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ower & Legal Ethics]
법조윤리협의회 권광중 변호사
법무부, 법원행정처, 대한변호사협회의 3개 기관은 법조윤리 전반에 대한 상시적 감시와 분석을 통해 법조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자 2007년에 법조윤리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출범 후 현재까지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기반조성에 앞장선 법조윤리협의회는 최근 전관 출신 변호사의 사건수임을 제한한 개정 변호사법이 막 시행된 중요한 시기라 법조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여기에 제 3기 위원장으로 선출된 권광중(69·사시6회) 법무법인 광장 고문변호사에게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그를 만나러 간 법무법인 광장. 때늦은 더위에 땀 흘린 기자를 위해 내어준 시원한 주스 한잔과 함께 권 변호사의 40년 법조인생을 기반으로 한 법조윤리협의회의 청사진을 엿보았다.
현재 협의회 활동을 더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노력중인 권 변호사는 협의회를 기존 관행과는 달리 운영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범인 바꿔치기 변호사’ 사건과 같이 변호사법 위반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애매한 사건들에 대해 전문적으로 해석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라며 “위원들과 협의해 법조윤리위반 여부에 대한 조회·회신 등의 업무도 협의회 업무에 포함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사시 6회 선두주자였던 권광중 변호사는 ‘법원행정’과 ‘재판실무’ 두 방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인물로 회사정리 등 민사분야 이론에 해박해 서울지법 민사수석부장 시절 회사정리 실무재판의 관행을 정착시키는데 기여했다. 더불어 98년 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에게 조세포탈죄를 인정, ‘권력 핵심의 도덕성’을 강조했고, 92년 1심에서 구속 기소돼 유죄로 판결났던 유성환 의원의 ‘국시논쟁사건’을 2심에서 맡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 내라고 판단하여 공소기각 하는 등 헌법학자들도 크게 다루는 사건들을 도맡았다.
서울고등법원 판사, 사법연수원교수 및 서울민사지방법원 부장판사, 세법연구회 회장,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사법연수원장, 동아건설산업(주) 파산관재인, 행정자치부 경찰위원회 위원장,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연수원장, 헌법재판소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협의회장, 서울특별시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등 그를 수식하는 이력은 다 셀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제 3기 법조윤리협의회 회장까지 맡으며 법조윤리 확산을 위한 새 닻을 올렸다.
법조윤리협의회 효율적 조사위해 檢事 상근
법조윤리협의회의 회장으로써 구상하고 있는 그림은 무엇입니까?
“법조윤리협의회가 남을 칭찬하고, 상을 주는 일을 하는 기관이 아니라서 임하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윤리협의회 위원장으로서 일을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것은 법조인에 대하여 징계 개시 신청이나 수사의뢰를 많이 했다는 것일 터이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걱정보다는 법조계의 윤리 확립을 위해 힘쓸 계획입니다. 현재까지 법조윤리협의회는 변호사 윤리만을 소관으로 하지만 향후에는 외국과 같이 목표예요.”
‘법조윤리는 법조윤리협의회에서’라는 말이 나오려면, 변화가 필요할 텐데요.
“지금까지는 지방변호사회로부터 통보받은 자료를 검토해 수사를 의뢰하거나 징계개시를 신청할 사안을 선별하는 데 치중했지만, 앞으로는 이에 더해 법조윤리 확립을 위한 관련자료 수집·발간과 법조윤리교육에도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홈페이지나 우편 등으로 접수되는 개별적인 진정사건에 대하여 심도 있는 조사를 하거나, 법조윤리 위반행위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윤리교육을 강화할 계획이죠. 변호사 의무연수 8시간 중 1시간이 배정된 변호사 윤리교육을 협의회에서 직접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각 지방에서 법조윤리 강의를 요청한다면 직접 출장강의를 할 의사도 있어요. 또한 법조윤리위반행위에 대한 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하여 제공하여 동종 유사의 위반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도하는 것이 제가 맡은 3기 법조윤리협의회의 핵심입니다.”
오랜 논란거리인 ‘전관예우방지법’이 어떻게 운영될 지를 두고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속칭 전관예우방지법은 공직퇴임 변호사의 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법을 말하는데, 이에 위배하는 사례는 쉽게 발각될 수 있어서 착오로 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돼요.” 전관예우방지법의 위반사례를 쉽게 적발할 수 있는 까닭은 공직퇴임변호사는 해당 사건을 1년간 수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2년간 수임자료와 처리결과를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하고, 각 지방변호사회는 이를 윤리협의회에 제출하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제출한 수임자료와 처리 결과에 허위가 있다면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가 돼 징계사유가 될 거예요. 현재 공직퇴임변호사나 특정변호사가 변호사법 제89조의4 제1항·제2항 및 제89조의5 제2항을 위반해 수임자료와 처리결과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법 제117조), 이상하게도 이번에 신설된 제89조의6(법무법인 등에서의 퇴직공직자 활동내역 등 제출)의 경우에는 업무내역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 내용을 제출한 경우에 대해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는데 이는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이 점부터 시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윤리협의회 위원들의 강제조사권이 없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강제조사권을 가지고 있으면 일하기는 쉽겠지만, 사법제도라는 큰 틀에서 보면 강제조사권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다만 윤리협의회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관계인 및 관계 기관·단체 등에 대하여 관련 사실을 조회하거나 자료 제출 또는 윤리협의회에 출석하여 진술하거나 설명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데(변호사법89조 2항),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다른 변호사법위반행위와 같이 과태료에 처할 수 있게 하는 정도의 뒷받침은 필요하다는 입장 이예요.”
