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절한 질문들’로 ‘나 가치 잘 나온’ 얼굴 담는 사진관
‘99절절한 질문들’로 ‘나 가치 잘 나온’ 얼굴 담는 사진관
  • 고수아 기자
  • 승인 2019.10.28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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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고수아 기자]

 

 ‘99절절한 질문들’로 ‘나 가치 잘 나온’ 얼굴 담는 사진관

 

사진=고수아 기자
사진=고수아 기자

 

 

사진 한 장의 위력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머그샷으로 죄수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해외 유명 모델이 있는가 하면 배역을 얻고 스타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 사례도 있다. 이에 자체적인 촬영 프로그램을 개발해 배우 프로필 사진 분야에서 작지만 강한 혁신을 추구해나가는 세이큐스튜디오(이하 세이큐)의 김세규 대표를 만나봤다.
 

2016년 세이큐를 설립한 김세규 대표는 영화제작사 출신의 사진작가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영화 제작을 전공한 그의 청년 시절 꿈은 영화 제작자였다. 그가 사진으로 진로를 틀은 건 31살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술학교(San Francisco Art Institute) 유학생 시절 사진 촬영을 위해 카메라 셔터를 처음 눌렀던 일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큰 포부로 미국행을 택했지만, 현실은 저의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상업영화에 길들여진 사람이었는데, 학교의 방향은 지극히 예술적이었어요. 고민이 깊어가던 시기 사진을 접하고 온몸에 짜릿한 전율을 느꼈습니다"고 설명했다.
 

운명적인 순간을 기억하면서 사진의 길에서 재차 열정과 꿈을 다진 김 대표이지만, 현재의 전문성을 인정받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귀국 후 실무 경력을 쌓기 위해 국내 스튜디오의 문을 두드렸지만 ‘나이가 많아서 혹은 가방끈이 부담스러워서’라는 대답만 여러 번 듣고 낙심했다. 스튜디오 설립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년간 꾹 참고 영어 강사로 재직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갔다. 김세규 대표는 "저희 고객 상당수가 2030 배우 또는 배우의 길에 막 들어서려는 배우 지망생들입니다. 제가 잘 아는 집단이기 때문에 동질감이 있고, 최대한의 성과를 안겨드리고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 친구들의 환경적인 특성이 주위 시선을 의식하고 남들과 자신을 비교해나가는 게 일상인데요, 자신감을 잃기 쉬운 이들에게 자신의 진짜 자신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진가가 되고 싶습니다"고 피력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캐스팅 디렉터가 조연 및 단역급 배우를 선정하는 데 소요하는 판별 시간은 통상 5초 이내다. 이 짧은 시선 속에서 그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것이 프로필 사진의 목적인 셈이다. 미디어 업계의 현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김 대표는 이곳에서 사진작가로서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운다. 세이큐는 모든 프로필 사진을 개인 맞춤형의 체계적인 프로세스로 진행한다. 그는 고객을 촬영 일주일 전 ‘워크숍’이란 독특한 과정에 초대한다. 세이큐의 트레이드 마크인 99개로 구성된 ‘99절절한 질문들’로 배우를 깊이 이해하고 그 배우만의 매력을 파악해내기 위해서다. 다양한 문항을 갖춘 ‘워크숍’의 소통 과정을 통해 배우 역시 배우프로필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얼굴을 ‘나가치(I + value)’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캐스팅에 목말라 있는 배우와 배우 지망생들에게 프로필 사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헤어 스타일링과 메이크업, 사진 리터칭 등 고도화된 뷰티 및 사진 관련 기술로 외모적으로 출중한 사진 창출이 가능해진 시대임에도 김세규 대표는 ‘말하는 얼굴’이라는 자신만의 견고한 사진 철학을 정립하고 이를 실천해나가고 있다.
 

 

사진=고수아 기자
사진=고수아 기자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질문 문항이 궁금하다. 99개의 질문 중 몇 가지만 소개한다면?
“정말 거창하지 않고 사소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몇 개만 예시로 하면 ‘자신이라는 배우는 악기에 비유하면 어떤 악기라고 생각하나?”, “지금 두 가지 색을 섞는다면 어떤 색이고 이유는 무엇인지?”, “영화 속 주인공으로 하루를 산다면 어떤 캐릭터로 살고 싶은가?” 등이 있다.

차별화를 위해 고안해낸 것인가?
“차별화를 위해 늘 고민하지만 차별화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세이큐의 다름을 위해  ‘본질’과 ‘세이큐다움’을 고민하고 실천했다. 배우프로필의 본질은 무엇일까? 영화를 공부했고 이야기 storytelling를 사랑하는 사진가 세이큐는 배우프로필을 어떻게 ‘세이큐답게’ 찍을 수 있을까? 세이큐의 차별화의 방향은 다른 스튜디오와의 비교보다는 ‘세이큐답게’ 달라지는 데 있었다. 그런 고민 속에 배우 프로필의 본질은 ‘나(I) + 가치(value) 잘 나온’ 사진으로 세상을 궁금하게 만드는 힘임을 깨닫게 되었고, 낡고 투박하지만 맹렬한 한 배우가 품은 이야기를 얼굴에 담기 위해 ‘99절절한 질문들’을 만들었다. 이 질문들에 답하며 나를 ‘말하는 얼굴’은 배우에게 꼭 필요한 사진이라 믿었다.”  

