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 버금가는 금융자본가 꿈꾸다
워렌 버핏 버금가는 금융자본가 꿈꾸다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09.07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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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지주회사’…구글의 조직혁신
[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혁신 창업가, 워렌 버핏 버금가는 금융자본가 꿈꾸다 

‘알파벳 지주회사’…구글의 조직혁신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인 구글(Google)이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수백 개 프로젝트로 나뉜 현 사업부들을 A부터 Z까지 여러 개로 쪼개 독립 자회사로 분할해 편입시키는 조직 혁신을 단행한다. 자회사들은 전문경영인을 임명해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독립채산제로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컴퓨터 공학도’,‘혁신 창업가’로 통했던 래리 페이지 CEO도 투자 수익을 노리는 전형적인 금융자본가로 역할이 바뀌게 될 전망이다.

 

 

세계적 IT 기업 구글, ‘알파벳 지주회사’ 체제 전환

실리콘밸리의 아이콘이자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지난 8월 10일 구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알파벳(Alphabet)’이란 지주회사가 출범한다고 밝히면서 관련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알파벳 지주회사가 설립되면 기존 구글은 알파벳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알파벳은 구글 내에서 진행하던 구글 연구소 X랩, 자율주행차, 벤처투자, 바이오, 로봇 개발, 암 치료, 노화예방,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 차세대 사업을 독립체산제 형태로 유지할 예정이다. 알파벳의 CEO는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가 맡게 되며, 알파벳의 사장직엔 역시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가 맡는다. 그리고 구글의 새로운 CEO로 선임 부사장인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가 임명되었다. 그야말로 지배구조의 혁명적 변화다. 구글이 주식회사로 출범한 1998년 이후 17년만이고, 나스닥에 상장한 지 11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그동안 몸집이 커진 IT 거대 공룡이 스스로 몸집을 줄이고 사업 영역 간 투명성을 높이는 '대수술'에 나선 것으로 평가했다. 또, 이러한 구글의 변화를 두고 기존 M&A가 아닌 각각의 독립된 부서를 강력한 리더들이 운영하여 효율적인 조직을 이끌고 있는 워렌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처럼 만들고자 하는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셜네트워크인 링크드인의 제프 와이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알파벳은 21세기 버크셔해서웨이”라며 “알파벳은 여러 벤처회사에 투자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애초 섬유회사였다. 워런 버핏은 1960년대 버크셔해서웨이를 사들인 뒤 서서히 투자회사로 바꿨다. 기존 섬유 비즈니스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이런 저런 기업의 지분을 사들였다. 지금 버크셔해서웨이는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철도회사·금융회사 등을 아우르는 거대한 지주회사다. 버크셔해서웨이 같은 회사의 설립·운영은 페이지와 단짝이면서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42)의 오랜 꿈이었다. 둘은 구글의 주식을 대중에 처음 매각(기업공개)한 2004년 구글의 장기 전략을 설명하면서 버핏의 투자철학과 버크셔해서웨이를 예로 들었다. 기업공개(IPO) 11년 만에 꿈이 이뤄지는 셈이다.


페이지의 변신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을 개척하는 모험정신에 충만한 인물에서 투자 수익을 노리는 전형적인 자본가로의 변신이다. 이미 그는 이런 포석을 착착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그는 모건스탠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루스 포랫(57)을 올 5월에 영입했다. 포랫은 알파벳의 CFO가 된다. 페이지 속내에 머니 게임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페이지의 변신은 미국의 경제 역사에서 익숙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와 ‘석유 재벌’ 존 D 록펠러 가문 등이 창업과 기업화를 거치며 축적한 부를 여기저기에 베팅하는 투자자로 변신했다. 현재 카네기나 록펠러 가문 어느 누구도 철강이나 석유 회사를 경영하는 인물은 없다. 여러 회사의 지분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노릴 뿐이다. 페이지가 투자에 동원 가능한 자금은 700억 달러(81조2000억원, 올 6월 말 현재)에 이른다. 구글이 지금까지 축적한 현금자산이다. 두 사람이 벤치마킹하는 버핏·멍거의 현찰(550억 달러)보다 많다. 버핏이 인수합병(M&A)하는 것만큼이나 페이지의 M&A도 글로벌 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의 현금 자산이 내년 말엔 1000억 달러를 넘어선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페이지 M&A의 충격파가 버핏을 능가할 수도 있을 법하다.

 

세상의 모든 웹페이지를 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 애플과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 IT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과 그 기업의 창업자로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부를 만하다. 하지만 이들 셋 못지않은, 어쩌면 셋보다 더 혁신적일지도 모를 래리 페이지에 대해선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래리 페이지는 컴퓨터 관련 교육자였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발명가가 되길 꿈꾸게 된다. 페이지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시건 대학교에 진학해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부모와 마찬가지로 교수가 되고 싶었던 그는 스탠퍼드 대학원에 진학해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스탠퍼드 대학원에 진학한 페이지는 평생을 함께할 친구이자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을 만나게 된다. 


페이지와 브린은 막 태동한 월드 와이드 웹(WWW)의 가치에 주목했고, 어떻게 하면 방대한 월드 와이드 웹 속에서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웹 페이지를 찾아낼 수 있을지 연구했다. ‘백럽(BackRub)’이라고 이름 붙인 이 연구 프로젝트는 이름이 너무 촌스럽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름을 세상의 모든 웹 페이지를 품겠다는 의미에서 10의 100승, 사실상 무한함을 의미하는 구골(Googol)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구골이라는 상표와 도메인은 이미 다른 곳에서 등록한 상태였다. 때문에 유사한 발음을 가진 ‘구글’이라는 이름으로 최종 결정했다. 1996년 8월 마침내 세계 최대의 검색 엔진 ‘구글’이 세상에 태어났다. 


