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손세이셔널’의 발끝에서 시작된 새 역사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손세이셔널’의 발끝에서 시작된 새 역사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9.11.18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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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손세이셔널’의 발끝에서 시작된 새 역사
 
ⓒ연합뉴스
ⓒ연합뉴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19년도 어느새 막바지다. 스포츠팬들에게 올해는 유독 웃을 일이 많았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빅 이벤트가 없었음에도 종목을 불문하고 놀라운 활약으로 국위 선양에 앞장섰던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9 US 여자오픈 우승으로 새로운 골프 여제의 자리에 오른 이정은부터 한국인 최초 MLB 올스타전 선발 투수이자 아시아인 최초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 표를 획득한 류현진, 그리고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오른 U-20 국가대표팀까지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 스포츠의 저력을 알린 2019년. 그 중심에는 이 선수가 있었다.
 
‘차붐’ 넘은 ‘손세이셔널’
한국 시각으로 2019년 11월 7일 이른 새벽 토트넘 홋스퍼(이하 토트넘)와 츠르베나 즈베즈다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4차전에 축구 팬의 관심이 쏠렸다. 대한민국 축구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가 완성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의 손흥민은 팀이 1대0으로 앞선 후반 11분 역습 상황에서 팀 동료 알리의 패스를 왼발 슛으로 마무리하며 시즌 6번째 득점이자 챔피언스리그 4호 골을 기록했다. 뒤이어 후반 16분 경기 추가 골까지 터트리며 팀의 4대0 승리를 이끈 손흥민. 2019-2020시즌의 시작과 함께 그가 출전한 대부분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인 그였기에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이날 경기에서의 득점은 손흥민의 유럽 무대 통산 122호, 123호 골이었다.
 
1978년부터 1989년까지 독일 분데스리가 다름슈타트와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던 갈색 폭격기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 차 감독은 지금도 독일에서 차붐으로 불리며 한국 축구를 넘어 독일 축구의 레전드로 평가받는다. 오죽하면 독일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면 ‘이곳이 차붐의 나라인가?’를 묻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독일에서 그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유럽 무대를 밟은 차범근 감독은 36살까지 독일에서 뛰며 유럽대항전 10골, 컵대회 13골, 정규리그 98골을 포함해 총 121골을 기록했다. 그가 남긴 기록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한민국 선수가 유럽 무대에서 기록한 최다 골로 남아있었다.
 
 
ⓒ손흥민 인스타그램
ⓒ손흥민 인스타그램

 

정확히 30년이 지난 2019년 당시 차범근 감독보다 10살 가까이 어린 나이에 손흥민은 대선배의 오래된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9-2010시즌 함부르크 2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며 이듬해 1군에 데뷔한 손흥민은 3시즌 동안 소속팀에서 20골을 기록했다. 2013-2014시즌부터 레버쿠젠으로 팀을 옮긴 손흥민은 두 시즌 동안 29골을 그의 커리어에 더했다. 2015-2016시즌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다섯 시즌 동안 72골을 추가했고 이날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차범근 감독이 보유한 유럽 무대 한국인 최다 골 기록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축구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가 쓰였지만, 정작 당사자인 손흥민은 이날 경기 후 마음껏 웃지 못했다. 지난 경기에서 그의 태클에 걸려 넘어진 에버턴의 안드레 고메스가 발목 수술을 받을 정도로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가치 있는 골을 기록하고도 손흥민은 기쁨 대신 다친 고메스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기도 세레모니를 펼쳤다. 차범근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우리 흥민이의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해당 칼럼에 따르면 차 감독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사건을 극복하는 데는 본인의 의지뿐만 아니라 주변의 격려와 도움이 필요하다. 동료들과 언론이 흥민이를 혼자 두지 않고 격려와 애정을 보내주고 힘을 보태줘 다행스럽고 고맙다”고 안도했으며 “차범근을 넘어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가 뛰었던 분데스리가와 지금 영국리그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해졌다. 훨씬 힘든 축구를 하고 있다”고 손흥민을 치켜세웠다. 나란히 독일 무대에서 데뷔해 같은 듯 다른 길을 걸어 온 차범근 감독과 손흥민. 이들의 존재가 대한민국 축구사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하는 미래이기도 하다.
 
 
ⓒ손흥민 인스타그램
ⓒ손흥민 인스타그램

 

토트넘 홋스퍼 FC No. 7 ‘SON’
강원도 춘천 출신의 손흥민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아버지 손웅정의 철저한 관리와 교육 속에 성장해왔다. 그의 아버지는 부상으로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마쳤지만, 오히려 남들보다 이른 시간에 스페인과 브라질 등 축구 선진국에서 유소년 축구를 접할 기회를 얻었다. 이후 손흥민의 아버지는 자신만의 유소년 축구단인 춘천 FC를 만들어 승부에 목숨을 거는 축구가 아닌 즐기는 축구를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손흥민도 이런 아버지의 교육 철학에 따라 개인 교습을 받으며 어린 시절부터 탄탄한 기본기를 익혔고 혹독한 훈련을 거쳤다. 이처럼 기존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성장 과정을 거쳤던 손흥민은 2009년 17세 이하 국가대표팀을 거쳐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와 4년 계약을 맺었다.
 