그렇게 해서 김 대표가 파악한 ‘본질’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우선 배우 프로필은 드러난 매우 노골적인 목적이 있는 사진이다. 그 목적은 ‘선택’이다. 나의 얼굴을 세상에 던져, 세상이 나를 궁금하게 만들어 기회의 문을 열게 만드는 게 그 목적이다. 이 목적을 명확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제가 만난 많은 배우는 굉장히 자기중심적으로 접근했다. 쉽게 말하면 자기 기준 속에서 자기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내 마음에 드는 사진과 남이 볼 때 궁금한 사진 사이에서 첫 번째 선택을 해야 한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태도와 연결된다. 남이 볼 때 궁금한 얼굴을 찍어보겠다는 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겠다는 태도고 의지다. 이런 태도로 자기 얼굴을 탐험하고 발견하기 시작할 때, 늘 선물처럼 내 마음에도 드는 사진을 만난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둘 다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맘에 드는 얼굴이 아닌 남이 볼 때 궁금한 얼굴을 찾아보겠어’라는 마음이 본질로 가는 첫 단계라고 믿는다.”

다른 본질은 무엇인지?   
“배우에게 하는 첫 번째 질문은 ‘얼굴에서 무엇을 찍고 싶으세요?’이다.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얼굴을 찍으러 왔는데, 얼굴에서 무엇을 찍고 싶냐니. 하지만 이 질문에 배우들은 매우 솔직하게 답한다. 이런 대답이 주로 나왔다. 매력, 개성, 색깔, 눈빛, 있는 그대로의 나, 진짜 나, 나다움 등. 공통점 하나. 배우들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얼굴을 찍으러 와서 진짜 찍고 싶은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나’였다. 많은 배우들을 찍으며 결국 그들이 찍고 싶은 건 ‘나 가치 잘 나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나를 어떻게 얼굴 위에 드러나게 하지? 오래 고민하고 공부했고, 나를 갖고 많은 실험을 했다. 그렇게 찾는 세이큐의 답이 ‘말하는 얼굴’이다. 적어도 자신에 대해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순간만큼은 내 얼굴 위에 ‘보이지 않는 나’가 드러난다. 그래서 ‘나 가치 잘 나온’을 드러낼 수 있는 세이큐만의 ‘99절절한 질문들’을 디자인했다. 그렇게 한 배우가 품은 낡고 투박하지만 맹렬한 이야기를 얼굴 위로 건져 냈다.”

배우 혹은 배우지망생이 아닌 고객은 ‘워크숍’ 해당사항은 없나? 
“그렇지는 않다. 일반 고객들에게 워크숍을 제안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스토리텔링으로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최고의 한 컷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난 이야기를 사랑하고 그 힘을 믿는 사람이다. 그 이야기 속에 각자의 ‘비범함’이 숨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평범하다고, 특별한 게 없다고 여긴다. 정말 그럴까? 나를 찍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가로서 많은 사람을 찍어 왔다. 그러면서 깨닫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모든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어색해한다는 것. 둘째 모든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하며 찍힐 때 가장 편안해하고 또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 이건 내 경험에서 얻은 나의 실감이다. 사진가로서 나는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분에게 ‘나 가치 잘 나온’ 얼굴을 담아 드리고 싶다. 이때 워크숍은 아주 구체적인 여러 방법과 도움을 제공한다.”

최근엔 취업 준비생이나 다양한 직업군에서 비즈니스 용도로 찍은 프로필 사진을 심심찮게 목격하곤 한다.
“제가 특정 직업군을 드러내는 프로필 사진에 주력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이야기’로 ‘나’를 찍기 원하는 분이 계시다면 모두 환영이다. 최근에 세이큐는 ‘슈퍼시니어’라는 이름으로 시니어 프로필 사진을 찍고 있다. 영정사진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웃음) 자신의 삶을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분들은 누굴까 생각했다. 사실 제 아버지에게 영감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70세가 넘으면서 이상하게(?) 과거 살아오신 이야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잔소리도 좀 늘고. 생각해보니 남길 수 있는 건 ‘이야기’밖에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우리에게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와 기억을 주기 위해서. 그런 아버지 삶을 듣다 보면 내 아버지가 그래도 히어로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사진이다. 결국 세이큐의 본질은 ‘이야기’와 ‘나 가치 잘 나온’이 정확한 지점에서 만난다. 인연이 되어 만나게 될 내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와 얼굴을 계속 담아가고 싶다.”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사진작가의 길을 택했는데 후회는 없는지?
“없다! 사실 당시 좋은 영화제작사 명필름에서 근무했지만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영화 제작자가 꿈이었고, 더 배우고 싶은 욕망도 강했다. 31살에 아내와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정말 ‘삽질’ 많은 인생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전부 성장하는 과정 중에 ‘꼭 있어야 할 일들’이었다는 생각이다. 한때 결국 사진을 하게 되었는데 영화를 한 12년의 세월이 아까워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를 한 12년이 준 스토리텔링이라는 DNA 때문에 지금의 세이큐가 있다. 대단한 목표는 없다. 있다면 사랑하는 작가 하루키처럼 나 역시 ‘직업으로서의 사진가’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카메라 셔터를 제대로 눌렀던 그 첫 순간을 ‘봉인이 뜯어지는 느낌’으로 표현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연출 전공으로 감독이 되고 싶었으나 이 집단 속에서 평범함을 느끼며 청년 시절 열등감을 내면화했던 기억도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창의성 발현과 제작에 대한 열정과 꿈을 멈추지는 않았다. 유사한 환경에서 자신이 과거에 했던 고민과 유사한 감정을 느낄 청년들에게 자신감을 실어주고자 한 이유였다. 그래야만 ‘자신’을 찾아 자신의 ‘얼굴’에 드러낼 수 있는 프로필 사진으로 세상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세이큐 스튜디오를 이끄는 김세규 작가의 더 가치 있는 도전과 도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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