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미생이여, 안녕
축구 미생이여, 안녕
  • 고주연 기자
  • 승인 2019.08.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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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고주연 기자] 


축구 미생이여, 안녕

 

ⓒ스포츠앤솔루션
ⓒ스포츠앤솔루션

 

입시 실패로 축구화를 벗는 유소년 선수들의 등번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한다. 축구만을 바라보고 어린 시절 전부를 바친 이들에게 플랜 비(Plan B)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는 합리적인 에이전시가 있다.

미국, 일본 대학 네트워크, '발'로 뛰어 구축하다
2015년, 태원찬 대표는 스포츠앤솔루션을 설립했다. 대학 축구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과 일본 대학으로 국내 유소년들에게 축구유학의 연결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중개 역할을 수행하는 에이전시 대표직을 자처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확실한 연결 고리는 부재했다. 태 대표는 현지 네트워크를 찾고 제휴를 맺기 위해 미국과 일본 전역에 있는 대학교를 직접 찾아다녔다. 0대 0부터 종횡무진 발로 뛰기 시작하는 축구 경기처럼 그는 자신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다. 대학의 시설과 재정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유학생들에게 적합한 곳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 기준도 세우게 됐다. 하지만 해외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나서의 한국행은 지옥의 후반전과도 같았다. 당시를 떠올리던 태 대표는 자신의 행보가 안쓰럽고 힘들었던 때라고 전했다. 회사를 알리려고 전단지를 들고 전국 단위의 각 지역으로 축구부 감독을 찾아다녔지만 일진이 좋지 못한 날엔 코치가 문전박대해 감독은 만나보지도 못했다.

태 대표는 열정적인 축구팬으로 페이스북에서 글을 쓰고 알려져 실제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 축구 정보를 다룬 ‘MLS, 미국 축구를 깨우다’를 첫 서적으로 작년 ‘풋볼 매니저, 악마의 게임’을 발행해 호응을 얻어냈다. 그는 ‘추계 대회’ 다큐멘터리 촬영을 기획 중이며 세번째 책으로 축구 소설도 출판 예정에 있다. 축구 열정이 대단하지만 세상에 축구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 한 둘은 아니다. 그에게 다소 특별한 점이 있다면 공부 밖에 믿을 게 없던 일반 수험생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도 그에게 인생의 최우선순위는 공부가 아니라 축구였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명문대학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재학 시절 평범하게 학업에 매진하던 태원찬 대표에게 인생의 변곡점의 찾아온 건 친구들과 뛴 축구경기였다.

 

2017년 겨울 베트남 프로 3팀 초청 테스트-용인축구센터 ⓒ스포츠앤솔루션
2017년 겨울 베트남 프로 3팀 초청 테스트-용인축구센터 ⓒ스포츠앤솔루션

 

축구 유학 사업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장학금을 받고 다니던 축구부 학생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우연히 경기를 같이 뛰게 됐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분명히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 축구부 친구들보다 실력이 약해보였다. 입학 성적 역시 일반 아이들보다 꽤나 낮았다. 한국에 아는 축구부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나 해서 미국 상황을 설명하고 의사를 물어봤다. 그런데 도움을 주고자 했던 친구들은 이미 사회에 나가 생업전선에 있었다. 대신 그 친구들이 자신의 후배를 추천해줬고 그렇게 해외 진학을 돕기 시작했다. 단순히 지인들 도와주는 일로 시작했다가 현재는 스포츠앤솔루션의 근간을 이루는 사업 영역으로 발전하게 됐다.”

회사 설립 당시 내세웠던 비전은?
“일반인 출신이어서 이런 냉정한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축구 선수들만 경력단절이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예체능 분야에서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작용하고, 일반 수험생도 입시에 실패했다고 정부에서 구제해 주진 않는다. 다만 축구의 경우 어느 정도는 개인의 책임이, 어느 정도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축구를 그만두는 건 괜찮지만 다른 이유에서 축구화를 벗는 학생들이 있다면, 유학을 통해 맹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자했다. 전반적으로 제도는 분명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다만 세상은 다면적이고 입체적이기에 진보에도 때때로 부침이 있다. 저는 최대한 자율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유의미한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다.”

현재까지 이뤄낸 유의미한 성과가 있다면?
“유학 영역은 지난 3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많은 학생선수들이 미국과 일본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축구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사업적으로는 성인 FC팀 창단을 준비 중이고 축구 관련 상품 마케팅 사업도 다른 기업과 협업해 진행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덧붙여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는 당장의 단기적 이윤보다 앞서 진행한다. 작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아랄해 관련 환경 행사가 있었다. 이 때 우리 회사가 항공료 스폰서십을 진행해 중대부고 축구부 학생들을 데리고 부대 행사 격으로 마련된 우즈벡 U17 국가대표팀과의 경기에 출전했다. 첫 경기는 약 8천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경험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 전지훈련 프로젝트에 가치를 두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환경 행사 방문 중대부고 축구부 ⓒ스포츠앤솔루션
우즈베키스탄 환경 행사 방문 중대부고 축구부 ⓒ스포츠앤솔루션

 

사업하면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역시 클라이언트인 학생들이다. 방학 때 학생들이 잠깐 한국에 들어와 저를 보고 가는 매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이 1년 정도 외국 대학 생활을 하고나면 프로테스트에 그렇게 목메지도 않고 언어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이 전공과 GPA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자기의 꿈과 대학 생활 전략을 이야기하고 간다. 입시에 실패해 울면서 진학 상담을 받던 아이들이 1년 사이에 부쩍 자신감에 차서 돌아온 걸 볼 때 많이 뿌듯하다. 사업을 하는 큰 이유이자 원동력이다. 또한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축구인 출신이 아니라는 편견 없이 응원해주신 감독님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포기하고 싶은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은 감독님들이었다. 내가 인사치레를 잘 못한다. 감독님 찾아뵐 때 음료수도 잘 안 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껴주고 믿어주는 감독님들이 계시다. 늘 운이 정말 좋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스포츠앤솔루션과 함께 펼쳐갈 포부를 전한다면?
“시장 선발 주자였지만 지금은 유학 에이전시가 많이 생겨났다. 미국과 일본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던 시기 직접 많은 학교로 찾아가 저를 소개하고 관계자를 대면했고 메일과 메신저로 꾸준히 교류했다. 기숙사와 시설을 점검하고 홍보 자료 대신 체육관의 기구가 녹이 슬었는지를 보고 학교의 재정 상황을 유추했다. 저는 제가 모르는 분야는 잘 하지 않는 성격이다. 미국과 일본 대학 유학만 하는 이유도 영어와 일본어만 할 줄 알아서다. 우리 회사 특징이 중간 다리가 없다. 직접 메신저로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감독님들이나 국제학생 담당자들이 있는 학교들만 비즈니스 관계를 맺는다. 아이들과 부모님이 의지하는 부분에 있어 너무나 큰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제가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만 내실 있게 확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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