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구글의 양자 우월성
[이슈메이커] 구글의 양자 우월성
  • 고수아 기자
  • 승인 2019.11.20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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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고수아 기자] 

구글의 양자 우월성

2019년 10월, 과학계와 산업계는 놀라움에 휩싸였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시커모어가 일반 슈퍼컴퓨터의 시간으로 1만 년 걸리는 연산 작업을 3분 20초 만에 풀어냈다는 ‘양자 우월성’소식을 전하고 나서부터다.

 

ⓒUnsplash
ⓒLorenzo Herrera, Unsplash

 

양자컴퓨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계산에 강하다

 

양자컴퓨터를 두고 구글과 IBM의 신경전이 불붙게 됐다. 신경전의 내막은 다음과 같다. 지난 9월, 구글은 나사(NASA) 웹 사이트에 짧은 보고서를 실은 뒤 ‘Nature’ 저널에 구글의 자체적 기술로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달성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구글 연구 개발팀이 양자 물리학의 기묘함을 이용해 시카모어(Sycamore)라는 초전도 양자 처리기를 구축했는지 설명한다.

 

구글은 53큐비트를 사용한 구글 프로세서 시카모어가 어떠한 연산 작업에서 현존하는 최고 기술 수준의 ‘기존 컴퓨터’의 연산 속도를 월등하게 뛰어넘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0월 23일 보도에서 구글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 CEO가 “우주에 도달하기 위해 최초의 로켓을 건설하는 것과 이 공적을 비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구글의 경쟁업체 IBM에서 즉각 반박에 나섰다. 구글이 말한 ‘기존 컴퓨터’는 미국 에너지국(DOE)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밋(Summit)을 의미한다.

 

이 서밋을 만든 회사가 IBM이다. 미국 GPU 제조사 엔디비아는 서밋을 “미국방부를 위해 제작한 시스템으로 현대에서 가장 큰 과학적 도전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슈퍼컴퓨터”로 기술하고 있다. 서밋은 143.5페타플롭스(PetaFLOPS)의 연산속도를 기록해 작년 말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 1위로 등극한 바 있다. 플롭스(FLOPS)는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표시하기 위한 계산 속도의 단위로, 1페타플롭스는 1초에 1000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 속도를 의미한다.

 

 

ⓒGadget Seoul [유튜브 캡처] 구글은 네이처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존의 최신식 수퍼컴퓨터는 10,000년이 걸릴 무작위성 문제를 구글의 시커모어 프로세서가 200초에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Gadget Seoul [유튜브 캡처] 구글은 네이처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존의 최신식 수퍼컴퓨터는 10,000년이 걸릴 무작위성 문제를 구글의 시커모어 프로세서가 200초에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IBM이 즉각 반박에 나선 것도 이런 배후에서다. 영국 가디언은 IBM 과학자들이 “구글의 실험은 초전도 기반 양자 컴퓨팅의 진보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면서도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능가하는 ‘최고’라는 증거로 보기엔 어렵다”고 전했다. IBM측은 구글 발표의 과장성을 지적하면서 구글이 주장한 ‘양자 난수 생성’이 양자 컴퓨터에게 유리한 연산에만 해당하는 것이며, IBM 슈퍼컴퓨터의 메모리 계층 구조를 보완해 램과 하드 드라이브를 조합하고, 새로운 알고리즘을 도입해 기존 성능을 개선한다면 같은 무작위성 문제 연산을 2.5일 이내로 소화해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양자 컴퓨터의 작동 원리

 

양자 컴퓨터와 기존 컴퓨터는 연산 수행에 있어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컴퓨터의 자료 구조는 데이터의 단위를 뜻하는 비트(bit) 체계 원리를 기반으로 0이나 1의 값 또는 참 거짓 등 서로 배타적인 상태를 도출한다. 한편 양자 컴퓨터는 0과 1에서 확률적으로 결정되는 하나의 상태를 반환하는 큐비트(Qubit, Quantum Bit)가 골격이다. 그래서 양자컴퓨터는 ‘01’, ‘10’의 2가지 비트 조합을 가지는 기존 컴퓨터와는 다르게 ‘00’, ‘01’, ‘10’, ‘11’의 4가지 조합을 기본 상태로 갖는다.

