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조국 대전’이 부른 ‘실검 전쟁’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조국 대전’이 부른 ‘실검 전쟁’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10.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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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조국 대전’이 부른 ‘실검 전쟁’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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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온라인에서 실시간 검색어 전쟁이 일어났다. 조국 장관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세력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조국 힘내세요’, 혹은 ‘조국 사퇴하세요’라는 키워드를 실시간 검색어로 올려놨다. 진영에 따른 온라인 검색어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며 이른바 ‘실검 전쟁’이 펼쳐진 것이다.

 

조국 장관 임명 둘러싼 ‘실검’ 난타전

추석 밥상 민심이 여론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정치권의 오래된 속설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이에 들이는 공은 각별하다. 연휴를 앞두고 시장을 방문하며 지역구 관리에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속설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 가는 모양새다. SNS를 활발하게 사용하게 되며 실시간 여론 형성 효과가 더 커져 이러한 기능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여론을 즉각적이고 명료하게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큰 수단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실검)어가 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최신 트렌드’나 ‘실시간 뉴스’를 파악하는 용도의 ‘실검’을 정치 세력들이 여론을 선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 8월27일 조국 장관 임명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때 온라인에서도 실시간 검색어를 통한 ‘난타전’이 펼쳐졌다. ⓒ네이버 데이터랩 갈무리
지난 8월27일 조국 장관 임명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때 온라인에서도 실시간 검색어를 통한 ‘난타전’이 펼쳐졌다. ⓒ네이버 데이터랩 갈무리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전 각종 의혹으로 인한 설왕설래가 이어지던 8월27일부터 본격적인 포털 사이트의 실검 전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로 시작되어 ‘한국 언론 사망’, ‘기레기 아웃’을 지나 ‘나경원 사학비리 의혹’과 ‘검찰 쿠데타’가 상위권에 오르며 검찰과 야당 비난으로 옮겨 붙었다.

조 장관 임명 이후인 9월10일에는 ‘문재인지지’와 ‘문재인 탄핵’으로 다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놓고 두 가지 키워드가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지지’는 조 장관의 임명을 찬성하는 여론을, ‘문재인 탄핵’은 조 장관의 임명을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반영된 셈이다.

 

이와 같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각 진영 간 약속을 통해 이뤄진다. 정치 현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 혹은 진보와 보수와 같은 성향으로 분류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특정 키워드를 특정 시간에 검색하자는 글이 올라오고, 해당 시간에 맞춰 검색창에 키워드를 반복 입력시켜 순위에 올린다. 하나의 ‘작전’인 것이다. 인사이트케이 배종찬 연구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까지는 추석 밥상에서 지역, 세대, 직역의 여론이 뒤섞이면서 민심의 용광로이자 장터가 됐고, 선거나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결합하고 있다. 오히려 포털사이트의 ‘실검대결’ 처럼 SNS를 통한 결속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와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로 인해 ‘실검’이 여론을 왜곡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코리아넷/Flickr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와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로 인해 ‘실검’이 여론을 왜곡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코리아넷/Flickr

 

특정 집단 의한 ‘실검 사유화’ 사례 크게 늘어나

실시간 검색어를 의도적으로 상승시키는 게 가능한 건 포털의 순위 선정 방식 때문이다.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와 다음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특정 시간동안 검색어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기준으로 한다. 평소에 검색이 많이 되는 ‘날씨’와 같은 키워드는 실검 순위에 오를 수 없고 갑자기 검색량이 급증한 키워드가 상위권에 오르는 방식인 것이다. 쉽게 말해 ‘절대적 검색량’이 아닌 ‘상대적 검색량’이 반영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평균 10만회 검색되던 ‘날씨’ 키워드가 2배인 20만회로 늘어나더라도 거의 검색되지 않던 정치 이슈에 관련된 키워드가 1,000회로 늘어난 경우 실검에 오를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동일인이 여러 번 검색하는 경우는 제외하는 등 다양한 기준이 적용되며, 이용자 신고 및 자체 판단에 따라 검색어가 삭제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특정 집단에 의한 이른바 ‘실검 사유화’가 종종 일어나기도 했다. 연예인의 팬들이 선물이나 감사의 의미로 실시간 검색어에 올려주거나, 마케팅 업체들이 검색량이 적은 오전 시간대에 이벤트를 벌여 자극적인 문구를 실검 순위에 올려 이용자들이 이를 다시 검색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불거진 ‘드루킹 사태’는 특정 정치 세력이 포털을 통해 여론을 조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는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등은 이 자리에서 “실시간 검색어가 손쉽게 조작되는 신종 여론조작 수법은 지난 대선 당시 드루킹 사건을 연상시킨다”면서 “포털 여론조작이 얼마나 쉬운지, 그리고 포털이 어떻게 여론조작을 묵인 또는 동조하고 있는지 점을 다시 환기시킨다”고 항의했다.

