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악플 Ⅱ] 악순환 고리 끊어낼 수 있는 해법 마련 절실
[이슈메이커_ 악플 Ⅱ] 악순환 고리 끊어낼 수 있는 해법 마련 절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11.25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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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악순환 고리 끊어낼 수 있는 해법 마련 절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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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포털의 뉴스 댓글은 ‘악플러’들이 쏟아내는 감정의 배설물로 심각하게 오염된 지 오래다. 찬반의 차원을 넘어 비방과 험담 등 인신 모독적 내용이 넘쳐흐른다. 이러한 ‘악플’은 피해자의 정신을 망가뜨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폭력과도 같은 결과를 낳는다. 결국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일지라도 각계에서 여러 대책과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과연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인터넷 실명제 도입 VS 표현의 자유 존중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최진리)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악플이 지목되면서 여론은 이 비극을 계기로 댓글 규제와 처벌 강화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력한 처벌과 법안 마련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이어지고 있고,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대해 응답자의 69.5%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악플러에 대한 처벌은 지금도 가능하다. 현행법상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징역이나 금고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초범인 경우 약속기소로 100만원 안팎의 벌금을 선고받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리의 사망 이후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이 다시 여론의 힘을 받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그래픽=손보승 기자 / 자료=리얼미터 / Made by flourish.studio
설리의 사망 이후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이 다시 여론의 힘을 받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그래픽=손보승 기자 / 자료=리얼미터 / Made by flourish.studio

 

기존법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보니 관련 법안을 정비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분주해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이나 악플 삭제, 사이버폭력 의무교육 등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설리법’들이 실제 국회를 통과하기까진 갈 길이 멀다. 과거에도 여러 법률안들이 발의되는 등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지만 대다수가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이어서 심의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이다.

 

인터넷 실명제의 실효성 논란도 여전하다. 2007년 ‘일일방문자수 20만 이상’의 포털사이트 모든 게시판은 주민등록번호로 실명이 확인된 이들만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일반게시판 실명제’가 의무 도입되었지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08년도 본인 확인제 효과분석 보고서’에서도 인터넷 실명제가 악성 댓글 감소보다는 게시판 본래 기능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2012년 본인확인제가 “게시판 이용자가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실명제를 여론만으로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해외 SNS의 경우 적용할 방법이 없고, 무엇보다 명백한 욕설과 혐오 표현이 아닌 이상 무엇이 ‘악플’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규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성숙한 문화를 위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전혜숙 의원 페이스북
전문가들은 규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성숙한 문화를 위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전혜숙 의원 페이스북

 

포털과 언론, 사용자 모두의 각성 요구

이 때문에 아직까지는 댓글 관리에 있어 포털이 스스로 자정 작용을 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개최한 포럼에서도 법으로 정책을 강제하기보다는 인터넷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에 양대 대형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대책을 내놓았다. 카카오는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잠정 폐지했다.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최근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 섹션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네이버 역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인 ‘클린봇’을 확대 적용해 악성 댓글 필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클린봇은 뉴스 댓글에 욕설이나 비속어가 등장하면 자동 치환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일부 가림만으로는 글의 문맥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아예 전체 가림을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악플에 대한 문제의식은 포털 전체의 댓글창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댓글 폐지가 악성 댓글을 없애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음에도 포털이 논란을 쉽게 피해가는 길만 찾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댓글은 생활영역의 정치이며 사회적 정보가 모일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며 댓글 폐지 논의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성숙한 댓글 문화를 위한 인식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악성 댓글의 문제에 대해 사회 전체가 각성하고, 폐해를 막기 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악플은 한 사람의 영혼을 짓밟는 ‘사회적 폭력’이자, 개인의 마음을 난도질하는 ‘얼굴 없는 살인’과도 같다. 장난으로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 있듯, 생각 없이 단 댓글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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