 

 

평범한 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비교 다이어그램. 순차적으로 가능성을 탐색하는 컴퓨터와는 다르게 양자 컴퓨팅은 경우의 수들이 중첩 상태를 이룬다.  ⓒGadget Seoul [유튜브 캡처]
평범한 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비교 다이어그램. 순차적으로 가능성을 탐색하는 컴퓨터와는 다르게 양자 컴퓨팅은 경우의 수들이 중첩 상태를 이룬다. ⓒGadget Seoul [유튜브 캡처]

 

 

큐비트 수가 n이라면 2의 n제곱이 되는 것으로 예를 들면 2큐비트 동시에 4가지 상태를, 4큐비트는 동시에 16가지 상태를 처리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큐비트의 수가 10개면 1024(2^10)개가 되고, 큐비트 53개면 9007조 개 이상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가 비트수에 비례하게 능력이 증가한는 반면 양자 소립자로 만들어진 양자컴퓨터는 적은 숫자의 큐비트로도 동시에 많은 경우의 수를 확보할 수 있는 체계인 것이다.

 

양자 컴퓨터가 내포하는 무수한 확률이 결정되는 순간이 있다. 양자역학에서 이를 표현하는 단어가 ‘붕괴’다. 양자 상태의 붕괴가 일어나면 중첩 상태는 측정 이전까지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가, 관측 순간을 기점으로 어느 하나의 상태로 확정되고 나머지 다른 상태에 대한 가능성은 모두 소멸한다. 이러한 양자적 특성으로 인해 양자컴퓨터는 붕괴를 기점으로 값을 도출하고, 이 과정에서 병렬적인 연산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도 기존 컴퓨터와의 차이다. 결국 양자컴퓨터는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는 무작위성 연산 문제에서 기존 컴퓨터보다 현저한 우월함을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원리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와 같은 원자들의 움직임과 같이 미시 세계의 현상을 연구하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에 기반한다. 

 

테니스 공과 전자의 비교 예시 2018 Sibos 컨퍼런스에서 영국 뉴사우스 웨일즈대 양자물리학과 안드레아(Andrea Morello) 교수의 강연 내용 발췌.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는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그가 처음 제시했다. 안드레아 교수는 "테니스공과 전자 모두 실제로 양자 물체이지만 크기와 질량 때문에 테니스공의 불확실성 원리와 명백하게 관련이 없다. 하지만 테니스공보다 훨씬 더 가벼운 전자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모두 확정할 수 없고 예측도 가능하지 않은 이유가 전자의 크기(size)때문이라고 덧붙였다.
ⓒSibos [유튜브 캡처]

 

위의 사진은 2018 Sibos 컨퍼런스에서 영국 뉴사우스 웨일즈대 양자물리학과 안드레아(Andrea Morello) 교수가 강연에서 제시한 내용이다.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는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그가 처음 제시했다. 안드레아 교수는 "테니스공과 전자 모두 실제로 양자 물체이지만 크기와 질량 때문에 테니스공의 불확실성 원리와 명백하게 관련이 없다. 하지만 테니스공보다 훨씬 더 가벼운 전자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모두 확정할 수 없고 예측도 가능하지 않은 이유가 전자의 크기(size)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양자 컴퓨팅의 핵심 문제는 양자 ‘중첩’ 상태의 지속 가능성 여부다. 여러 가지 상태가 동시에 하나의 입자에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 중첩 상태는 일반적으로 양자계의 불확실성 원리와 관련이 있다. 양자역학의 불확실성 원리에 따르면 양자에 대한 물리량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있다. 국내 한 과학 전문가는 "위치와 속도의 한 쌍이 대표적인 예로 입자의 위치를 알면 속도를 알 수 없고, 속도를 알면 위치를 알 수 없다"고 설명하며 양자역학의 특성을 확률론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 양자컴퓨터 상용화와 보급화가 가능할까. 이는 회의적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압도적이다. 큐비트의 중첩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변에 작은 전자기파만 지나쳐도 전자의 중첩 상태가 큐비트는 무너지고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다. 따라서 양자컴퓨터 사용 시 주변에서 와이파이, 블루투스 같은 전자기파 등 모든 방해 조건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구글의 개발 과정에선 전자를 극저온의 완전한 중첩 상태에 가둬두는 초전도 소자 방식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하드웨어는 10밀리 켈빈 (-273.14˚C)의 과냉각 온도에서 작동한다. 이와 같은 초전도 상태가 되면 모든 것이 얼어붙은 것과 같은 정지상태에서 내부저항이 없게 된다.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난제라는 견해가 많다.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터 큐시스템원(QSystemOne)을 공개한 IBM은 큐비트 20개를, 이번 구글이 시커모어 개발에 사용한 큐비트는 총 53개다. 모바일 단말기에 들어가는 연산처리장치에만 약 2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사용된다는 걸 감안하면 현저히 적은 숫자다. 구글의 AI 퀀텀팀은 이번 기술 발표를 통해 양자컴퓨터의 상용화가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전도 회로를 극저온에 보관하는 구글의 시커모어 프로세서 ⓒGoogle
초전도 회로를 극저온에 보관하는 구글의 시커모어 프로세서 ⓒGoogle