독일 무대 진출 후 2010년 10월 30일 마침내 자신의 데뷔 첫 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당찬 대한민국 10대의 모습으로 씩씩하게 커리어를 쌓아왔다. 이때부터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축구계도 손흥민이란 이름 세 글자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손흥민은 2013년 EPL 토트넘으로 팀을 옮기며 축구 인생의 전성기이자 하프타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준 시간보다 앞으로 보여줄 시간이 더 많이 남았지만 2018년은 소속팀 경기와 월드컵 출전은 물론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 국가대표로도 발탁되며 해외 언론에서조차 혹사 논란이 생길 정도였다. 물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피파 랭킹 1위인 독일에 승리하며 깊은 감동을 전했고 뒤이어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오랫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병역문제도 해결했다. 그러나 평소 힘든 내색을 잘 하지 않는 손흥민은 당시 인터뷰에서 진짜 힘들지만, 더 노력하겠다고 밝힌 정도로 지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tvN ‘손세이셔널-그를 만든 시간’ 캡쳐
ⓒtvN ‘손세이셔널-그를 만든 시간’ 캡쳐

 

지난해 혹사 논란으로 이따금 경기력 저하의 모습도 보여줬지만 2019년의 시작과 함께 그는 다시 전 세계 축구 팬에게 손세이셔널의 진가를 마음껏 알리고 있다. 특히 소속팀의 경우 2018-2019시즌 막바지 선전으로 리그 4위를 차지하며 2019-2020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했다. 또한 2018-2019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결승 무대에 진출하며 구단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고 손흥민 역시 커리어 최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했다. 아쉽게도 결승전에서 리퍼풀에 패하며 토트넘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구단과 손흥민 모두에게 값진 순간이었다.
 
손흥민 개인으로도 2019년은 축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해일 것이다. 우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럽 무대에서 한국인 선수가 기록한 최다 골의 주인공이 됐으며 이는 앞으로도 그의 발끝에서 계속 갈아치워 질 예정이다. 더불어 2019년 4월 3일은 토트넘은 새 홈구장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 설립을 마치며 개장 첫 경기가 펼쳐진 날이다.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첫 골을 기록하며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의 1호 골이라는 역사를 썼다. 더불어 며칠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손흥민은 또다시 첫 골을 기록하며 신축 구장의 챔피언스리그 1호 득점자라는 기록도 남겼다. 이와 같은 손흥민의 놀라운 활약이 이어지며 2018-2019시즌을 마치고 토트넘 올해의 선수상도 그의 몫이 됐다. 해마다 시즌 후 유명 선수들의 이적과 관련한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는 데 발표하는 매체마다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손흥민의 이적 시장 가치도 어느새 1,000억 원을 돌파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였다.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

 

이제는 대한민국의 축구 스타를 넘어 말 그대로 월드클래스의 반열에 올라선 손흥민. 국제 축구계에서도 더이상 그는 변방의 선수가 아니다.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 풋볼이 주관하며 축구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의 명단에도 그의 이름이 올랐다.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 포함된 한국인 선수는 2002년 설기현과 2005년 박지성에 이어 손흥민이 3번째다. 당시 최종 후보는 50명이 발표됐고 더욱이 설기현과 박지성 모두 최종 득표에는 실패했기에 손흥민이 한국인 선수 최초 발롱도르 득표자가 될지 기대되는 바이다. 영국 축구 전문 매체인 골닷컴에서 발표한 2019년 세계 최고의 선수에서도 14위에 당당히 손흥민의 이름이 올랐다. 골닷컴은 한 해 동안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남녀 선수 각각 25명을 서정해 발표한다. 특히 지난 시즌 소속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리버풀의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17위, 지난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인 아스날의 피에르 오바메양이 20위, 팀 동료이자 토트넘의 중심 헤리케인이 21위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손흥민의 위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더불어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함께 선정한 ‘월드 베스트 11’에서도 손흥민은 베스트 11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최종 15인의 후보 올라 14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아시아 선수 중 유일했다.
 
2019년의 시작과 함께 손흥민의 발끝에서 전해지는 끊임없는 낭보에 국내 축구 팬의 입가에는 웃음이 그칠 날이 없다. 게다가 축구계에서 오래전부터 이어진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중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는 누구일까?’라는 논쟁. 여전히 현역임에도 차범근, 박지성이 이뤄온 커리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의 미래가 기대되기에 이제 다수의 팬은 손흥민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한다. 세계 축구계를 호령하는 월드 클래스이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인 손흥민. 향후 그가 만들어갈 대한민국 축구의 현재와 새로운 미래에 팬들의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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