법조계의 윤리를 지적하는 언론보도에도 신경이 쓰이시죠?
“저는 법조윤리협의회가 필요 없게 되어 폐지되는 날이 도래하도록 힘을 보태고 싶은 사람입니다. 이에 언론에서도 법조계의 자발적인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공정하게 보도해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이례적인 비위사실(非違事實)로 법조계 전체를 비난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외길인생 40년, 법조계의 큰 획을 긋다
특별히 조세분야와, 도산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조세분야는 사법대학원 시절,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조세분야를 개척한 인물이라 칭할 수 있는 이태로 교수님 밑에서 조세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어요. 1986년에 교수님의 제자들이 모여 세법연구회를 만들었고, 초대회장으로 시작해 10여 년 동안 장기집권을 했었죠(웃음). 현재 이 연구회가 발전하여 한국세법학회가 되었습니다. 도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도산사건을 다룬 서울지방법원 민사수석부장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당시 회사정리 사건이 많아 다양한 실무 경험을 할 수 있었죠. 더불어 파산을 면하는 제도인 화의법(和議法)이 육법전서에는 있었지만, 실무적으로 활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화의를 권해보았더니 좋은 평을 들었습니다. 그 때 ‘화의법에 생명을 불어넣은 재판장’이라는 평도 듣게 되었고, 이 인연으로 동아건설이 파산되었을 때, 법원에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파산관재인으로 두려고 해서 일을 맡아서 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도산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연’이라는 말 속에 변호사님의 땀과 눈물이 엿보입니다.
“군법무관 기간을 빼고는 판사만 29년을 했는데, 다른 판사들에 비해서 판사 본연의 길이 아니라 다른 영역의 일을 많이 했죠. 연수원만 해도 교수, 수석교수, 원장 직책을 다 한 사람으로서 현재 기록보유자입니다(웃음). 법원행정처에서도 심의관, 송무국장 등을 역임 하면서 재판업무만이 아니라 사법행정도 경험했죠. 그러다 보니 그 때 맺은 인연으로 현재의 제 모습이 완성 되었네요. 자기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인연이 생겨 나중에 어떤 일을 맡을 책임자가 필요할 때,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합니다.”
사법연수원 원장으로 재임당시 연수원생들에게 자신의 묘비명을 써보라고 하셨던데요?
“원장 시절, 31기 연수원생들에게 자신의 묘비명을 써보라고 했어요. 묘비명은 자신이 아니라 남은 가족들이 쓰는 것이지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일종의 약속이라는 의미에서 모두 제출하도록 했었죠. 연수원생들이 제출한 묘비명은 손수 편집을 해서 ‘아름다운 약속’이라는 책으로 엮었어요. 이 일은 지금까지도 의미 있는 일로 기억됩니다. 요즘은 안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해보라고 권유도 했었죠(웃음).”
그렇다면, 변호사님의 묘비명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아쉽게도 제 묘비명은 생각해보지 않았네요. 하지만, 항상 아름다운 죽음(well-dying)을 염두하고 있으며,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의 시구절과 같이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법조인이여,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단결하자”
40년간 한길을 걸으며, 법조인의 역할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요.
“법조인은 무엇보다도 법치주의의 확립에 공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각종 법을 위반해 단속되는 경우 ‘운이 없어 걸렸다’, ‘다른 사람도 법을 지키지 않는데 나만 처벌받는 것이 분하고 억울하다’는 식의 법의식이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우리가 동경하는 선진사회는 법치주의 확립으로 예측 가능한 법질서에 의해 작동되는 사회가 형성될 때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이를 위해 법조인들이 단결해야 합니다.”
호기심 많던 청년 변호사가 어느덧 ‘법조계의 원로’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 현업에 종사하실 계획인가요?
“연령으로 비춰봤을 때 ‘이제는 쉬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아직 일을 놓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저는 지금까지도 일을 대할 때, 무서워하지 않고 달려가서 일을 하는 ‘청년 변호사’의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권 변호사의 눈빛은 여는 청년 변호사 못지않다. “제 또래의 다른 직역 친구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거리가 없지만, 나에게는 아직 일거리가 있으니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죠. 연령과 활동의 관계를 따지기보다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열정과 능력이 있을 때까지 현업으로 계속 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웃음)”
그렇다면, 당신처럼 최고의 변호사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충고를 주신다면?
“현재 제가 속한 세대와 후배세대 간 생각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요.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를 명확히 가릴 수는 없지만, 후배세대들이 한쪽 방향으로 경도(傾倒)되어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법조인이 가야할 정도(正道)에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후배들이 되면 좋겠네요.
하지만, 소수자를 위한 치우침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최근 소수자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후배들에게 왜 성경에 ‘가난한 자를 위하여 재판하지 말라’라고 적혀있는지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어요. 법은 말 그대로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를 고려하여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잣대로 적용해야 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법조인으로서 사회공헌 활동은 무엇을 해야 하나요?
“최근 우리나라 기부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돈’을 기부하는 것에서 자신의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재능기부’ 트렌드가 급부상 하고 있죠. 흔히들 재능기부를 하기에 가장 적절한 전문직은 인종과 국경을 초월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직이라고 생각하지만, 법조인도 무료법률상담 등을 통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어요. 더불어 법조인으로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되돌아보라는 의미로 복지시설에 가서 몸으로 돕는 사회봉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이는 사법연수원 원장으로 재임 당시 연수과정에서 봉사활동을 고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한 경험이 있어요.” 법조인들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그는 현재 재능기부차원의 활동은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서울시행정심판위원회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아름다운재단 기부컨설팅전문가그룹 위원장을 재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