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독거노인보다 더 암울한 독거청년들
[Inside] 독거노인보다 더 암울한 독거청년들
  • 이경진 기자
  • 승인 2015.10.08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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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경진 기자]

Inside

독거청년


독거노인보다 더 암울한 독거청년들

 

 


“돈이 없어서 결혼 꿈도 못 꿔요”

 


청년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탓에 결혼하지 않은 채 혼자 사는 ‘독거청년’이 늘고 있다. 특히 독거청년이 늘면 한국 사회 경제 성장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난한 독거청년 증가

지난 8월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2000년 15.5%에서 2012년 25.3%로 크게 늘었다. 특히 올해 1인 가구는 508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돼 전체 가구의 27.1%를 1인 가구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014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1인 가구의 나이별 분포’를 보면, 20대가 17.0%, 30대가 17.9%로 청년층이 전체 1인 가구의 34.9%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60대 이상 1인 가구(33.3%)보다 높은 수치다. 문제는 이처럼 독거청년이 증가하는 가운데 청년층의 빈곤율 역시 높다는 점이다. 같은 해 통계청 조사에서 30대의 가처분소득 빈곤율은 8.1%였다. 전체 30대 765만 명 가운데 62만 명이 연 1,100만 원 이하의 소득을 번다는 뜻이다. 
 

  청년 빈곤의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청년 인구(15∼29세)에서 교육·훈련을 받지 않으면서 구직 의욕마저 없는 이른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비중이 OECD 33개국 가운데 3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니트족 비중은 OECD 회원국의 평균(8.2%)보다 7.4%포인트 높았다. 한국보다 니트족 비중이 높은 나라는 터키(24.9%)와 멕시코(18.5%) 뿐이었다.
 

  정순희(소비자학) 이화여대 교수는 “지금까지 청년층은 빈곤과 거리가 있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주로 독거노인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돼 왔으나, 최근 장기화하는 청년 취업난과 과도한 주거비용 등으로 청년 1인 가구가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최근 한국FP학회에 발표한 ‘청년1인 가구의 삶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만 25∼39세의 취업한 독거청년은 사회에 대한 소외감과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무기력한 청년1인 가구가 늘면서 한국사회 성장이 정체될 수 있는 만큼 청년층이 사회에 관심을 두고 삶의 여정을 계속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배려가 요구됩니다”라고 조언했다.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살기 정말 어렵습니다”

빈곤 청년들은 ‘패자 부활’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한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여기는 빈곤층 청년은 10명 가운데 2명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 8명은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반면 중상층 이상 청년은 10명 가운데 4명이 일어설 수 있다고 답했다. 마음속 ‘희망의 사다리’도 거의 무너졌다. 열심히 일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빈곤층 청년은 11.7%뿐이었다. 중상층 이상은 그 3배인 33.7%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2개 질문의 응답 결과를 합쳐 ‘패자부활지수’를 매겨봤더니, 빈곤층은 100점 만점에 17.2점, 중상층 이상은 37.7점으로 나타났다.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 격차도 컸다. 우리 사회는 노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가 제공되고 있다고 응답한 빈곤층은 10%였다. 90%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중상층 이상은 그래도 22.1%가 공정한 대가가 제공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빈곤층일수록 ‘헬조선’(hell+朝鮮)이라는 자조도 강했다. ‘대한민국은 살 만한 나라인가’를 물었더니 빈곤층 청년의 82.2%는 ‘다른 나라에 비해 살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중상층 이상은 63.2%가 ‘어렵다’고 답했다.
 

  서울에 혼자 사는 청년 100명 가운데 36명은 ‘주거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전국 가구 주거빈곤율(14.8%)의 2배가 넘는다. 이 청년들은 1인당 최저 주거 기준인 14㎡(4.2평 남짓)에도 미치지 못하는 쪽방, ‘잠만 자는 방’ 또는 주택법상 주거공간이 아닌 옥탑방·고시원 등에서 밤마다 잠을 청한다. 서울시 청년 10명 중 7명은 자기 소득의 30% 이상을 월세 등 주거비로 쓴다. 청년은 새롭게 등장한 주거취약계층이다. 불안에 비례해, 주거 안정에 대한 욕망도 커지고 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본받아 청년들에게 ‘희망’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청년 의식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90.4%는 ‘주택 소유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위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통해 주거 문제의 해결을 꾀하는 흐름이 존재한다. 한국에선 집 없는 청년들이 모여 ‘민달팽이유니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협동조합 주택을 직접 꾸리고 있다. 청년들끼리 모여 살며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인천 서구 검암동의 ‘우리 동네 사람들’(우동사)과 같은 사례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에선 도심의 ‘빈집’을 셰어하우스로 탈바꿈시켰다. 홍콩에선 사회적 기업이 싱글맘을 위한 집짓기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청년복지를 통해 경제회복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스웨덴이다.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은 스웨덴은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청년 세대를 위한 실업 대책 및 각종 복지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실업자들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원하고 적극적인 구직 알선과 재교육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이 결과 스웨덴은 지난해 세계 5위의 국가경쟁력과 74%대의 높은 고용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청년들의 힘찬 미래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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