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단독 인터뷰] 첼리스트 박유신
[이슈메이커_ 단독 인터뷰] 첼리스트 박유신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9.11.28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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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소리로 감동을 전하는 첼리스트

 

 

ⓒMOC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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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의 예술 감독

불과 수십 년 전까지도 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로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조차 없었던 대한민국. 하지만 2020년을 앞둔 이 시대의 대한민국은 좁은 국토 면적과 한정된 자원, 그리고 세계적 열강에 둘러싸인 지형적 한계 등에도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전 세계에 KOREA의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떤 민족보다 뛰어난 한민족만의 우월한 DNA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천재가 존재한다. 세계무대에서 자신과 KOREA의 이름을 드높인 천재들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문화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문화 산업 특히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지만 이제는 이름만으로도 클래식의 본고장에서 인정받는 아티스트가 셀 수 없을 정도다. 더욱이 신예 아티스트들의 대거 등장으로 대한민국 클래식의 미래는 밝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첼리스트 박유신. 그 역시도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첼로 수석인 노버트 앙어로부터 “테크닉은 흠잡을 데가 없고, 둥근 음색은 온화하며 풍부한 색깔을 자랑한다. 박유신은 이미 뛰어난 음악가이며 자신의 음악성을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극찬을 받으며 대한민국 클래식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아티스트로 평가받는다.

 

첼리스트 박유신은 지난해 4월과 9월 안톤 루비슈타인 국제 콩쿠르와 제24회 야나체크 국제 콩쿠르에서 연이어 2위를 수상하며 유럽 음악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보다 앞서 2017년 드레스덴 국립음대 실내악 콩쿠르에서 1위, 그리고 2015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에서 2위와 특별상을 받으며 그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2018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아카데미 소속으로 활동하며 많은 국제무대를 경험한 그는 2019년 한국 활동에도 박차를 가했으며 지난 10월에는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의 예술 감독을 맡기도 했다. 대한민국 대표 첼리스트 송영훈이 ‘소리로 감동을 주는 연주자’로 인정한 차세대 첼리스트 박유신의 이야기를 2019년 12월 이슈메이커가 함께한 이유이다.

 

 

ⓒMOC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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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무대에 집중하는 것으로 안다

“독일 유학을 마친 후 다양한 국내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함께 요엘 레비의 지휘로 KBS 교향악단과 베토벤 삼중협주곡을 협연했으며 포항시향과 차이코프스키 로코코변주곡을 협연하기도 했다. 또한,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첼리스트 에밀 로브너와 함께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실내악 무대로 올해 2월 피아니스트 김현정과 ‘러시안 첼로’를 주제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가지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의 예술 감독을 맡았다.

 

실내악이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온다

“실내악은 클래식보다 더 낯선 분야다.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실내에서 펼쳐지는 연주는 모두 실내악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실내악의 사전적 의미는 기악을 중심으로 하여 5명에서 10명 안팎으로 편성되어 실내 혹은 작은 규모의 연주장에서 연주되는 음악이다. 규모가 작은 기악 합주로 이해하면 쉽다. 그러나 실내악은 규모는 작아도 연주자 사이에서는 어려운 장르로 꼽힌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실내악 공연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야냐체크 국제 콩쿠르 수상
야냐체크 국제 콩쿠르 수상

 

생소한 실내악 페스티벌의 예술 감독직 수락에 부담은 없었나

“이번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의 예술 감독을 요청받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직접 기획했던 부분이다. 독일 유학 당시부터 크고 작은 규모의 실내악 페스티벌을 접했다. 국내에도 이전에 실내악 페스티벌이 있었지만 제가 원하는 구성으로 만들고픈 욕심이 컸다. 특히 10월 혹은 가을에는 클래식 관련 축제가 잘 없으며 가을의 감성이 실내악과 닮았기에 이 시기를 택했다. 예술 감독이 처음이고 아직은 어린 나이이기에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이지만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첫 봉오리를 피운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첫 번째 행사였음에도 다른 클래식 축제와 비교해도 연주자들의 명성이 뒤처지지 않았다.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첼로 수석인 독일 첼리스트 노버트 앙어, 에벤 콰르텟 출신 프랑스 비올리스트 아드리앙 브와소, 드레스덴 국립음대 교수를 지낸 독일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 등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내한했다. 국내 대표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멤버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김영욱, ‘2016 센다이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김현정도 참여해 이번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빛냈다. 깊어가는 가을 어쿠스틱 악기들의 앙상블에 푹 빠질 수 있는 이 시즌의 국내 유일 실내악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 관객 대다수도 이러한 의도에 공감하며 훌륭한 연주자들과 함께한 완성도 있는 음악과 프로그램에 만족을 표현하고 돌아갔다.”

