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감사는 실종된 채 정쟁과 호통만 가득
[이슈메이커] 감사는 실종된 채 정쟁과 호통만 가득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11.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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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감사는 실종된 채 정쟁과 호통만 가득

 

 

ⓒPixabay
ⓒPixabay

 

국회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매년 10월 전후로 열리는 국정감사다. 국감은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며 국회의원이 행정부를 필두로 한 국가기관의 행보에 대한 감사와 감찰을 진행하고 사회적인 문제 등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공개 청문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국감 역시 유권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국대전’이 덮은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역시 정책 대신 진영논리에 기반을 둔 여야의 공방전만 되풀이되며 이른바 ‘맹탕국감’이 되었다는 평가이다. 국감 기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의혹 제기에 화력을 집중했고, 이로 인해 17개의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모두 788개 피감기관들이 대상이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이른바 ‘조국대전’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조 전 장관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는 관련 의혹과 수사 방식을 두고 여야가 대치했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나 기획재정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조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논란들이 핵심 쟁점이 됐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상당수의 피감기관들은 그저 자리만 지키며 여야의 다툼을 눈앞에서 관전만 할 뿐이었다. 21대 국회 불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의 이철희 의원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국정감사 가서 감사는 안 하고 여야 국회의원들끼리 고성 지르면서 싸우는 모습이 창피했다”며 “내가 더 잘하는 걸 보여주면 되는데 상대를 때려눕히는 복싱경기처럼 되다 보니까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동안 국민들은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이 소리를 지르고 특권을 과시하며, 감사보다는 정쟁만 벌어지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더불어민주당
그동안 국민들은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이 소리를 지르고 특권을 과시하며, 감사보다는 정쟁만 벌어지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와 청와대 설전까지, 일정 파행 겪기도

여야의 정쟁도 문제지만 의원들이 국감을 진행하는 태도도 문제였다. 매년 반복되는 지적이지만 이번 국감에서도 의원들의 질의 대부분이 피감기관을 향한 ‘호통’에만 매몰됐다. 질의시간은 의원들의 윽박지르기로만 채워졌고, 피감기관들의 답변은 사실상 들을 수 없었다.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하는 줄소환 관행도 고쳐지지 않았다. 2017년부터는 증인 신청 때 의제와 이유를 공개하는 ‘증인 실명제’를 도입한 것도 무용지물이었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간 고성을 동반한 설전으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결국 여야의 격한 공방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위한 정기국회 일정 진행에도 차질을 빚었다.

 

이처럼 그동안 국민들은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이 소리를 지르고 특권을 과시하며, 감사보다는 정쟁만 벌어지는 모습을 많이 목도해왔다. 각 부처 장관들은 수시로 불려 다니고 국회는 정부 공무원으로 북새통을 이뤄 복도까지 아수라장으로 변하며 국정 마비 현상이 초래된다. 이는 결국 국회의원들의 이미지를 더욱 추락시키고 정치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는 낳는다.

 

 

짧은 기간에 수백 개 기관을 감사해야하다 보니 내실 있는 질의보다는 독특한 소품을 활용한 전략으로 국감장이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도 많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짧은 기간에 수백 개 기관을 감사해야하다 보니 내실 있는 질의보다는 독특한 소품을 활용한 전략으로 국감장이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도 많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제도 개선과 구태정치 타파가 해답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의원들의 자질 부족과 성향 문제보다는 기본적인 제도 문제도 크다고 분석한다.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수백 개의 기관을 감사해야하다 보니 내실 있는 질의보다는 어떻게든 자신의 주장을 드러낼 수 있는 전략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메시지 전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스통부터 죽창, 성인용품 ‘리얼돌’이 소품으로 등장하고, 의원이 개량한복과 태권도복을 입고 질의하거나 벵골고양이를 철제 우리에 넣어 데리고 나오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예산 등을 제대로 감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인하대학교 박상병 교수는 “국정감사를 정기국회 특정 기간에 몰아쳐서 하다 보니 할 얘기는 많은데 답변을 제대로 들을 시간이 없다”며 “상시 국정감사 체제로 전환해서 필요하면 언제든 상임위 차원의 국정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스템 보완이 모든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이 될 것이냐는 점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상시국감은 국민적 피로감을 높이고, 정부부처에 대한 국회의 ‘갑질’이 더욱 심해지는 역효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구태정치의 개혁이 동반된 제도 개선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20대 국회가 남은 회기 동안 생산적인 비판과 민생을 챙기는 정책을 추진하고, 내년 21대 총선에서 새로운 개혁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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