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기업, 스타벅스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기업, 스타벅스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07.22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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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기업, 스타벅스


한국에도 ‘벅스(Bugs)’아닌 ‘스타(Star)'가 필요하다

 


스타벅스의 CEO인 하워드 슐츠는 성공적인 기업가로 인정받으면서 전 세계 CEO 중 가장 유명한 사회운동가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의 언론사에서 하워드 슐츠는 주로 비즈니스 면에 등장하는 다른 기업 CEO와 달리, 정치와 사회면에 자주 등장한다. 미국 정치권에 대해 쏟아낸 거침없는 쓴소리와 함께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그의 행동은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회운동에 뛰어들다

지난 3월 22일, 스타벅스는 자사가 벌이는 인종차별 철폐 캠페인의 주요 활동 중 하나를 중단했다. 직원들에게 더 이상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레이스 투게더’(Race Together) 문구를 커피 컵에 적거나 비슷한 내용의 스티커를 붙이지 말라고 통보했다. 이는 과거 스타벅스 매장의 직원이 커피를 구입하러 온 동양인에게 면박을 주는 등 인종 차별 관련 문제가 많았던 회사가 인종차별 철폐 캠페인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14년 8월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10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발생한 소요 사태인 ‘퍼거슨 시’ 사건 등 인종 문제가 최대의 사회 문제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스타벅스의 인종차별 철폐 캠페인은 기회주의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워드 슐츠는 직원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인종차별 철폐 캠페인의 일부인 ‘레이스 투게더’는 중지했지만, 다른 부분들은 지속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컵 글씨는 더 넓은 대화의 기회와 토론을 촉발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면서, “앞으로도 USA 투데이의 특별 섹션 제작 지원, 소수민족 거주지에 더 많은 점포 개설 등 회사 차원의 인종화합적인 정책을 밀고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한 강연회에 참석해 “스타벅스가 민감한 사회문제인 인종차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대해 보편적인 칭찬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주제인 만큼 우리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스타벅스는 지난 4월, 미국 전 지역에서 일어났던 인종 차별 반대 시위의 진앙지였던 퍼거슨시에 새 매장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백인 밀집지역에서 중점적으로 매장을 여는 전략을 구사해온 점과 비교해볼 때 이번 결정은 파격적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슐츠의 지지자들은 하워드 슐츠의 결정이 그가 민감한 이슈에 맞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이슈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기업가

스타벅스는 지난 2014년 6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과 손잡고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 실현 실험에 착수했다. 미국 스타벅스 직원 약 13만 5,000명을 대상으로 애리조나대학의 온라인 학위 제도에 지원할 경우 무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스타벅스 측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주일에 20시간 이상씩만 일하고 있다면 애리조나대 온라인 학위 과정의 3, 4학년으로 편입할 경우 등록금 전액, 1, 2학년 과정은 등록금의 22%를 면제해주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를 시행할 당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스타벅스의 정책이 지속적인 재원 투자 등을 고려하지 않은 현실성 없는 과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또한, 대중들은 그동안 감성 마케팅에 치중해왔던 스타벅스가 일회성인 대학 등록금 지원 정책을 통해 직원들을 홍보 대상으로 이용한다고 의심했다. 대학 등록 후 졸업하기까지는 지속적인 지원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괜히 시간 낭비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하워드 슐츠와 애리조나 주립대학 크로우 총장이 스타벅스 직원들의 대학 등록 지원을 위한 입학 절차 안내와 재정 상담, 전공 선택 조언 등 철저한 학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미국에는 무료 연방학자금지원서(FAFSA)를 통해 미 연방 교육부에서 학자금 보조 등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학비 보조 규모를 정하기 위해 학생과 가정의 신상정보 및 수입과 자산을 묻는 총 108개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데 질문이 복잡해 작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 정부에 따르면 저소득계층 학생 중 약 200만 명이 FAFSA 적용 대상이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애리조나대에 지원한 모든 스타벅스 직원들은 학교 측에서 제공한 재정 상담가의 조언을 통해 FAFSA 서류를 완벽히 제출했다. 
 

