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는 반듯한 선비의 풍모 묻어나
군더더기 없는 반듯한 선비의 풍모 묻어나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10.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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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군더더기 없는 반듯한 선비의 풍모 묻어나

 

 

ⓒ정읍시
ⓒ정읍시

 

유서 깊은 문화유산의 고장 정읍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무성서원이 세계 인류가 지켜나가야 할 문화유산으로 거듭났다. 유네스코는 7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무성서원을 포함한 9개 서원을 엮어 ‘한국의 서원’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1천여 년 시간을 만나다!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에 자리한 무성서원(사적 제166호)은 우선 우아한 건축미가 인상적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반듯한 선비의 풍모도 묻어난다. 게다가 녹음까지 어우러진 7월의 풍경은 아름답고, 분위기는 한껏 여유롭다. 출입문을 지나면 유식 공간인 현가루, 학습공간인 명륜당,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이어지는데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의 짙푸른 잎들이 운치를 더해준다.

 

무성서원은 1615년 서원으로 출발했다. 태산서원으로 불리다가 숙종 22년인 1696년 사액(賜額)을 받아 무성서원으로 개칭됐다. 고종 5년(1868년) 흥선대원군의 대대적인 서원 철폐령 속에 살아남았던 전라북도 유일의 서원이다. 사당 한가운데에는 고운 최치원의 위패와 초상이 모셔져 있는데, 그는 신라 말 태산(지금의 태인, 칠보 일대)의 태수를 지냈다. 무성서원은 그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운 생사당인 태산사가 뿌리다. 고운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무성서원은 1천여 년의 시간을 품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고운이 태산군의 태수로 부임한 886년경부터 계산하면 1,100여 년의 역사이다.

 

무성서원은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에 자리한 다른 서원과 달리 마을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신분 계급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학문의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했고, 지역민 결집의 중심이었다. 전문가들은 “향촌민과 함께 하면서 지역문화를 선도하며 지식인들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거점 이었다”고 평한다.

 

대표적 인물이 조선 초의 문인 불우헌 정극인이다. 불우헌은 1436년 벼슬에서 물러나 처향(妻鄕)인 태인에 내려와 교육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가사 문학의 효시인 ‘상춘곡’은 자연 속에 묻혀 교육자로서의 사명을 다하면서 자연 속에서의 삶을 노래했다. 그는 특히 성리학적 질서를 담은 지역자치 규약인 고현동향약(보물 1181호)을 통해 미풍양속을 권장하고 이웃과의 화목을 권장했다.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일제 강점기인 1906년에는 을사늑약에 항거하는 병오창의가 일어났다. 면암 최익현과 둔헌 임병찬이 주도한 이 사건은 호남 최초의 항일 의병운동으로 평가된다. 특히 전북지역 중심서원이자 정신사적 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무성서원은 비움의 담백함이라는 우리 아름다움의 건축미를 느낄 수 있는 절묘한 조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읍시
무성서원은 비움의 담백함이라는 우리 아름다움의 건축미를 느낄 수 있는 절묘한 조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읍시

 

교육에서부터 개방과 소통까지

무성서원을 찾은 이들은 “폐쇄적이지 않고, 건축물이 간결하며 모든 건축물의 높이가 동일한 것에서 민(民)을 향한 따뜻한 배려심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은다. 서원 건축물들도 마을을 항해 열린 공간으로 구성돼 서원 영역 전체를 관통한다.

 

강당을 보면 가운데 마루 3칸이 벽체가 없이 툭 틔어있어 내삼문의 태극문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흥재 무성서원 부원장은 “비움의 담백함이라는 우리 아름다움의 건축미를 느낄 수 있는 절묘한 조형이다. 무성서원에서 공부하던 군더더기 하나 없이 반듯한 선비의 모습 그대로”라고 평했다. 또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육공간이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소통했던 장소가 무성서원의 특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성서원은 배향 인물도 많다. 고운과 불우헌, 서원 인근에서 활동하던 영천 신잠과 눌암 송세림, 묵재 정언충, 성재 김약묵, 명천 김권까지 모두 일곱이다.

 

 

정읍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무성서원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고 지역 문화관광 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일 계획이다. ⓒ정읍시
정읍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무성서원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고 지역 문화관광 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일 계획이다. ⓒ정읍시

 

최치원의 풍류 정신을 이어 국가 브랜드로 우뚝 서다

고운의 숨결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무성서원은 정읍의 정신적, 문화사적 큰 자산이다. 이를 반영하듯 시는 진즉부터 무성서원을 중심으로 한 ‘태산선비원’ 건립을 추진해왔다. 호남 선비정신과 풍류 문화를 배우고 계승·발전시켜 나갈 거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다.

 

선비원은 무성서원 인근 부지에 세워진다. 선비문화 체험과 교육을 통해 윤리의식을 높이고 청소년 인성 함양에 도움을 주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또 전통한옥으로 건립,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문화 체험 시설과 힐링 공간으로써의 역할도 하게 된다. 다양한 홍보 채널 확보와 함께 무성서원을 활용한 사업과 공연·강좌·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관련해 올해 11월까지 최치원과 정극인 등 무성서원의 배향 인물로 알아보는 풍류와 도에 대한 강좌와 나라국악관현악단, 전라정가진흥회의 공연이 진행된다. 또 무성서원 본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강학당을 운영하고 서원과 주요 역사 관련 장소를 답사하면서 예절과 다례·사자소학 등을 배우고 체험하는 서원스테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유네스코 등재 선포식 등의 이벤트와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통해 무성서원의 가치를 공유토록 함은 물론 지역민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온전히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보존 관리대책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

 

유진섭 정읍시장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무성서원과 지역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 생태, 예술, 유산 등 가치 있는 지역자원을 연계해 무성서원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고 지역 문화관광 산업에도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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