 

두 번째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을 기대해도 될까

“물론이다. 이미 내년 10월 23일 예술의 전당 공연은 확정되었다. 몇 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이러한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행사를 기획하며 예술 감독이란 자리에 큰 부담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직접 무대에서 연주도 해야 했기에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았다.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실내악의 애정이 남다르며 이번 페스티벌에 만족하고 돌아간 관객의 행복한 미소에 다시금 힘을 낼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부족한 점과 개선할 부분도 분명히 존재했기에 이를 잘 보완해서 두 번째 페스티벌에서는 한 단계 높은 완성도를 선보이겠다.”

 

 

ⓒMOC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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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클래식이 사람을 변화시키며 악기를 통해 소리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유롭게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경험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전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클래식이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낯설고 어렵다는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유명 연주자와 음악 단체가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지만 일부 대도시를 벗어나면 여전히 클래식 공연을 접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경북 최대의 도시인 포항시 역시 마찬가지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박유신은 지역 음악계에서 예술 문화 산업의 불모지에서 피어난 한 송이 희망으로 평가 받는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유독 많은 부분을 포항시와 함께하는 것도 고향을 향한 애정과 책임감 때문이 아닐까? 지역 문화 산업 발전을 위한 그의 역할과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한 그의 생각이 궁금해 질문을 이어갔다.

 

처음 첼로를 시작했을 때의 느낌을 기억하는가

“사실 첼로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편이다. 5살 때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초등학생 때는 바이올린도 배웠지만 두 악기 모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상황에서 친한 언니가 첼로를 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껴 그때서야 첼로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당시에도 드라마에서처럼 첼로가 운명처럼 다가오거나 세계적 첼리스트가 되겠다는 다짐 등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첼로의 매력에 빠지게 됐는지

“예고에 입학한 이후에도 첼로로 대단한 사람이 된다든지 대학에서 전공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운동도 악기도 잘 다루며 예체능에 소질이 많았기에 그냥 첼로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열심히 했다. 그러다 대학에 입학하며 첼로의 매력에 빠진 것 같다. 첼로도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첼로를 좋아하게 된 것도 남들보다 늦었기에 오히려 더 오래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첼로에 빠져서 매진했다면 지쳐서 이미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MOC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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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생각하는 첼로와 클래식의 매력은 무엇인가

“첼로는 흔히 사람의 심장에 닿아 연주하는 악기로 알려졌고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하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이 부분도 공감하지만 개인적으로 음역대가 넓기에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으며 사람의 목소리와 닮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첼로는 말하는 것 같은 설득력 있는 악기이다. 클래식은 스토리나 배경을 아는 만큼 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며 들을수록 마음이 평온해진다는 매력이 있다.”

 

클래식이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클래식은 만들어진 스토리와 배경을 알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러한 사전 정보가 클래식을 즐기기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다. 많이 알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클래식을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대중가요도 모든 가수를 다 알고 듣는 것은 아니지 않나?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굳이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카페에서, 거리에서, 집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듣다 보면 귀가 열리고 관심이 생긴다. 그러면 곡 정보도 스스로 찾게 되고 더 많은 울림을 경험하며 이러한 과정의 반복으로 점차 클래식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첼리스트로서 어떤 장면을 음악 인생의 클라이맥스로 만들고 싶은지

“독일에서의 유학 당시를 돌이켜 보면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많은 콩쿠르에서 상을 받고 이름도 알렸다. 하지만 상을 받은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이는 저를 어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고 이를 준비하는 과정이 오히려 더 의미 있었다. 지금까지의 삶에서 정점을 꼽자면 이러한 독일에서의 시간이었으며 앞으로는 이번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처럼 직접 연주도 하고 원하는 새로운 것들을 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이 모여 음악 인생의 클라이맥스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첼리스트 박유신은 누구보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후배들을 위한 그리고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한 시간은 잠을 줄여서라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올해부터 모교 경희대 음대의 출강도 그중 하나이며 문화 예술 분야에서 다소 소외된 고향인 포항 지역민과 지역 후배들을 위한 행사에도 꾸준히 참석하고자 한다. 그는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이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학생 수에 아쉬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할 예정입니다. 작년부터 포항에서 연주회도 많이 진행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이 오시고 좋아해 주셔서 포항시와 지역 문화 재단과 힘을 모아 지역민과의 만남을 더욱 자주 가질 생각입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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