방침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513조 5,000억 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경기 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확장 재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 및 우리 경제 하방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확장 재정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민간 활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재정투자 등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고 확장 재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 역시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내년도 확장예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청와대의 후반기 최우선 국정과제에 대해 ‘경제활성화’를 최우선으로 답할 정도로 경제 정책은 국민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이 사실이다. ⓒ그래픽=손보승 기자 / 자료=리얼미터 / Made by flourish.studio
국민들은 청와대의 후반기 최우선 국정과제에 대해 ‘경제활성화’를 최우선으로 답할 정도로 경제 정책은 국민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이 사실이다. ⓒ그래픽=손보승 기자 / 자료=리얼미터 / Made by flourish.studio

 

‘조국 사태’로 무너진 공정과 정의의 가치

무엇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을 두고 촉발된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부에 깊은 내상을 안겼다.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부정·특혜 논란은 급격한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 한편으로는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빗발쳤다. 이는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로 표출됐다.

 

광장이 두 갈래로 나눠지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촛불 정권은 위기를 맞았고, 국정 지지율이 추락하자 조 전 장관은 취임 35일 만에 사퇴해야 했다. 극단적인 사회 갈등과 여론 악화라는 결과만 남긴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며 “탈세, 병역, 직장 내 차별 등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로 인해 조국 사태로 인해 권력기관 개혁 문제도 위기를 맞은 형국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여야 대립이 격화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그나마 도덕적 우월성은 인정받았는데 ‘조국 사태’로 그것마저 무너졌다”며 “앞으로 인사 문제 등에서 또 문제가 생긴다면 정말로 해 질 녘에 산길에 들어서는 형국으로 전락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전체적으로 회색빛으로 물들었다는 평가 속에 집권 하반기에는 공약 이행과 실질적 성과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효자동사진관
전체적으로 회색빛으로 물들었다는 평가 속에 집권 하반기에는 공약 이행과 실질적 성과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효자동사진관

 

청와대는 집권 후반기 핵심 화두를 ‘공정 사회 구축’에 둘 방침이다. 조국 사태가 일단락된 이후 문 대통령의 행보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 대행을 맡고 있는 김오수 차관으로부터 ‘법무부 검찰개혁’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시행 가능한 것을 중심으로 법무부가 대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협의해 개혁을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했고, 입시제도 불공정성 시정 조치에도 나섰다. 교육부는 대입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 중이며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도 발표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후반기에는 민생·경제와 외교·안보 분야 성과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공정 개혁 행보에도 힘을 싣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장밋빛 기대 속에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전반기는 전체적으로 회색빛으로 물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를 시작하며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의 소임을 최선을 다해 완수하겠다”고 밝혔듯이 아직 만회할 수 있는 2년 반의 시간이 남아있다. 국민들과의 약속을 실질적인 성과로 어떻게 연결시키느냐가 결국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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