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은 거짓을 논하지 않는다
땀은 거짓을 논하지 않는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10.0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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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땀은 거짓을 논하지 않는다
 
 
최재호 강릉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사진제공 = 월간야구 하성준 기자
최재호 강릉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사진제공 = 월간야구 하성준 기자

 

지난 7월 14일 오후 6시,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강릉고 대 유신고의 제74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 황금사자기 우승팀인 유신고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릉고의 맞대결에 이목이 집중됐었다. 하지만 승자는 이성열 감독이 이끄는 유신고. 모든 축하와 환호가 유신고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경기장 한편에서 하나의 외침이 시작돼 이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장내에 울려 퍼진 함성은 ‘강릉고’, 그리고 ‘최재호’였다.
 
강릉에 되살아난 야구 열정
지난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홈 개막전이 강원도 춘천에서 열렸다. 당시만 해도 야구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에 강원도에서의 프로 원년 개막전은 의미가 남달랐다. 하지만 이후 강원도에서 프로야구 경기는 자취를 감췄고, 자연스레 강원도의 야구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는 학생 야구에도 영향을 끼쳐 강원도 연고의 야구팀이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강원도 강릉을 기점으로 강원도 야구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시작됐다. ‘우승 청부사’로 불리는 최재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강원 강릉고등학교(교장 최종선) 야구부의 행보로부터다.
 
내년이면 창단 45년을 맞는 강원 강릉고등학교 야구부.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강원도 야구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하며 강원 제일의 야구 명문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그동안 이들이 거둔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국내에서 야구가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알려진 강원도에서 이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멀기만 했다. 물론 최 감독이 강릉고에 부임하기 전까지의 얘기다.
지난 2016년, 대한민국 고교 야구의 최고 명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최재호 감독이 강릉고 야구부의 지휘봉을 잡았다. 35년간 초·중·고 엘리트 야구 지도자로 활동해오며 숱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고교 야구에서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등과 같은 규모의 전국대회에서만 무려 8차례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야구 변방으로 치부되던 강원도 강릉으로 보금자리를 튼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걱정 섞인 조언과 격려, 그리고 시기와 질투가 섞인 가시 돋친 말들이었다. 이때 최 감독은 결심했다. ‘지도자로서 모든 열과 성을 다해 강릉고 야구부의 진면목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이다.
 
최재호 강릉고 야구부 감독은 “강릉으로 행선지를 결정한 것은 제 개인의 도전도 있었지만, 군대와 유학, 질병으로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하나로 모일 수 있었던 것이 큰 영향을 줬습니다. 한 사람의 야구인으로서 도전은 언제나 즐겁고 가슴 뛰는 일이지만,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가 없었다면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라며 “강릉고등학교 야구부는 동해를 앞에 두고 송림(松林)에 둘러싸인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환경에서 지도자로서 다시 한번 열정을 불태울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 주신 강릉고와 강릉고 총동창회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고 전했다.
 
 
제4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우승사진제공 = 월간야구 하성준 기자
제4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우승사진제공 = 월간야구 하성준 기자

 

이변을 논할 때 대업을 준비하다
올해 강릉고등학교 야구부는 이변과 돌풍의 중심에 있었다. 창단 44년 만에 제4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우승, 12년 만에 제74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준우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성적을 두고 많은 이들은 ‘이변’, ‘돌풍’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최재호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선수들이 흘린 피땀 어린 노력에 대한 합당한 결과를 거둔 것이라는 평이다.
 
청룡기 준우승 직후 소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큰 보람과 감동을 느꼈다. 경기 직후 약 2,000여 명의 관중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패배한 팀에게 연신 성원을 보내주는 모습에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내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진하게 남았다. 제 야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기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단기간에 선수들의 잠재기량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 것 같다. 비결이 있다면?
“특별한 것은 없다. 그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그들의 땀을 존중해주는 것이 비결로 꼽자면 그것이 전부일 것이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기본기’와 ‘인성’을 강조한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장의 화려한 테크닉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야구를 하라고 당부한다. 땀과 노력, 그리고 기본기는 인성이 바탕 돼야만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제74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준우승사진제공 = 월간야구 하성준 기자
제74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준우승사진제공 = 월간야구 하성준 기자

 

올해 거둔 성적으로 ‘명장’임을 다시 증명해냈다.
“제가 감독으로서 좋은 성적을 내 ‘명장’이 됐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명장은 감독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선수들이 있어야 팀이 있고, 팀이 있어야 감독이 있는 것이다. 모든 공은 선수들에게 있다”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것 같은데. 계획이 궁금하다.
“부담은 없다. 챔피언이 됐다면 부담이 컸을 테지만, 아직은 더 높은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은가. 앞으로 강릉고 야구부에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해준다면 좋은 일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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