2014년 8월까지 애리조나 대학에 입학원서를 제출한 스타벅스 직원들은 약 1,500명으로 전체 스타벅스 직원의 약 1%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달 만인 10월에는 약 5,289명이 대학에 등록해 입학 지원자가 5배로 늘어났다. 스타벅스는 현재 직원들의 입학을 독려하기 위해 이메일과 트위터 등을 통해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다가오는 올해 가을학기에는 약 2만 명의 스타벅스 지원들이 애리조나 대학에 등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워드 슐츠는 지난달 애리조나 대학 온라인 학위 관련 전액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4년 전액 장학금 지원으로 스타벅스는 앞으로 10년 동안 약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야 할 것”이라며 “스타벅스 직원들의 교육에 대한 접근권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타벅스가 인종차별 철폐나 대학 교육 지원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미국에서 스타벅스 매장에 총기를 휴대한 채 방문한 고객은 반기지 않는다고 발언해 총기 권리 옹호자의 원성을 사기도 했고, 건강보험개혁법이 발의되기 전부터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적정하게 부담할 수 있는 건강보험이 부족하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스타벅스와 자사 직원들에게 민감한 이슈를 제기하는 하워드 슐츠 CEO의 성향은 대형 상장사 경영자 중에서는 찾아보기 드물다.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기업가들은 보통 자신의 회사를 직접 개입시키지는 않고 있다.

 

정치에 쓴소리까지

하워드 슐츠는 사회적인 문제와 더불어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 2013년 10월 23일, 하워드 슐츠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미 정부 디폴트 위기가 내년에 또 발생하지 않으려면 미 정치 지도자들의 협력과 책임감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치 지도자들 간의 타협이 실패해 국가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미국과 미국인들에게 큰 피해 줄 것이고, 이와 같은 리더십 부재는 전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며 미국의 위신을 스스로 깎는 행태”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지난 2014년 10월 10일에도 워싱턴 정가의 대립으로 정부폐쇄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스타벅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청원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슐츠의 화끈한 비판은 정치권에 성난 민심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미국인들의 공감과 찬사를 받았다.
 

사회적인 문제와 더불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자신뿐만 아니라 기업과 직원까지 직접 개입시키는 하워드 슐츠의 행동은 그가 정계 출마를 노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짐 올슨 스타벅스 대변인은 슐츠가 정계 진출에 관심이 없다며 이와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슐츠 CEO의 지인들은 중요한 이슈에 있어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진실된 갈망에 따라 그런 행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정신과 행동이 회사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기업가 정신에도 걸맞은 행위로 생각한다고 이들은 전했다. 슐츠의 지인들은 그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뉴욕 주 브루클린의 저소득층용 공영 주택에서 자랐던 불우한 어린 시절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의료 보험이 없었던 아버지가 배달꾼으로 일하다가 다쳤었던 기억이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몇 년 전 주당 20시간 이상 근무하는 시간제 직원들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구체화시켰다.


 

한국에는 왜 하워드 슐츠가 없을까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스타벅스의 모습은 한국 잣대로는 무척 생소한 풍경이다. 하워드 슐츠 CEO가 사회적인 문제와 정치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개인적 용기와 더불어 그의 발언이 자유롭게 이어지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기업가들의 자유로운 발언이 허용될 수 있는 바탕이 갖춰져 있지 않다.
 

한국 정치의 과도한 정쟁과 진전 없는 모습은 신물이 날 정도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기업인이 한국 정치에 쓴소리를 제대로 한 경우는 거의 없다. 1995년 이건희 삼성 그룹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정치 4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이후 오늘날까지 기업이 정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발언과 행동은 없었다. 과거 정치권 비서로 근무했던 김모씨는 “기업인이 정치권이나 사회적인 문제에 발언을 하게 되면 엄청난 불이익과 괘씸죄를 뒤집어 쓸 각오가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 활동 감시는 정치권이 가진 고유권한 중 하나다. 필요하면 국회로 불러 문책도 하고, 정부가 나서 규제도 할 수 있다. 다만, 한국 경제의 선봉에 서 있는 기업인들이 은연중에 침묵을 강요당하지 않고 정부의 문제와 사회적인 이슈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최근 스타벅스의 ‘레이스 투게더’ 캠페인 중지 상황을 계기로 대기업들이 사회적 이슈에 개입하기를 더 꺼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하워드 슐츠의 접근방식을 지지하는 이들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회사의 노력이 여러 가지 반발로 인해 중지가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다른 대기업들이 사회적, 정치적 개입에 더 주저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은 한국과 달리, 기업의 사회운동과 정치 개입에 대해 지지하는 문화가 발전돼 있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은 선진국의 좋은 문화를 닮고 싶어 한다. 때문에 중극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기업이 사회적인 이슈와 정치적 문제에 대한 발언이 많은 부분 진행돼 왔다. 하지만 한국은 기업가들의 사회, 정치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아 기업가들은 여전히 눈치 보기 바쁘다. 서울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의 수가 뉴욕의 매장의 수보다 많은 만큼, 하루 빨리 스타벅스 하월드 슐츠의 경영 가치관을 가진 기업가의 등장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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