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외로움 트렌드에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
[이슈메이커] 외로움 트렌드에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
  • 고주연 기자
  • 승인 2019.09.25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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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고주연 기자]

 

외로움(Loneliness)  
외로움 트렌드에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  
     
  

 

 

ⓒUnsplash
ⓒUnsplash

 

 

‘외로움은 인간의 조건인가?’라는 물음에 명확한 답변은 쉽지 않다. 오히려 반문이 나을 수 있다. ‘외로움의 출처는 어디인가? 혹시 심심함(boredness)은 아닌가?’ 한 가지 분명한 건 국가가 나서는 외로움 관리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책적으로 외로움 관리 나선 해외 선진국들  

외로움의 사전적 정의는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다. 이러한 개인적 느낌을 질병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라이프스타일이 유사한 여러 OECD 선진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경우 외로움을 소재로 의학적 연구와 정책적 접근이 동시에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7년, 미국의 한 의료 전문가는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만성적 외로움을 가진 사람의 건강 상태는 하루 담배 15개의 흡연 수준으로 유해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또 다른 연구진은 현대인의 면역 체계 약화와 인지 기능 악화, 암 발병 확률 증가에 있어 외로움을 제 1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정책적 접근에 있어선 영국이 더 빠르다. 영국은 국민들의 외로움을 국가적 정책 의제로 비중 있게 다루며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이미 시행했던 한 프로그램에선 외무부 장관과 의료진이 정부가 관리하는 만성적 외로움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처방을 내렸다. 환자들은 미술, 요리 등 예술적 취미 활동이나 기타 지역 사회 활동에 참여했다. 이 820명의 참가자 중 약 69%가 해당 사회 활동 이후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됐고 응답했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지난 7월 한 기사에서 영국의 ‘최신 전략’이 ‘유망한 것 같다’며 주목한 바 있다. 
 

이 두 나라에선 국가적 차원의 개입과 관리가 필요한지를 두고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선 외로움이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최근 BBC는 자체 조사로 약 41%의 응답자가 외로움이 유용한 감정과 경험이 될 수 있는 긍정적인 심리 기제로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생각에는 개인 시간으로 이뤄낼 수 있는 자기관리와 성찰, 창의적인 경험 등의 이유가 있었다.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살아간다는 어느 예술인의 말처럼 외로움은 존재의 인식과도 관련이 있다. 이러한 성찰은 문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경로로 표출되어 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기도 하다. 덧붙여 만성적 외로움과 불시적인 외로움, 우울증 등 정량적인 평가로 분명한 선을 긋기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 미국에서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조사는 45%가 ‘은연중에 외로움을 느낀다거나 가끔씩, 또는 항상 느낀다’고 답했다. 한편 국내에선 외로움 관련 연구 결과가 훨씬 더 적다. 2017년 한국리서치 조사를 참고하면 한국인의 51%가 불시적인 외로움을 느끼고, 7%만이 만성적 외로움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있다.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외로움을 인식하는 이들이 약 6% 정도 더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외로움인가, 아니면 무료함(boredom)인가?

외로움을 사회적 문제로 규정하고 의학적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여부는 수치화해서 증명하기까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로움의 전제 조건이 혼자 있어서라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반박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혼자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지루함이 있다.
 

2014년 하버드 심리학과 연수진은 ‘Disengaged Mind’라는 연구를 진행했다. 55명의 저소득층 남성과 여성은 각 방에서 음악과 사진, 전기 감전 등 어떤 자극을 받게 됐다. 전기 충격 실험 후 실험 대상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생각하라’는 말을 수행했다. 몇 분이 흐르자 상당수가 불쾌함과 우울함을 드러냈고, 이들 중 한 참가자는 15분 동안 190회에 달하는 전기충격을 자진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한 전문가는 “유기체는 진화에 있어 아무런 배움 없이 반복되는 똑같은 일을 원하지 않게 됐다. 인간이 감정을 가지게 된 이유는 진화론적으로 생존과 관련이 있다”고 평했다. 또한 인간이 연결과 교류, 먹기 등 어떤 특정 활동을 하고 있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외로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있다. 그러나 국가적 지원의 필요성을 묻기 이전에 그 정의의 불분명함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계층에게만 적극적인 지원을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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