 

 

자유한국당 원내 지도부는 실검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 블로그
자유한국당 원내 지도부는 실검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 블로그

 

네이버 등 포털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비속어나 특정인을 비방하는 검색어나 불법 매크로를 쓰지 않는 이상 실검 목록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3년 ‘박근혜부정선거인정’ 등의 검색어로 조작 논란이 일어났던 당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실검을 이용한 여론 환기 등의 운동(movement)은 상업적 어뷰징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네이버 측은 “문제가 되는 실검은 모두 공개된 기준에 따라 삭제 조치가 이뤄지고 있으며, 2012년부터 지금까지 검색어 삭제 적절성을 KISO에게 자발적으로 검증 받고 있다”며 “인위적인 개입은 최소화하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역시 한국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게 정치적이고, 어떤 게 상업적인지 데이터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가급적 판단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실시간 검색어 기능의 폐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이견이 엇갈린다. ⓒPixabay
실시간 검색어 기능의 폐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이견이 엇갈린다. ⓒPixabay

 

여론 왜곡 이어지지 않는 관리 필요성 강조

일각에선 이렇게 검색어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여론 조작’이며 ‘정보 왜곡’을 가져온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 포털 실검 순위만 보면 조국 장관을 엄호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인 것 같지만 실제 여론조사는 이와는 차이가 났다. 조 장관 임명 이전 다양한 매체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장관직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찬성 비열보다 대부분 높았다.

 

이처럼 특정 세력이 주도하는 실시간 검색어 경쟁이 여론을 왜곡하는 현상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실검은 조직화된 정치세력이 작정하면 순식간에 10위 안에 올릴 수 있다”며 “얼마든지 동원이 가능한 댓글이나 검색어 순위를 국민 여론으로 간주하는 건 안이한 행태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검색어와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아예 효용이 없어진 실검 서비스 자체를 없애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 이택광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드루킹 때도 그렇고, 이번 사태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실검은 특정 세력이 본인들의 의도를 ‘과잉대표’시킬 위험이 있다”며 “이미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장치인 실검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구글을 비롯한 해외 주요 포털은 첫 화면에서 검색창만 노출하고 실시간 검색어 기능은 제공하지 않아 여론 조작이나 왜곡에 악용될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그럼에도 국내 포털이 순위 공개를 유지하는 것은 매출과 직결되는 방문자와 조회 수를 늘리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실검을 인위적으로 삭제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 중립에서 벗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박종민 교수는 “특정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기능을 없애기보다는 이를 극복해가야 할 과정으로 보고 사회적 논의를 이어나가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네이버 측 역시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한 의사 표현을 문제라고 보고 개입을 한다면 ‘표현의 자유’, ‘알 권리’와 같은 여러 가지 가치가 부딪힐 수 있다”면서 “임의로 사회적 의사 표현을 문제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노출을 제한하면 사용자 염려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포털의 적극적인 관리다. 실시간 검색어가 신문 1면 기사에 비유되는 상황 속에서 실검은 단순한 순위 나열이 아닌 일종의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에 맞는 기준을 정립해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실검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한 이용자들의 선별적 수용 능력일 것이다. 포털을 공론장으로 여기고, 조직적으로 생성한 검색어를 하나의 정치활동으로 생각한다면 이를 판단하는 건 결국 수용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의한 ‘의제 설정’이 되도록 줄어들도록 관리하고, 혹여 그렇다 하더라도 그 파급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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