구글의 등장은 충격 그 자체였고 큰 인기를 끌었다. 결국 남는 PC 부품과 리눅스를 조합해 얼기설기 만든 서버와 스탠퍼드 대학교의 URL이 구글을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결국 페이지와 브린은 투자를 받아 구글을 하나의 회사로써 운영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구글에 최초로 투자한 사람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창업자 앤디 벡톨샤임(Andy Bechtolsheim)이었다. 두 창업자의 열의와 구글의 가능성을 알아본 벡톨샤임은 별다른 설명도 듣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10만 달러짜리 수표를 끊어줬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보기에 페이지는 한 기업을 이끌기에는 너무 어렸고 경험이 부족했다. 요즘은 20대 초반 창업자가 넘치지만 당시만 해도 20대 최고경영자에 대해서 투자자들로서는 우려를 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투자자의 우려에 페이지와 브린도 동의했다. 마침 에릭 슈미트(Eric Emerson Schmidt)가 물망에 올랐다. 슈미트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거쳐 노벨의 최고경영자를 역임한 인물이었다. 수십 년간 IT 업계에 종사하며 경영자로서 연륜도 충분했다. 이후 10년 동안 구글의 얼굴은 슈미트였고 이 기간 동안 페이지는 두문불출했다. 많은 사용자가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에 대해서는 잘 알면서 페이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이유가 이것이다.


구글은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하고, 그것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믿음을 기초로, 간결하면서도 신속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었다. 흔한 배너 광고, 잡다한 콘텐츠 하나 없이 검색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힘썼다. 그 결과, 구글은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고, 곧 야후 MSN 등 쟁쟁한 선두업체들을 따돌리며 인터넷 시대의 맹주로 떠올랐다. 현재 구글의 기업가치는 시가총액과 시장점유율 모두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시가총액은 약 1500억 달러(한화 약 150조 원), 미국 검색 시장점유율 39%로 1위다. 그 뒤를 야후가 29%, MSN이 15%의 점유율을 보이며 따라가고 있다.


  

래리 페이지. 미국에서 직원에게 가장 지지받는 CEO


미국에서 현재 직원에게 가장 지지를 받고 있는 CEO는 구글의 래리 페이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운영하는 글래스도어가 발표한 2015년판 ‘CEO지지율 순위’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글래스도어는 사이트 등록자들에게 자신의 회사를 평가하는 리뷰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CEO을 지지하는가?”라는 항목이 있다. 이번 6회째인 랭킹은 2014년 4월부터 1년간의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다. 직원 및 전체 사원 100명 이상이 리뷰를 제출한 종업원 1000명 이상의 기업 300여 곳이 대상이다. 각 회사 CEO의 평균 지지율은 69%이지만, 래리 페이지의 지지율은 97%에 이른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래리 페이지 CEO는 성공적인 기업경영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현재 구글의 공동 창업자들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자산은 지난 7월 17일, 전날보다 각각 42억달러(약 4조8100억원), 41억달러 증가했다. 이날 미국의 나스닥시장에서 구글이 유례 없는 랠리를 펼쳤다. 이는 구글의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때문이다. 구글은 광고매출 증가에 따라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77억2000만달러(약 20조3124억원)라고 지난 16일 밝혔다. 트래픽 비용을 제외한 순매출은 143억5000만달러(약 16조5000억원)이며, 순이익은 전년대비 17% 증가한 39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페이지는 컴퓨터 공학자로서의 능력은 물론이고 경영자로서의 능력 역시 탁월하다. 세계적인 거대한 IT 기업을 일궈낸 그의 경영철학은 본받을 점이 많다. 먼저 구글의 소통 시스템 'TGIF(Thank God It's Friday)'를 들 수 있다. 구글은 매주 금요일 점심에 모든 직원이 한 군데 모여 자신의 생각을 전직원에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 회사 경영 방식에 대한 불만 등 무엇을 말해도 된다. 페이지를 포함한 모든 임원은 이 자리에 참석해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자신들의 생각을 직접 설명해준다. 한국 기업은 물론 미국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혁신적인 정책이다. TGIF를 통해 직원들의 불만은 줄어들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페이지의 생각은 주효했다. 이메일 용량이 너무 적다는 직원의 아이디어를 듣고, 10GB 이상의 이메일 용량을 제공하는 지메일을 출시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지메일은 약 9억 명이 사용하는 구글의 대표 서비스로 거듭났다. 8:2 시스템도 주목할 만하다. 구글의 모든 직원은 일주일의 4일은 자신의 본업(Job)에 하루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를 할 수 있다. 구글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업무면 무엇이든 허용되며 강제도 아니고 일주일 내내 본업에 종사해도 된다. 하지만 8은 본업을, 2는 하고 싶은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 직원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카드보드가 대표적인 사례로 직원 두 명이 장난삼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이제 가상현실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기술로 거듭났다. 구글에 근무하는 한국인 개발자의 경우 자신의 본업 외에도 국내 웹 환경을 보다 검색 친화적으로 바꾸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페이지와 브린이 투자자로 변신하는 사이 기업 문화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구글의 상징어가 ‘창업’ ‘도전’ ‘실험’이었다면 알파벳은 ‘효율’ ‘실적’ ‘관리’일 것”이라고 했다. 구글은 알파벳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고, 이제 겨우 42살에 불과한 페이지의 혁신은 이제 겨우 시작일지도 모른다. 페이지의 생각과 행보가 앞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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