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논리적으로 보자”
“헌법을 논리적으로 보자”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5.08.0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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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한국의 인물 - 법의 날 특집]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주백 교수


 

“헌법을 논리적으로 보자”

 

 


국민의 의지를 분명히 담을 수 있는 구체화된 헌법 필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 헌법 제11조 제1항.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모든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헌법 조항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는 평등권 조항이다. 평등권을 정의에 합치되는 법과 질서를 형성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규범으로 이해하는 주류 헌법학자들의 견해에 정 교수는 반기를 든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졸업검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일본 一橋大學 
미국 UC Berkeley Visiting Scholar一橋大學 법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사에서 대학교수로, 학문을 향해 달리다

“장식적 헌법으로 남아 있을 당시, 헌법이 오염되었다. 우리의 헌법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학자가 바라는 세상을 우리 헌법이 정한 바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거나 외국의 헌법 해석론이 우리 헌법의 해석론으로 그대로 수입되었다.”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주백 교수의 주장이다. 
 

  정 교수는 검사와 헌법재판소의 헌법연구관을 거쳐 대학 강단으로 발걸음을 옮긴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실무가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 이론을 토대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요구받는다고 한다. 정 교수는 실무가로서 활동하던 중 주류 이론들이 지니고 있는 논리적인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학문적 이해와 실무 사이의 괴리에 곤혹스러움을 느끼던 중, 로스쿨이 출범하면서 실무경력자 자격으로 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멀리 우회하기는 했지만, 그가 오래도록 간직했던 ‘교수’의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대학으로 온 정 교수는 ‘헌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 매달렸다. 실제로 오랫동안 헌법은 재판을 하는 규범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1987년에 헌법재판소 제도가 도입되기 전의 헌법해석은 모호했다. 그도 그럴 것이 헌법이 실제 사례에 적용되면서 해석에 관한 이론들이 발전하여야 할 텐데, 헌법이 제정된 이후 1987년, 헌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헌법은 재판에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헌법이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가 적었다. 주류적인 해석론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정 교수는 헌법 조항 중에서 특히 헌법 제11조 제1항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매우 단순한 듯하면서도, 헌법학계에서는 난제로 손꼽힌다. 그는 헌법 이것이 난제가 아니라, 주류 학자들이 단순한 문제를 난제로 만들었다고 주장했으며, 이 문제를 다루는 논문 7편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정 교수는 한국 사회의 제대군인을 분노케 했던 ‘제대군인가산점’ 사건에 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법이 ‘제대군인’에게 가산점을 준 것이지, ‘남성’에게 가산점을 준 것이 아님에도 ‘제대군인’에게 가산점을 준 것은 ‘남성’에게 가산점을 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많은 남성은 제대군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산점을 받지 못했고, 여성이라도 제대군인이라면 가산점을 받았습니다”라며 “병역법을 고쳐서 여성도 징병하여 병역법상의 남녀차별 문제를 해소하면, 제대군인가산점 제도가 남녀 차별적이라는 논리는 무너지게 됩니다. 결국, 병역법은 남성을 두 번 울린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낸, 가산점 비율을 낮추어서 제대군인가산점을 재도입하더라도 위헌이라는 보고서에 대해서 그는 “헌재는 결정문에서 취업알선이나 직업훈련, 재교육 등이 문제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것들도 본질적으로는 가산점과 같은 성격을 가지는 것입니다. 다만 합격 여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를 뿐이며 헌재는 가산점이 너무 커서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입니다. 가산점 비율을 낮춘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피력했다.

  

‘재판’의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

법관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실현하는 것이다.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국회’로 가야 하는 것이다. 많은 법대생은 법관이 되어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지만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정의가 있으며 법관이 자신의 ‘정의’에 ‘재판’이라는 옷을 입히려 하면 안 된다. 정주백 교수는 “최근의 법원 구성 다양화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재판이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여야 한다면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의지는 이미 법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그 법을 논리적으로 해석하여 사안에 적용하는 것이 법관의 역할입니다. 법관이 법과 무관하게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여 재판을 하여야 하는 것은 그릇된 판단입니다”라며 재판의 본질에 대해 꼬집었다.
 

  또한, 헌법의 경우 법의 공백이 일반 법률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대개의 헌법 조항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정 교수는 주장한다. 때문에 가치관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인데, 이 문제의 해결책은 국민의 의지를 좀 더 분명한 말로 법전에 담아내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헌법이 필요한 것이다.
 

  정 교수는 “연구를 함에 있어서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들을 정확한 말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법이나 논문은 모두 말로 된 것인데, 말에 얼마나 민감하고 말을 얼마나 정교하게 사용하는가 하는 것이 실력입니다”라며 “자신이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 무언가를 둘러싼 ‘말’들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채는 것이고, 무언가 새로운 생각을 내놓는다는 것은 ‘말’들을 정확히 재단하여 재배치하는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도 ‘평등’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여 오래도록 읽힐 책을 한 권을 내고 싶다는 정주백 교수. 화두를 붙잡고 깨닫기 위하여 치열하게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법학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정 교수 연구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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