 

양자컴퓨터 나올 시 사용이 유력한 분야는

 

양자컴퓨터의 미래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지만 기술의 잠재력에 대한 합의는 일치한다. 미국과 중국, 영국, 유럽연합,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을 국책으로 여기며 기술 선점을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양자정보통신 관련 사업기획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연구비는 2억 달러(약 2225억 원), 중국은 17조 원에 육박한다. 영국은 3500억 원에 가까운 국가 예산을 투입해 국립양자컴퓨팅센터를 짓는 중이다. 또한 유럽연합(EU)은 2016년 양자기술을 10년간 개발하기 위해 10억유로(약 1조3000억 원)의 새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다수 과학자는 향후 양자컴퓨터를 보유한 국가나 기업이 국방력을 비롯해 온라인상에서도 전 세계 패권을 쥐고 흔들 것이라는 예측을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보안 분야는 양날의 검이 된다. 현재의 우리 보안 체계는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로 수억 년 동안 연산을 해야지만, 고성능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시 기존의 보안 체계를 한번 무너뜨리고 재편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구글의 양자컴퓨터 기술 보유 소식이 알려진 날,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것도 이러한 미래의 전망과도 무관하지 않다. 원칙적으로 설계가 더 뛰어난 컴퓨터는 반대로 어떠한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

 

 

[유튜브 캡처] 양자컴퓨터의 원리는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1982년 처음 제시했다.
[유튜브 캡처] 양자컴퓨터의 역사에서 미국은 '부모'와 같은 국가다. 양자컴퓨터의 개념은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1982년 경 처음 제시했으며 이로부터 3년 후 첫 알고리즘 정립도 이뤄졌다. 

영국 가디언은 MIT 물리학자 윌리엄 올리버 (William Oliver)가 네이처 (Nature)를 통해 구글의 이번 성과를 라이트 형제의 첫 업적인 라이트 플라이어(Wright Flyer, 미국 라이트 형제가 발명 및 비행을 성공시킨 동력 비행기)와 비교했다고 보도했다. 올리버는 “라이트 플라이어 1호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았지만 급격하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라며 실제로 달성 여부보다 양자 우위를 달성했다는 이번 구글의 논문 사건 자체를 높이 평가했다.

양자컴퓨터로 가장 수혜를 입을 분야로는 인공지능(AI)이 거론된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속도다. 양자컴퓨터로 초고성능의 초인공지능을 개발해낼 수 있을 전망이다. 신약 개발과 에너지, 배터리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첨단기술력을 요구하는 산업 분야에서도 양자컴퓨터를 기존 컴퓨터를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여러 난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달걀을 자유자재로 넣을 수 있는 조건을 나타내는 장면. 양자 컴퓨팅은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는 무작위성 연산에 우위를 가진다.
달걀을 자유자재로 넣을 수 있는 조건을 나타내는 장면. 양자 컴퓨팅은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는 무작위성 연산에 우위를 가진다. ⓒSibos [유튜브 캡처]

 

영국 가디언은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이 기대되는 영역 중 하나가 약물 발견이다. 신약 개발을 하는 제약 회사는 분자 구조를 생물 분자에 결합하고, 신체에서 유용한 작용을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에 양자컴퓨터는 한꺼번에 전체 분자 라이브러리를 분석해 약물 후보를 식별에서 정확성과 효율성이 확대될 것이다”라고도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변수로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일기 예보와 재무 모델링 분야에서도 양자 컴퓨터가 새로운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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